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눈내리는 겨울밤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시작한다. 겁에 질려 도착한 의사와 간호사는 누워있는 청년의 사망을 확인하지만 사인에 대한 진실은 탁자 위에 놓인 안경 너머로 숨어버린다. 관계자들은 일사분란하게 진실을 은폐하는 매뉴얼대로 움직인다. 죽은 청년을 ‘보따리’라 부르는 치안본부 박차장은 요정에서 만난 안기부장과 더 큰 정치공작 계획을 세우고, 경관들은 시체의 화장 승인을 받기 위해 공안 검사의 방으로 향한다. 방심하던 사이, 폭력의 수직 질서로 마땅히 해결되야 하는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공안 검사가 더 이상 ‘군바리’ 치안본부 잘못을 뒤집어 쓸 수 없다며 기선제압에 나선 것이다. 은폐되어야 하는 사인이 남영동에서 끝나지 않고 더 많은 목격자들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 폭력과 금품으로 입막음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