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삼천포 8

마이 코리안 델리를 읽었다

2010년 미국에 도착한 후 얼마 안 있어 'My Korean Deli'란 책 소개가 여러 매체에 등장했다. 한국인 이민자 가족과 사위로 인연을 맺게 된 백인 남자가 문화적으로 완전히 다른 한국가족들과 델리를 운영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했다. 한국 매체들 쪽에서 좋아할 것같아 소개나 하자며 몇 군데에 아이템으로 내놓았지만 별 반응은 없었다. 쓸 일이 없었으니 제대로 읽지도 않았다. 얼마전 도서관에 갔다가 한국어 책 코너에서(온갖 인종들이 모여사는 동네라 무려 '한국책' 코너도 있다) 번역본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냅다 집어들었다. 영어로 훑었을 땐 다소 진지하게 다가오는 문장들이 한국어로 옮겨지니 계속 킥킥거리게 되는 개그로 변했다. 이런 젠장, 여전히 한국어가 훨씬 편하다.ㅠㅠ 계속 읽어..

뉴욕 삼천포 2013.08.31

타국에서의 삶, 좋은 것과 별로인 것

일주일에 기본 이틀은 일하느라 밤을 새우고 다른 날들은 술 마시느라 밤을 지샜던 코리아 라이프를 등뒤로 하고 뉴욕 오지에 정착한 지 3년이 넘어간다. 딱히 거창하게 '이민'을 가겠다며 계획을 세운 게 아니여서 서울에서나 여기에서나 삶의 곤궁함은 별 차이가 없다는 게 반전. 악착같이 한푼 두푼 벌어서 내 가게 마련하는 이민 1세대 마인드도 아니고, 자식 성공에 눈 먼 돈많은 부모가 지원해주는 왕자공주님 마인드도 아니여서. 생각해보니 서울에서보다 여기서 부잣집 자제분들을 더 많이 만난 듯. 문화충격은 이쪽이 더 컷음. 거기에서나 여기에서나 타인들과 주파수 맞추는 게 힘들기는 마찬가지.대개 조국분들을 만나면 드라마나 TV 쇼 이야기로 꽃을 피워야 하는데 한국 방송 자체를 안 보고 있으니 대화 자체가 성립이 안..

뉴욕 삼천포 2013.08.28

06132012 단상들

1. 이젠 06/13/12로 쓰는 게 훨씬 자연스럽다. 한국식 날짜 표기가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 2. 자연스러워지는 게 점점 많아진다. 처음엔 장볼 때마다 놀랐던 물가도 이제는 완전히 익숙하다. 3달러짜리 바케트도 덥썩 사버린다. 2.25달러의 지하철과 버스 요금이 싸다며 하루에 몇 번씩 이동을 한다. 아침을 위해 빵과 쥬스와 씨리얼을 꼭꼭 챙겨놓는 습관. 주말엔 차를 타고 어딘가로 놀러 가야한다는 의무감까지. 살다보니 이렇게 살아지기도 한다. 한국에서 살았던 모습이 점점 희미해진다. 3. 그러나 트위터 때문에 한국도 미국도 아닌 림보같은 데서 살고 있는 듯한 느낌. 4. 2시즌 마지막회를 보고 나서 마음이 허해졌는데 프로메테우스 데이빗이 뿅 튀어나와 스타크니, 라니스터니 하는 애들을 다 잊게 ..

뉴욕 삼천포 2012.06.14

두 개의 케이크

오늘은 먹을 거 이야기. 따뜻한 봄날에 뉴저지에 벚꽃놀이 갔다가 맨하탄을 거쳐 귀가하게된 부부는 오랜만에 된장질을 해보자며 명품샵들 모여있는 거리인 매디슨 애비뉴로 차를 돌렸다. 요즘 뉴욕 온 투어리스트들이 너도 나도 다녀간다는 그 곳의 이름은 LADY M. 뉴욕의 쿨한 가게들은 쿨한 척하려고 간판을 안 보이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이 곳의 간판도 그리 친절하진 않아 잠깐 헤맸다.테이블이 10개도 안 되는 작은 가게라 줄 서는 건 기본. 도착했을 때는 마침 테이크아웃과 스테이 줄이 뒤섞여 대혼란 중. 반 이상이 아시아 사람들. 아시아인들이 특별히 케이크를 좋아하는 것인가.사실 나는 케이크 팬이 아니다. 예전에 오사카 여행 가려고 맛집을 뒤졌더니 사람들이 죄다 케이크 가게만 추천. 서양골동양과자점이라도 꼭..

뉴욕 삼천포 2012.05.19

downtown train

데이빗 핀처 원고 때문에 그의 뮤비들을 다시 챙겨보는데 이런 인상적인 1987년 뉴욕 배경 작품이. 패미 스미스가 아니라 패티 스마이스. 모든 앵글이 다 어메이징한데 그 중에서도 발밑 촬영은 독보적. 가난한 예술가들 몰려 살았던 다운타운은 80년대만 해도 이렇게 로망으로 가득했던 건가. 뉴욕을 흥미롭게 담은 클립들을 모아봐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땡큐, 핀처형. 그런데 다운타운 왕자님 포스 어쩔. 제목은 다운타운인데 배경은 34번가이고. 전주 좀 지나야 동영상 등장. 같은 노래를 로드 스튜어트가 1989년에 불렀다. 2년이나 지난 뮤비임에도 불구하고 핀처의 감각을 따를 수 없다. 이런 90년대 노래방 영상같은 정도가 당시의 노말한 레벨인 듯.('감사합니다' 자막 넣고 싶은 욕망) 반전은 막판에 코트가 벌..

뉴욕 삼천포 2012.01.07

[브뤼트] Just Kids

* 에 언제 실렸는지 모르겠다. 웹상으로 확인이 안 된다. 한국에서 아직 출간 안된 저작물들의 출간을 촉구하기 위해 쓰는 지면이라고 들었다. 진심의 기록 글 패티 스미스 / 사진 로버트 매플쏘프 1967년. 랭보에게 매료되어 시인을 꿈꾸던 패티 스미스가 브룩클린에 도착했다. 갈 곳이 없었던 그녀는 신비로운 미술대학생 로버트 매플쏘프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곧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예술의 길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말에 이르기까지 둘은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고 받으며 여러가지 예술 작품을 남겼다. 늘 배가 고팠지만 예술만으로 그 허기를 달랠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훗날 소녀는 펑크의 여신이 되었고, 소년은 인간의 육체를 직설적으로 담아낸 논란의 사진 작가로 변신했다. 그리고 그들은 뉴욕의 전설로 ..

뉴욕 삼천포 2011.06.02

파크 애비뉴의 장미

미드타운부터 어퍼 이스트 사이드까지 이어지는 구간의 파크 애비뉴는 고급 아파트들과 상점들이 즐비한 깨끗한 거리. 옆에 있는 매디슨 애비뉴의 명품 거리와 남매 지간 같다고 할까.(매디슨 애비뉴 명품샵들에 비하면 5 애비뉴는 맛보기 수준) 신랑 말로는, 브로드웨이와 오페라 극장에서 이어지는 어퍼 웨스트 쪽은 돈 많은 예술가들 거주 지역이고, 월 스트리트의 북쪽인 어퍼 이스트는 비즈니스맨들의 거주 지역이라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그냥 지나 다녀도 그런 전형성이 느껴진다. 암튼 센트럴 파크 양 옆에 위치한 '어퍼 사이드(upper side)'는 비싼 동네. 그 위에 할렘으로 가면 다시 더러운 뉴욕으로 돌변. 다닐 때마다 너무 매끈해서 심심한 동네여서 정 안 가던 미들 이스트 지역에 갑자기 장미꽃들이 등장..

뉴욕 삼천포 2011.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