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59

술술재즈재즈 뉴올리언스 첫날

3월말이 되도록 춥기만 한 뉴욕. 누군가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을 때 따뜻한 곳이라면 무조건 오케이라고 했다. 로스앤젤레스가 첫 후보에 올랐으나 날씨를 제외하곤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는 샌프란시스코가 떠올랐으나 물가가 비싸므로 제외.3년 전 출장으로 잠깐 들렀다가 '나중에 다시 와서 놀아줄께'라고 (나혼자) 약속했던 동네가 있었으니, 바로 뉴올리언스. 따뜻하고, 밥값 싸고, 재즈 음악까지 갖춘 삼위일체(?)의 도시가 아닌가!여행 계획? 없음. 가야할 곳? 발길 닿는 대로. 목적지 찍고 기념촬영하는 여행강박증 버리고 최대한 여유롭게 보내자는 게 목표라면 목표였다. 그렇다고 너무 조사를 안 하는 바람에 공항에 내려서 숙소를 어떻게 가야하나 잠시 혼란. 어디에서나 공평한 구글신은 우리에게 세 가..

뉴욕 모험 2015.04.11

뉴욕 지하철과 독립적 인간

누군가 뉴욕은 '모던'과 '클래식'이 공존해서 매력적인 도시라고 했다. 관광객 넘치는 맨하탄 중심부를 빠져나와 그리니치 빌리지의 고즈넉한 길을 걸을 때면 그런 매력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만들어진 시기의 미학을 뽐내는 듯한 아름다운 건물들, 가로수가 풍경의 일부가 되는 잘 정비된 보도, 여유로운 걸음으로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오래된 건물 사이에 막 지은 현대식 건물이 생뚱맞게 끼어 있다면 더 흥미로운 산책길이 된다. 우디 앨런의 흑백영화에나 나올 법한 뉴욕의 모습이 그나마 박제되어 있는 듯한 공간이다. 그 거리를 지나 지하철 역으로 내려오는 순간, 집에 돌아온 신데렐라처럼 뉴욕의 마법에서 깨어난다. 자랑스럽게 110년 역사를 기념하는 포스터를 붙여놓은 뉴욕 지하철 역. 110년이 지나는 동안 그..

뉴욕 모험 2015.03.23

나는 어떻게 두 번의 시도만에 크로넛을 먹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먹어본 사람은 드문 뉴욕의 핫푸드 크로넛. 크로와상 도우로 도넛을 만들어 튀긴 다음에 그 안에 크림을 넣고 그 위에 또 설탕 시럽으로 코팅을 했다고 하니, 슈가포비아인 나로서는 참으로 비호감인 아이템이었다. 아무리 그게 엄청 맛있다고 입소문이 퍼져도 그러려니 하고 뉴욕커들의 신상애호병 정도로 넘기려고 했다. "베이커리가 8시에 문을 여는데 크로넛을 먹으려면 6시부터 가 있어야 된대. 하루에 200개 한정생산이래.""와, 그걸 먹으려고 새벽부터 줄을 서? 대부분 관광객 아닐까?""인기가 많으니까 아류작도 많이 만들어졌대. 크로와상과 도넛 조합에서 '크로넛'을 피해간 '도우상' 이런 것도 있고. 근데 이쪽도 바로 품절된대.""미쳤구나. 이해가 안 되는구만." 그렇게 어이없어 하던 ..

뉴욕 모험 2013.08.10

Sunday in the mist

일요일 여행의 첫번째 목적은 굴찾아 삼만리. 이 동네 굴은 덩치만 징그럽게 크고 맛은 느끼해서 보기도 먹기도 부담스러운 수준. 기껏 먹어보면 옹골찬 맛이 아니라 뭔가 심심하게 퍼진 맛. 대체로는 굴맛이라 부르기 힘든 것들이다. 그래서 한국 굴에 대한 그리움만 나날이 쌓여만 가고 있었다. 그나마 수입되던 남해쪽 굴은 소홀한 관리로 인해 식중독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다해서 미국 식약청에서 수입을 금지한 상태. 작년에 이스트 빌리지의 조그만 식당에서 맛나게 먹은 기억이 있지만 늘 바글거리는 곳이라서 찾아가기도 귀찮은 가운데,우연히 어떤 잡지에서 맛난 굴에 대한 정보를 읽은 게 화근이었다. 한국과 프랑스를 돌며 굴을 즐기던 분이 미국에 와서 제대로 된 굴을 포기했다가 코네티컷에서 괜찮은 굴을 발견했다는 포스..

뉴욕 모험 2013.01.15

문 잡아주기 강박증

뉴욕에 온 뒤 여러가지 문화적 충격을 느껴봤지만 그 중 하나가 문 잡아주는 문화. 그게 더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미국 애들이 공공 장소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 개념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타인이 문 앞에 올 때까지 문을 잡아주는 것에 대해선 굉장히 민감해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상점을 들어가거나 나갈 때 문을 잡게 됐는데 바로 뒤에서 따라오거나 앞에서 나오는 사람이 있을 경우 그가 지나갈 때까지 문을 잡아주는 게 예의다. 근데 그거 말고는 또 딱히 여기 애들 행동거지상 '예의'라고 부를 만한 게 없다. 뭐, 상류층 쪽은 다를 수도 있겠으나 서민들이 의도치 않게 부비부비하며 살아가는 공간에서는 조금만 닿아도 '아임 소리' 해야하는 등 주로 사과할 일이 많지 남 배려해주는 경우는 별로 없어서. 그..

뉴욕 모험 2012.08.04

먹는 게 곧 사는 이야기가 되는 삼십대 중반

언젠가 오피스메이트가 물었다. "언니는 휴일에 뭐할 거예요?" 몇 개의 식당을 검색 중이던 나는 "뭐, 맛있는 식당에 가거나, 집에서 맛있는 걸 해먹을 것같아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의 반응. "언니는 만날 먹는 이야기만 하네요." 쿠쿵. 뉴욕 온지 2년도 채 안 됐는데 10년째 살고 있는 듯한 맛집 리스트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고, 하물며 맨하탄 어디어디가 좋다며 추천해주기도 여러번. 한국 식당의 여러 음식들을 먹어보며 반도의 오리지널리티를 따라갈 수 없다며 혀를 차는 건 이제 일상적인 투덜거림이다. 주말에는 꼭 마트에 가서 신기한 것들 장을 봐와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대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영화와 음악에 푹 빠져서 새벽녘에 키보드 두들겨대던 열정의 오덕녀는 지방이 덕지덕지 붙은 몸을 이끌고 그 ..

뉴욕 모험 2012.02.05

이런 저런 사진들 2

뉴욕영화제에 납신 '디센던츠 Descendants' 패밀리 기념 촬영. 2003년인가 베니스에서 조지 클루니 기자회견 사람 너무 많아 들어가지도 못 했는데 이 날은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보다 많이 늙었군요.(2003년도에는 아마 '참을 수 없는 사랑'으로 왔었던가) 기자회견에는 마실 나오듯 대충 입고 나오는 게 할리우드 스타들의 스타일. 이러다가 밤행사 때 대변신. 생각해보니 뉴욕영화제 폐막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영화제 관련해서는 올해가 가기 전에 쓸 수 있을까? 기사는 이미 썼다. 사실 얼굴 봐서 가장 좋았던 분은 알모도바르 감독님이었는데. 뉴욕에 놀러온 LA의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 시사촌(그러니까 신랑의 사촌)과 방문한 23번가의 Eataly.eat와 Italy의 합성어 되겠다. ..

뉴욕 모험 2011.12.17

이런저런 사진들 1

친구 덕에 공짜로 구경간 US 오픈 테니스 경기. 테니스라곤 남자들이 잘생겼다는 것밖에 모르는 문외한이 보러 가서 좀 죄송. 올해 목표 중 하나가 US 오픈 보러 가는 것이었던 신랑은 집에서 중계로 봐야만 했다. 이날 이긴 선수는, 미모의 플레이어 앤디 머레이. 이 사진은 좀 더 젊었을 때 모습인 듯. 경기하는 내내 옷을 한 번 밖에 안 갈아입어서 놀랐다. 상대편 선수는 세트 끝날 때마다 색색으로 티셔츠를 갈아입었는데. 이런 것만 기억나다니, 역시, 경기보다는 젯밥에 관심이 많았군. 경기장 밖으로 나오면 맥주가 8달러. 공원에 나오자마자 테니스 관련 상점들이 즐비해서 흥분한 마음에 질러대는 분들이 많았다. 장안에 약간 화제인 'Hester Market' 구경. 차이나타운의 작은 공원에서 매주 열리는 시장..

뉴욕 모험 2011.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