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live

festival never ends

marsgirrrl 2009. 7. 29. 21:37

7월 25일 새벽 5시까지 부천에서 술을 퍼마셨다. '위저는 내가 못 갔는데 어떻게 공연을 할 수 있냐'며 빠순심으로 징징거리다가 날이 샜다. 그 시간에 차타고 달려갔으면 앵콜곡이라도 들었겠지만 뭐 아무튼. 열흘을 머물렀던 부천을 뒤로 하고 거대한 트렁크와 엎치락뒤치락 하며 홈 스위트 홈(사실은 더티 홈)에 도착했다. 1시간 가량 피곤한 몸 이끌고 고민하다가 대충 짐 챙겨 동서울 터미널로 고고씽. 이천행 차량 임시증편한 관계로 4,000원에 포항행 우등고속을 타고 이천 터미널에 도착.
그런데 이 곳은 베트남? 어째서 베트남 분들이 터미널에 가득한지? 이국적인 풍경을 뒤로 한 채 택시 잡아 날으니 대략 지산리조트까지 만육천원. 멀고먼 진입로를 지나 지산리조트 도착해 후배와 대대적인 상봉. 마이클 잭슨 '드릴러' 부럽지 않은 좀비의 몰골이었으나, 베이스먼트 작스(줄여서 베작스)의 'Good Luck'이 퍼지는 순간 절로 문워킹이 되더라만.(은 농담이고) 베작스야, 내가 너네 보고 싶어서 거금 2만원 교통비 들여 날아왔단다. 피처링 싱어들의 화려한 싱잉 및 댄스 퍼포먼스로 눈요기까지. 팻보이슬림, 케미컬 브라더스, 언더월드에 이어 베작스 공연까지 보다니 훌륭한 시절이로구나. 제목마저 너무나 적절한 마지막곡 'Where's your head at' 때는 두 발바닥 자체가 트램폴린. 전체적으로 싱잉 퍼포먼스에 맞춰져 있어서 살짝 실망한 감이 있었는데 간간이 달려주는 (록)디제잉은 역시나. 이제 다프트 펑크만 보면 세기의 일렉밴드들 공연 마스터 하는 건가.

베작스의 후유증에 흐믓해하며(아이고 삭신이야) 맞이한 26일.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공연으로 가볍게 시작. 새벽까지 이어진 그들의 음주행적을 익히 들어 알고 있으므로, 조까를로스의 부족한 목소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늙어서 만난 닥터코어911을 잠깐 들어주고, 오랜만에 몽구스를 영접. 동생이 군대가서 밴드활동 중단되었다는데 역시나 동생은 군바리 헤어 스타일. 오랜만에 듣는 주옥같은 노래들 반가웠는데, 왜 멘트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나요? 근데, 몽구씨, 어깨와 팔 근육 좀 키운 듯.
메인으로 돌아와 장기하와 얼굴들. 요상한 무늬의 깔맞춤 수트를 입고 나와 특유의 만담 퍼포먼스로 좌중 압도. 미미 언니들은 인순이 누님이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여전히 차가우시고. 이미 여러번 공연을 봐서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장기하, 메인 스테이지를 휘어잡는 실력이, 역시 '물건'은 물건이다. 마지막 '별 일 없이 산다' 때는 개인적으로 mb한테 외치듯 꽤 정치적 의도를 갖고 우렁차게 불렀다는. '별 일 없이 산다고, 띠발놈아. 아주 그냥.'

두두두둥. 베작스와 함께 유이하게 보고 싶었던 그 분. 패티 스미스 할머니가 진짜로 납시었다. 얼마전 다큐멘터리 <애니 레보비츠>에서도 젊은 시절이 나왔는데, 그 때와 비교하면, 그저 세월이 무상할 뿐.(평론가 차씨에 의하면 얼마전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드러머를 며느리로 맞으셨다고)  나지막한 쉰 목소리로 느릿한 노래가 시작됐다. 마음이 착 가라앉는 가운데 웬지 모를 감동이 싸악. 연륜있는 목소리의 힘이라고나 할까. 노래 대신 클라리넷 연주도 잠시. 얼마 안 있어 핵무기 반대 연설 시작. '기타가 나의 무기' '당신들이 미래다' 등의 주옥같은 문구를 마구 날리시며 열정의 선동을. 곧 이어지는 사이키델링 펑크 히트곡 메들리. 오 마이 갓. 'gloria'가 나왔다.ㅜ_ㅜ sk에서 나눠주는 차가운 넥팩을 머리에 두르시고 기타줄 끊는 신공까지. 정말 감동의 눈물이 주륵주륵. 예상치 못한 공연에서 괴성을 지르며 미친 듯이 달리는 바람에 기운이 다 빠져버렸다.(그리고 이어지는 대화. "패티 스미스 할머니가 시어머니면 어떨까?" "매일 기에 눌려서. ㅎㄷㄷㄷ"  "근데 you are the future라시는데 30대에 듣기 좀 민망." "그러게. 우리는 이미 past라고." "근데 할머니 아직도 정신은 60년대 우드스탁에 계신 듯." 등등) 정말 패티 스미스처럼 늙고 싶습니다, 충성! 당장 집에 가서 먼지 뒤덮였을 'horse' 앨범을 찾아 듣겠다고 결심했다.(그러나 까먹음)

아지캉 잠자고. 제트 잠자고. 후루룩 오아시스. 이미 4월에 노엘 목소리 쩍쩍 갈라지는 최악의 공연을 봤기 때문에 별 기대 없었다. 이번에는 그나마 컨디션이 좋았는 듯. 꽤 겹쳐지는 셋리스트였는데, 지난 번에 깐깐하게 굴던 애들이 'thank you very much'에 이어 'you are amazing'라고까지 말해줌.(그래도 난 처음에 green freak 들었음,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는 말도 들었음, 췟) 마음과 상관없이 몸은 거의 마리오네뜨 수준으로 오버액션을 남발하고. 앵콜 나오기 전에 빨리 차 빼서 서울 가야한다며 부랴부랴 지산리조트를 나왔다.

그래서 결론,
1 지산 리조트, 잔디밭 좋았어요. 아주 쾌적. 
2 베작스, 패티 스미스, 아주 그냥 최고.
3 누구 공연인지 관심도 없는 개매너 슬램족과 개념리스 외국놈들, 인생 그렇게 살지마.
4 함께 놀아주신 분들 정말로 감사. 정말 훈훈한 페스티발이었어요.
5 위저는, 그저 눈물 닦고.
6 라인업은 다소 약함. 작년 가십이나 트릭키같은 중간 다크호스 부족.
7 가는 길 왕불편.
8 나는 진정 초인.-_-v

거의 열흘동안 영화제에 록페스티벌에 가담한 관계로 정신이 아웃 오브 리얼리티. 여전히 멍멍이다. 그래서 또 놀 거 없나 찾던 중 지인의 제보로 알게된 또 하나의 엄청난 뮤직 페스티벌. 영국부터 순회하는 global gathering이 오세훈의 과시욕 때문인지 어쨌든 한국에 온다. 9월 18일과 19일. 한강 난지 공원.


어제까지 라인업은 프로디지 외에 페들럼, 폴반딕이 있었는데 하루만에 사라졌다. last.fm 라인업에 로익솝이 떠서 혹시나 했는데 오늘 전체 보도 메일로 내한 확정. 4년만에 로익솝. 천상의 일렉트로니카여 다시 한 번!
그리고 프로디지의 삼세번 내한 도전. 이쯤이면 '나 안 가'라고 투정 부릴 법도 한데. 올해는 꼭 얼굴보도록 해요, 프로디지.

페스티벌 후기 및 소식 끝. 사진은 집에 가서 올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