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se and the city

약자라서 뭉친다

marsgirrrl 2009. 1. 23. 01:24
용산CGV로 가는 길이었다. 예전엔 신경 안 썼던 창밖 풍경을 보니 어느새 용산에 '재개발' 관련 사무소 및 부동산이 쫙 깔려 있었다. 발빠른 사람들이 진정 무서웠다.
전철연이 어쩌고 저쩌고 말이 많다. 이상하게 한국은 사람들이 뭉쳐서 조직을 만들면 부패할 거란 생각만 한다. 전제가 틀렸다. 약자라서 뭉친 것이다. 억울하고 돈이 없어서, 가진 자가 아니라서 호소할 데도 없고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아서 '조직'이라도 만들어 미약한 힘이나마 모아 보자고 뭉친 것이다. 노조를 만드는 이유도 개개인 노동자의 힘이 사장 한 명의 힘에 비해 너무나 보잘 것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모여서 최대 수단인 '파업'을 행사하면 회사는 갑자기 노동자의 힘을 깨닫는다. 열심히 일했으면 회사에서 알아줄 거라고? 순진하다. 회사는 정말 냉정한 조직이다. 누군가를 쫓아낼 때는 과거의 업적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약한 자들은 뭉쳐야 산다. 뉴라이트가 신처럼 모시는 이승만도 했던 말이다. 나라를 위해서는 뭉치고 개인의 생존을 위해서는 뭉치면 안되는가.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나려고 기를 쓴다. 용산 건물 위에 올라갔던 철거민들은 아마 죽을 각오를 하고 올라갔을 것이다. 그 정도의 각오를 하지 않으면 존재 자체를 알릴 수가 없다.
불법 시위? 법이 무엇을 지켜주고 있는데? 법을 지켜서 얻은 건 삶의 터전 잃는 '철거'밖에 없다면? 법을 지키라고? 정말 배부른 소리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