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10

something in new york - 윌리엄스버그 두번째

새벽에 졸린 눈 비비며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조증의 증상 중 하나가 잠을 못 자는 거라고 하는데. 아침에 안 일어날 예술가 동네라서 그래서인가. 오전 시간에 동네를 돌았더니 상점들이 문을 안 열었다. 윌리엄스버그의 주요 구성 상점은 빈티지 샵, 레코드(비닐) 샵, 레스토랑 & 카페, 갤러리, 장난감 샵 되겠다.(아마 어딘가에 클럽도 있겠지) 특히 장난감 파는 곳들이 하나 같이 문을 안 열어서 쇼윈도만 보며 기웃기웃. 가는 곳마다 빈티지샵과 벼룩시장을 성지 모시듯 하는 성격(일단 싸잖아!). 창고형 빈티지샵 'Beacon's closet'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사냥꾼 모드로 변신. 전혀 사전지식이 없었는데 두둥하고 나타난 곳이라 더욱 감격.(동행자의 나를 기쁘게 해주기 위한 전략이었음) 나중에 알고 보..

something in new york - 윌리엄스버그 첫번째

월요일만해도 '스물일곱 정도로 보인다'는 말 듣고 희희낙락. 몇 년만에 들어보는 '남자 친구 있어요?'라는 물음이냐. 좋은 인터뷰에 들떠 있다가 금요일에 계피(브로콜리 너마저 보컬이었던) 쇼케이스를 가면 완벽한 일주일이 될 것 같았으나, 이런 세상에, 함께 가자 했더니 다들 금요일 밤에 각종 일과에 치여 죽을 것 같다며 '염장 지르지 마라'는 반응만 들었다. 정규직들은 야근. 비정규직들은 마감. 삼십대 중반에 친구들끼리 소소한 공연 하나 보러가는 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이거 구조적 문제입니까? 어쨌든 공연 포기하고 '외로워 외로워'라며 마트 가서 장을 보고 와서 무려 2년 전 뉴욕 사진이나 뒤적이는 현실. 오랜만에 홍대 바람 쐬니 좋아서 주말에 본격적으로 놀러 가볼까 했으나 역시 반응은 되돌이표. 비정규..

something in new york 081114

봄에 쓰겠다고 시작해서 연말에 재방송 보다가 문득 생각난 작년 뉴욕 방문기. 이건 뭐 연재도 아니고. 시크하게 베이글과 커피로 아침도 먹고 타임 스퀘어까지 돌았는데 여전히 뉴욕인지 어딘지 실감나지 않았다. 그러나 의 배경인 록펠러 센터와 NBC 캐릭터샵에 가서 메모지를 보고서야 '아싸, 미국이구나'라며 감격했다능. 나는 진정 미국 문화의 노예였구나.-_- 이후에 말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뉴욕에서의 나의 성지는 의 캐리의 족적이 아니라 의 화이트 캐슬 햄버거집 같은 마이너 오타쿠 스팟이었던 것이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사케 주점 SATSKO[202 E. Seventh St. New York, NY 10009 Phone (212) 614-0933] 미국 대학생들 모여서 노는 이스트 빌리지에선 일본 문..

11월의 제주, 올레길 7코스-3

2편이 끝이 아니었다.(저장 중 글이 날아가는 바람에 다시 작성하는 사태가. 검색어로 들어오는 분 많아 정보 드리려 노력) 천해자연의 아름다움에 계속 한정적인 감탄사를 연발할수록 시인의 자세가 부러워졌다. 제주도 산행의 백미는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들. 어렸을 때 제목에 '억새'가 들어가는 드라마 제목을 보고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억새의 춤을 감상하고 나니 머리에 강렬하게 남았다. 자연이 자연스레 이야기를 욕망하게 만드는 이치를 알겠다. 밑천 없는 언어실력이 부끄럽구나. "혹시 노천탕?"이라며 아무 예측이나 던져봤는데, 알고 보니 해녀 체험하는 곳. 날이 추워져서 문 닫았다. 문 열었으면 즉각 체험에 도전하여 해녀복 입고 난동피우는 현장 목격됐을 듯. 한 팔엔 생선, 한 팔엔 전복 가득. 아무리 무거워도 ..

비행기/jeju 2009 2009.11.24

11월의 제주, 올레길 7코스-2

사진이 뒤섞였다. 이건 초반 길. 나무로 걷기 좋게 만들어 놓았다. 나는 의자 페티시가 있다. 특히 제주는 노인이 많아서인지 집 앞에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내놓은 집들이 많았다.(지구 어디에서나 노인분들을 지나가는 사람들 관찰하고 간섭하는 광합성 라이프를 좋아하심) 비수기인 11월에 제주에서 중요한 건 관광이 아닌 귤 수확. 함부로 귤 따먹으면 경찰이 온다고 합니다. 무인카메라가 곳곳에 숨어있데요. 그래도 귤농장은 평화로워. 바닷가 따라 가는 길. 배려깊은 벤치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백구 한마리. 배고파서 온줄 알고 귤을 던져줬으나 돌 보듯 무시. 결국 옆 매점으로 사라진 것으로 보아 손님 몰러 온 삐끼견이 아닐까 하는 추측. 해녀마을에 서있는 맘씨 좋아보이는 해녀 동상. 나름 신경쓴 흔적이 보임...

비행기/jeju 2009 2009.11.17

11월의 제주, 올레길 7코스-1

수요일 마감을 끝내고 김포공항으로 달려가 아슬아슬하게 제주행 비행기 탑승. 동행인들이 아는 예술가의 집을 방문해 이것저것 얻어먹고, 금주금연의 수도원같은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다음날 출근 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 맥모닝 먹고 도착한 곳은 올레길 7코스. 예전 기자였던 서명숙 씨가 산티아고 가는 길처럼 제주에 길을 만들면 좋겠다고 해서 추진된 게 올레길. 일종의 트레킹 코스로 지금까지 14코스를 개발. 그중 7코스가 제일 다이나믹하다는 추천을 받고 걷기 시작. 초반에 촬영지인 '외돌개'길에 이영애 pop를 둘러싼 관광객들의 포토콜이 다소 시끄럽지만 조금 지나면 조용하게 고독한 대장정에 빠져들 수 있다. 길 안내는 정반향 파란색, 역방향 노란색의 화살표시나 리본으로 되어 있는데, 찾기가 은근 쉬우면서 ..

비행기/jeju 2009 2009.11.17

Something in New York - 081113 뉴욕인지 뭔지

나리타에서 디트로이트까지 비행기는 완전 후진 747 비행기. 앞에 아저씨는 좌석 내리고 뒤에서는 애기 우는 즐거운 상황. 비행기 타온 이래 이렇게 좁은 공간 처음이나, 그나마 맨 뒷 좌석이라 눈치 안 보고 의자 각도 조절 가능. 의 도시, 모타운의 고장 '디트로이트'의 공항에 도착. 미국은 첫 입국지에서 입국수속을 한다. 그리하여 드디어 미국에 첫 발을 딛는 두근두근의 순간. 내 영혼의 팔할을 만들어주신 미국 문화의 근원지에 도착했습니다. 조낸 '애증'의 나라여....라는 감상에 잠길 틈도 없이 입국심사관의 질문. "뭐 하러 왔삼?" 입국 카드에 '호텔' 이름을 명기하지 않은 관계로, 또 갑자기 '영주권'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관계로 즉석에서 스토리를 만들어서 대답하기 시작. "관광하러 왔습니다만." "..

Something in New York - beginning

+ 드디어 뉴욕 여행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재수없는 대한항공 광고(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자랑질) 마인드는 아니고, 빈민으로 뉴욕에서 버티는 법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네요. 한동안 통장이 '음수(-)' 영역이여서 미국 비자 신청을 포기하고 있었다. 자금압박의 현실을 숨긴 채 미국 비자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부시가 집권하는 동안 미국땅 밟고 싶지 않다'는 정치적인(!) 반미 핑계로 연명해왔다. 때는 바야흐로 2008년 여름. 남친이 미국 영구귀국을 하면서 나도 함께 미국 방문을 잠깐 해야하는 급작스러운 상황이 생겨버렸고, 때마침 오바마도 대통령으로 당선(ㅋㅋ), 통장의 잔액은 '제로'지만 음수는 아니렸다! 그러나 리만 브러더스 덕분에 환율 올라 비자 수수료는 예전에 비해 배로 뛰었으니...온갖 서류 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