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 69

밤마다 데이빗 보위였던 어느 시절

느지막히 음악 바에 도착하면 퀵서비스 전화번호가 써 있는 메모지를 가져와서 빼곡히 신청곡을 채워넣는 일이 아주 중요했다. 정말 듣고 싶은 음악이 있어서 이 곳에 온 것이니까. 그것도 JP 너와 함께. 내가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 하면 너는 Rock'n Roll Suicide를 신청하곤 했지.우리는 'You're not alone. Gimme your hands. Wonderful'을 큰소리로 따라불렀지. 주변 사람들이 어찌 생각하든 말든. 데이빗 보위 노래가 시작되면 네 머릿속의 보위 주크박스도 덩달아 열리곤 했어.China Girl과 Young Americans을 꼭 들어야 한다고 했지. 가끔은 '떼리릿'을 따라하고 싶어서 프레디 머큐리와 함께 부른 Unde..

Blur @Music hall of Willamsburg

2003년 [Think Tank] 앨범이 블러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데이먼 알반은 기억도 잘 안 나는 프로젝트들을 작업하며 생존 소식을 알렸지만 예전만큼의 인기를 얻진 못했다. 작년에 나온 솔로 앨범도 별로였다. 흑인음악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며 거기에 아기자기한 일렉트로닉 비트와 노이즈를 얹는 그의 방법론은 좋게 말해 ‘고릴라즈’의 B트랙 모음 정도로 들렸다. 그러니 블러가 재결합을 해서 새 앨범을 낸다고 했을 때 그리 큰 기대를 하진 않았으나 싱글 ‘There are too many of us’를 듣고 마음이 바뀌었다. [13]과 [Think Thank] 시절 블러 식의 멜랑콜리 팝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는 곡이었다. 냉소와 풍자로 무장한 쿨하디 쿨한 음악을 들려줬던 청년들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팝 ..

음악다방/live 2015.05.02

1988, 무한궤도, 신해철

주의: 청승맞은 개인적 소회 1988년. 친한 친구와 겪었던 사건들 몇 가지. 비디오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었던 친구는 아주아주아주 멋진 남자가 나온다며 을 보여줬다. 소녀들 눈에 들어온 남자는 주윤발이 아니라 장국영이었다. 미남의 빈자리는 홍콩 스타들이 채웠다. 들을만한 음악은 늘 부족했다. 당시 우리가 좋아하던 음악은 수퍼스타였던 박남정이나 변진섭의 것이 아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곤 했던 송시현의 '꿈결같은 세상'이나 푸른하늘의 '겨울바다'같은 곡들이었다. 자상한 남자의 달콤한 사랑 노래보다는 조금 어두운 노래들이 더 멋지게 들렸다.그해 서울올림픽보다 (초딩 수준에서) 더 화제였던 사건은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이상은의 '담다디' 데뷔였다.개구장이 소년같은 이상은에게 홀린 친구는 장국영을 버리고 한..

언니들 음악 풍년

여자 가수들이나 여자 보컬 밴드가 쏟아지며 인기를 차지하는 요즘. 어떤 이들은 90년대 초중반 피제이 하비, 리즈 페어, 토리 에이모스, 커트니 러브, 비욕 등등이 개성 발산하며 새로운 세상 열었던 때와 지금을 비교하기도 한다.언니들 정말 많다. 중견 삼촌 및 할배들이 지루한 음악만 들려주는 가운데 언니들이 희망인가.(여기선 유튜브 링크가 잘 보이는데 코리아에선 플레이가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겠다. 안 된다면 정말 안타까움 ㅜㅜ) 지나가다 M83 사운드 같다며 발견한 Chvrches의 Recover. 가운데 v는 u를 멋부려 쓴 거라고 미국인이 그랬음. 그래서 발음은 '처ㄹ치스', 한역하면 교회 밴드. FIFA 14에 We Sink가 수록되는 바람에 남자들 급관심. 브룩클린에서 작은 공연할 때 갈까 말까..

90년대 지하에서, 루 리드

때문이었는지 때문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루 리드의 음악을 접하고 나서 그때까지 몰랐던 신비로운 세계가 열렸다. 그를 찾아가는 길은 신촌의 '벨벳 언더그라운드'나 '구멍'으로 잠수하는 것이었다.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담배연기가 자욱했을 테고 지하실의 퀴퀴한 냄새가 코를 덮쳤을 테지만, 그런 열악한 환경은 아무래도 좋았다. 신청곡 Venus in Furs가 나오면 이미 나는 이 세상에 없었으니까. 현실이 아닌 무의식의 어딘가를 유영하며 음악에 빠져드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I'm tired I'm weary. I could sleep for a thousand years. A thousand dreams that would awake me. Different colors made of..

트렌트 레즈너와 에미넴보다 얼 스웨트셔트

새앨범 진검승부가 벌어지는 9월이 시작되기 전, 뮤지션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새싱글이 하나둘 공개되는 중. 일단 트렌트 레즈너의 나인 인치 네일즈가 돌아오고 에미넴이 마샬 마더스 엘피의 속편을 공개할 예정이다. 나인 인치 네일즈의 새앨범은 아이튠스에서 단독 프리 오더를 받는다. 전곡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덕분에 선감상. 카리스마 넘치는 비트와 리듬으로 무장한 처음 몇 곡은 '역시 레즈너'라며 감탄을 연발하게 반드는 반면, 뒤로 갈수록 요즘 일렉트로닉 팝 사운드가 섞여들면서 음악 자체가 평범해지기 시작. '아저씨, 노망 들었나'하는 수준의 팝 사운드까지 등장해 같이 늙어가는 팬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듦. 그래도 요번 싱글 Copy of A는 좋다. 그리고 에미넴. 코믹했던 시절의 에미넴으로 돌아간 듯한데 그..

원고 재활용] 맥클모어 & 라이언 루이스

* '해외 핫피플'이란 가제로 연재 계획을 잡았다가 결국 몇 달 만에 내부사정으로 폐기. 맥클모어가 VMA에서 상을 받아 오랜만에(그래봤자 한두 달 만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니 묵은 원고 업로드해 본다.이글을 쓸 때만 해도 한국에 라이센스 앨범은 없었는데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군.쓰리프트 샵을 하루에 기본 세 번 이상 듣게 되던 시기에 쓴 글이라 약간의 업데이트가 필요하지만 귀찮으므로 그냥 올린다.* 맥클모어가 그다지 뛰어난 래퍼가 아님에도 인종으로 말미암은 거품 때문에 주목을 받는다는 논란은 이글을 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해보이지만, 포탈에 올리는 글이었으므로 그런 부정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썼다.  갑자기 튀어나온중고 스타 맥클모어 &라이언 루이스맥클모어,왜 ..

Bowie's out

보위 오빠가 돌아왔다.은퇴한다더니 삶이 영 심심했는지 트렌드 정점을 장악하며 요란하게 컴백. 현재 트렌드 리더로서의 경쟁자는 저스틴 팀버레이크. 수트와 타이 잘 차려입은 JT와 노년의 애잔한 마음을 노래하는 데이빗 보위와의 배틀이라뇨. JT도 놀랐겠다. 'The Stars (Out Tonight)'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서 노년 분들과 어린 분들이 함께 유튜브에서 동거동락하고 있다. 섹시 노인 보위는 아내와 함께 장을 보는 일상을 보내던 중 아내의 '위 해브 어 나이스 라이프'에 버튼이 눌리고. 그와 함께 음악계 미친 전설로 회자되는 자신의 젊은 시절이 옆집으로 소환된다. 기발한 비행을 일삼던 그가 이제는 옆집 젊은이들 소리에 시끄럽다는 반응을 하는 현실. 갑자기 보위는 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 의 환상..

2012 Favorite Music

한해를 정리하는 훼이보릿 트랙들. 언제나 한해 음악감상은 뒤늦게 발견한 앨범들로 시작한다. 앨범이 꼭 갓나올 때만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니까.게다가 나는 구닥다리 감상자라서 빌보드 히트곡들 빼고는 곡 하나만 흘려버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무조건 앨범을 통째로 듣는다. 올초엔 Girls 공연 전후로 그들 노래에 푹 빠져 지냈고, 늦겨울엔 Fleet Foxes의 Helpless Blues에서 빠져나오질 못했고, Wye Oak도 뒤늦게 좋아지고, 수퍼볼 경기 이후 엄청나게 떠서 라디오에서 끊임없이 튀어나왔던 FUN도 이래저래 많이 들었다.그러고 봄에 비치 하우스. 뭐야 이 마약 음악은. Myth부터 시작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네. 이 앨범이 또 겨울에 엄청 잘 어울려서 지금도 일용할 양식처럼 듣고 있다. 일..

St. Vincent & David Byrne @ Williamsburg Park

* 만사가 귀찮다며 퍼져있던 자신을 추스리고자 졸린 눈 비벼가며 억지로 블로깅. 심드렁하게 늘어져있던 중에 비까지 오는 토요일이었다. 세인트 빈센트와 데이빗 번이 앨범이 낸다는 정보를 접하기도 전, 아마 늦봄쯤에 샀을 둘의 조인트 공연 티켓. 언제나 볼 수 있으려나 했는데 그 날은 기어이 오고 말았고, 하필이면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같이 가겠다고 약속한 남편님은 시험공부로 인해 가기 싫다고 거부 반응을 일으켰지만, 50달러가 넘는 티켓값을 무기삼아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 브룩클린 윌리엄스버그 공연까지 휙 날아가는데 성공.(차를 끌고 가면 20~30분 거리가 대중교통을 타면 1시간 반이 걸리는 미스터리 행로) 티켓엔 도어 오픈 시간이 6시 반이라고 써 있으니 아마도 공연은 한두 시간 지나 시작할 터. 공연..

음악다방/live 2012.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