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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이란 고질병

발표하는 음악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노래를 잘 불러서 관심을 갖고 있는 대중가수 Y가 있다. 길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그의 노래를 들었는데 마이클 잭슨의 어린 시절 곡과 똑같았다. 너무도 단순하게 '리메이크했나보네'라고 생각했다. 굳이 리뷰를 할 필요도 없는 새앨범을 그놈의 애정 때문에 짤막하게 리뷰를 했다. [독보적인 가사 전달력을 갖춘 Y는 더 넓은 장르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듯 보인다. 음악적 성숙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것을 찾기 위한 흥미로운 여정에 가깝다. (중략) 잭슨5의 'ABC’를 리메이크한 ***는 그의 명랑한 끼를 가감 없이 들려주는 곡. (중략) 다재다능한 면모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선택과 집중’의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색을 만드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쓸데없이 장르적 오지랍이..

잡동사니 2009.08.12

여름 한국 영화들, 힘을 모아 으랏차차

(주의: 스포일러 있음. 선입견 생길 수 있음) 대마도를 박살내고 부산 앞바다에 도착한 메가 쓰나미. 하필 수백만명 모이는 메가 휴가철에 해운대를 덮쳐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인지상정 휴먼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가난한 연인들도, 좀처럼 화해가 힘든 이혼 부부도, 불효막심한 아들놈도, 싸가지 없는 서울 애들도 쓰나미 앞에서 똘똘 뭉쳐 '한민족' 가족주의 회복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 코앞에 닥친다. 의 메가 쓰나미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경상도 스타일의 수사의문문을 주제로 품고 있다. 바로 '우리가 남이가?'라는 것. 알고 보면 '나는 네 아빠'였고, 너를 위해 죽을 수도 있는 119 구조대원이었던 것이다. 시선을 옆으로 이동하면 전라북도 무주에서는 스키점프 연습이 한창이다. 입양됐다가 다시 한국으..

극장/by released 2009.08.06

festival never ends

7월 25일 새벽 5시까지 부천에서 술을 퍼마셨다. '위저는 내가 못 갔는데 어떻게 공연을 할 수 있냐'며 빠순심으로 징징거리다가 날이 샜다. 그 시간에 차타고 달려갔으면 앵콜곡이라도 들었겠지만 뭐 아무튼. 열흘을 머물렀던 부천을 뒤로 하고 거대한 트렁크와 엎치락뒤치락 하며 홈 스위트 홈(사실은 더티 홈)에 도착했다. 1시간 가량 피곤한 몸 이끌고 고민하다가 대충 짐 챙겨 동서울 터미널로 고고씽. 이천행 차량 임시증편한 관계로 4,000원에 포항행 우등고속을 타고 이천 터미널에 도착. 그런데 이 곳은 베트남? 어째서 베트남 분들이 터미널에 가득한지? 이국적인 풍경을 뒤로 한 채 택시 잡아 날으니 대략 지산리조트까지 만육천원. 멀고먼 진입로를 지나 지산리조트 도착해 후배와 대대적인 상봉. 마이클 잭슨 '드..

음악다방/live 2009.07.29

in pucheon

+ 빡센 피판 데일리의 나날. 이래저래 잘 만들어보겠다고 욕심을 냈더니 엄청난 일의 압박이. 근데 이제 폐막이다. + 영화제에 종일 머무르면서 극장 한 번 가지 못한 상황. 대형화면 그리워요. 그리고 6편도 보고 싶어요. + 스크리너로 보고 재미있었던 영화는 쿠도칸 신작 (음반사에서 절라 멋진 펑크밴드 동영상 찾아내 계약하러 갔는데 알고 보니 25년전 영상이라는 설정),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찌질한 섹슈얼 리얼리티), (역시나 찌질한 동네 래퍼가 등장하는 소소감동 성장영화) 모두 일본영화. -_- 가장 인상적인 영화는 엄청난 고어 비주얼을 크리스토퍼 도일풍으로 찍어낸 . 거기다 애기는 한많은 여자의 신파. 레전드급 괴작이 될듯. 한국영화 본 거는 . 오손도손 만든 귀여운 좀비 영화. + 데일리 때문에 위..

생존기 2009.07.23

생계형 결혼식 후기

* 낯 부끄럽기는 한데 도움이 될까하여 걍 써봄. 미국으로 간 남친은 환율 높던 시즌에 내 월급액을 돌파하는 알바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0%나 꼬박꼬박 세금을 띠어가는 미국 정부에게 분노하며, 어느 날, 아주 쿨하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혼인 신고 좀 해줘." 결혼을 할 경우 세금율이 5% 낮아진다며 자신에게 돌아올 경제적 효과를 설파. 그래서 나에게 매달 그 5%를 송금해준다면 생각해보겠다는 '딜'을 제시했으나 보기 좋게 거부당했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까짓거, 경제도 어려운데 5%가 어디냐. 게다가 아들내미 장가 보낸 이모님이 기둥 뿌리 뽑아서 결혼 시켰으나 본전을 뽑고 남았다는 '믿거나 말거나' 손익계산을 누차 떠들어댔던지라. 그래서 나는 남친에게 결혼식을 올리는 게 낫겠다는 논리적인 ..

생존기 2009.07.11

nowadays

+ 6월 말 인생의 거사를 준비 중인데 정줄놓 상태다. 월부터 금까지 일하는데 머리를 쓰고 주말에는 상황을 전환해 새로운 모드로 적응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간소한 준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귀찮아하는 걸 보면서, 난 확실히, 멀티질이 불가능한 인간형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한 번에 하나씩만 잘 하면서 살고 싶다. 얼마 안 있으면 나도 품절녀. 개성 있는 빈티지가 되고 싶어. + 뉴욕 여행기 업데이트를 짬짬이 쓰려고 노력 중. 그러다가 부팅을 하니 내문서 사진이 모두 사라지는 대혼돈이 발생. 뒤늦게 바이러스 잡고 복구 프로그램으로 하루종일 사진 복구 했는데 마구 깨져서 소생하고 있다. ㅠ_ㅠ 글 쓸 생각은 안 하고 포토샵 하면서 대문이나 만들고. 배경은 유명한 베이글 가게의 크림치즈들. * 을 ..

생존기 2009.06.07

real vs. surreal

(한줄의 의도만 가지고 생각나는대로 써내려가다보니 의 스포일러 비슷한 것까지 끼어들게 되었다) 문화는 현실에 대한 일종의 비유법이라고 생각한다. 나약한 인간은 공포와 두려움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론을 구사해왔다. 평생을 긴장하며 살지 않기 위해 종교에 빠져 절대자에게 실존을 위탁하거나, 디오니소스적인 축제를 통해 순간의 환락으로 삶을 덮어쓰기 한다. 삶과 죽음이라는 커다란 현실의 대전제 안에서 초현실 혹은 비현실로 스스로를 다독이거나 깨우치는 짓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문화는 분별력을 키운다. 행동의 목표를 만든다. 하지만 문화는 문화일뿐, 결국은 행동을 해야지만 현실이 변한다. 지금 한 인간을 넘어 어떤 '상징'에 대한 추모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4면이 바다라는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억눌렀던..

생존기 2009.05.29

근조

+ 지난 일요일, 사람 좋아하고 아끼던 훌륭한 성품의 영화사 대표님이 돌아가셨다. 어린 기자 시절부터 정겹게 격려해주시고 친절히 대해주셨는데 나는 그분을 한 번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정승혜 대표님, 이렇게 또 하나 배웁니다. 앞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당신의 미소와 지혜, 자상함. 잊지 않겠습니다. + 전 대통령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줄 알았는데, 서거하시고 나서 생각해보니 '대통령과 국민'이라는 인연이 보통 인연이 아니었나보다. 가족이 죽은 것도 아닌데 절로 눈물이 흐른다. 자신보다는 주변 고통에 대한 죄책감으로 택한 길일 게다. 죄를 지었으면 당당하게 죄값을 치르고 더 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바랐는데,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무게였나보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인이 되..

생존기 2009.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