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스 코커 3

Pulp@Radio City Hall

살다보면 가끔씩 남들이 비웃을지 몰라도 결연히 행해야 하는 일이 있다. 이를테면 2012년 펄프 콘서트가 그렇다. 셋리스트는 거의 Different Class의 곡들. 추억을 되새기는 디너쇼 타임의, 한 물간 전설의 밴드가 등장하는, 전혀 쿨하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지만 나는 펄프의 공연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오픈 당일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인터넷 예매 전선으로 향하고 있었다.왜냐하면 펄프야말로 '너와 나의 20세기'이니까. 술에 취해 바 한 가운데서 '디스코 2000'과 '커먼 피플'의 스텝을 밟았던 그 20세기말.데보라는 그 예쁜 가슴을 가지고 왜 그렇게 막 살아야 했는지, 조각 전공하러 영국 온 그리스 소녀는 어쩌다 커먼 피플과 자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는지, 모든 게 가소롭고 마땅찮고 웃기지도 않았..

음악다방/live 2012.04.13

jarvis cocker in fantastic mr. fox

저비스 코커가 웨스 앤더슨의 신작 애니메이션 에 노래하는 역할로 출연. 대사는 별로 없고 노래 부르는데 열중. 대사는 한 줄 이라는 듯. 그나마 내레이션이 있었다는데 편집됐다고 한다. 밴조 켜며 "Zippy zee, zappy zah, yappy yo doodle dum"이라고 부르는 귀여운 노래 petey's song이 stereogum에 공개됐다. 이 소식에 흥분하여 출근을 앞두고 새벽에 디깅하고 있는 상태.(그런데 저 사이트 들어가면 애니멀 컬렉티브의 신곡도 들어볼 수 있다. 더 4차원이 되었음) 개봉 안 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12월 24일에 개봉 잡혀 cgv 무비꼴라주 라인에서 상영. 저비스 코커는 현재 파리에서 계속 다양한 음악 예술에 힘쓰고 있으며, 지금은 런던 갤러리에서 아티스틱한 퍼포먼..

극장/by released 2009.11.30

Return of 80s' Sound

80년대에 10대 초반을 보냈던 나는 80년대의 한껏 과장된 문화가 마냥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그 허세와 겉치레에 질린 당시 예술가들은 절제되고(젠의 열풍은 당연한 결과)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90년대를 열었다. 지금까지 나는 이 두 세대가 완벽하게 단절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역사란 교과서의 챕터처럼 딱딱 나눠지는 것이 아니었다. 영국에 갑자기 불어닥친 신스팝의 향연을 듣다보니, 20~30년 동안 발전을 거쳐 뼈대만 있었던 80년대 문화를 완성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성이 폭발했던 80년대와 90년대가 '원초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면, 이후 2000년대, 나아가 2010년대는 그 '원초적'인 밑그림을 채워서 작품으로 만들어나가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유행은 돌고 도는 거야' 같은 단순한 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