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nowadays

marsgirrrl 2009. 6. 7. 17:44
+ 6월 말 인생의 거사를 준비 중인데 정줄놓 상태다. 월부터 금까지 일하는데 머리를 쓰고 주말에는 상황을 전환해 새로운 모드로 적응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간소한 준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귀찮아하는 걸 보면서, 난 확실히, 멀티질이 불가능한 인간형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한 번에 하나씩만 잘 하면서 살고 싶다. 얼마 안 있으면 나도 품절녀. 개성 있는 빈티지가 되고 싶어.

+ 뉴욕 여행기 업데이트를 짬짬이 쓰려고 노력 중. 그러다가 부팅을 하니 내문서 사진이 모두 사라지는 대혼돈이 발생. 뒤늦게 바이러스 잡고 복구 프로그램으로 하루종일 사진 복구 했는데 마구 깨져서 소생하고 있다. ㅠ_ㅠ 글 쓸 생각은 안 하고 포토샵 하면서 대문이나 만들고. 배경은 유명한 베이글 가게의 크림치즈들.

* <피디수첩>을 보고난 후 지금은 '내전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세기의 코미디 두 가지. 5월 2일 명동에서 일본인 강제연행 및 구타에 대한 책임을 묻자 '앞으로는 일본어로도 방송을 하겠다'라는 견찰. 데이트 중이었던 청년 강제연행 해놓고는 '왜 오늘 명동에서 데이트 하냐'며 으름장. 견찰에게는 '자유 민주주의'의 개념이 부재하다는 증거들. 이건 뭐 안영미의 <소비자 고발> 동문서답 개그도 아니고.

+ 원하던 일에 어렵게 진입했지만 정말 원하는 걸 마구 지르면서 일한 적은 거의 없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남탓 할 것은 없다. 내 선택이었고, 그래도 최선은 다했으니까. 세상이 알아주든 말든 상관없다는 생각도 든다. 인생이 좀 덧없어져서. 그냥 재미있게 사는 게 최고인 거 같다. 앞으로는 이야기를 좀 쓰고 싶긴 한데..앞서 말했듯 나는 멀티형 인간이 아니다.

+ <마더>는 두 번 보면 더 좋다. 첫번째 볼 때는 솔직히 내 취향의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개인적으로 엄마들을 안 좋아하는 개같은 성격 반영) 그런데 두 번 보니까 영화적 장치들이 오케스트라처럼 마구 다가와서 세 번 보고 싶어졌다. 리뷰를 쓰고 싶긴한데, 음.

+ 얼마 전에 엔니오 모리꼬네와 언니네 이발관 공연을 다녀왔다. 모리꼬네는 존재 자체가 너무 감동적이어서.(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스케줄이 겹쳐서 못 만났다, 흑) 국내 합창단이 합창을 맡았다는 점이 좀 안타까웠다. 마지막 곡이 <미션>의 '하늘에서도 이뤄진 것같이' 합창곡이었는데 포스가 달라서. 마지막 감동이 반감됐다. 웨스턴쪽 유명한 곡보다 두번째 파트 'shattered sheets'에서 연주한 덜 알려진 이탈리아 영화 음악들이 놀라웠다. 베이스, 기타, 드럼과 함께 하는 이탈리아식 라운지 팝이랄까. '시네마 천국' 곡들은 예상대로 많이 썰렁. 서울대공원 돔공연장에서 열린 언니네 이발관 공연은 마지막 투어여서 밴드들이 더 감상적이었다. 인생의 십 몇 년을 아우르는 경험. 앨범을 통째로 들려주는 것도 좋았고, 지난 곡들의 다양한 편곡도 훌륭했다. 돔공연장 사운드 좀 짱인 듯.

+ 영화와 음악 애기를 즐겁게 할 수 있는 게시판형 블로그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점점 대한민국 1퍼센트에 가까워지는 내 취향을 고수하는 건 나날이 힘들고 외롭다. 잘난 것도 없으면서 사사건건 왜 이렇게 까다로운 걸까. 짜증난다.

+ 나른고냥님의 추천으로 듣게 된 passion pit. 비치보이스, 플레이밍 립스, 폴리포닉 스프리, 펫샵보이스, 시규어 로스가 야외 클럽 만들어놓고 파티를 하는 느낌이다. 외모는 되도록 안 보는 게 좋다. 소니에서 라이센스. 여친에게 발렌타인 선물 주려고 곡 만들었다가 정작 여친에게는 외면 당하고(그리고 헤어지고) 친구들에게 좋은 반응 얻어 데뷔까지 하게 됐다는 참으로 가슴(ㅋㅋㅋ) 아픈 뒷배경을 가진 밴드.

출세곡 Sleepyhead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 Folds In Your Ha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