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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se days

+1 뉴욕에 온 뒤로 10대 시절이 자주 떠오르는데 오늘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즐겨 듣는 포드캐스트인 NPR의 All Songs Considered에서 특집으로 '내 인생의 노래'같은 주제로 스토리를 모았다.(원래는 엄선한 신곡들을 주로 틀어주는 기특한 방송이다) 여러 사람들이 음악과 진심으로 연결됐던 체험을 짧게 들려주고 그 추천곡을 소개하는 것인데, 모두들 10대 시절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털어놓았다. 오클라호마에서 컨트리뮤직 안 들어서 취향 유별나다고 따당했던 아저씨가 플레이밍립스의 출현과 함께 인생의 대전환기를 맞이했다는 경험담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지루하고 외로웠던 10대 시절을 보내던 중 사운드가든 노래를 듣고 '더럽고 우울한' 사운드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졌다는 언니도 있었다. 요는,..

뉴욕 모험 2010.11.02

first halloween

미국의 할로윈과는 항상 비껴갔던 인연이 있다. 2008년 뉴욕 땅을 처음 밟았을 때는 막 할로윈이 지난 후였는데 그래도 집집마다 호박 장식이 붙어 있어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2009년에는 할로윈날 로스앤젤레스에 떨어졌다. 길에 인적이 드물어 할로윈인지 뭔지 알 수도 없다가 친척 도움으로 산타모니카 아케이드에 놀러 갔다가 코스튬 행렬을 만났다. 그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코스튬은 몸 좋은 언니가 입었던 클락웍 오렌지 주인공 의상. 할로윈은 그냥 애들이 사탕 받으러 다니는 날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의외로 뉴욕 사람들이 애착을 갖는 날이었다. 평소에 한가한 코스튬 가게가 이 시즌에는 사람들이 북적북적. 우연히 23번가에 있는 거대한 코스튬 샵 'SPIRIT'에 놀러갔다가 성지예감. 올해 가장 인기 있는 코스튬은 ..

뉴욕 모험 2010.11.01

Yann Tiersen@the concert hall in NY

'얀 티에르상은 뉴욕 좀 오세요'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얀 티에르상의 뉴욕 투어 스케줄이 발표됐다. '오면 꼭 봐야지' 결심했는데 막상 온다고 하니, 기대치 않은 지출에 약간 안타까운 기분이었다. 그래도 나는 한 번 뱉은 말에 책임지는 여자. 프린팅 수수료가 없는 것에 감사해하며 47달러 정가에 티켓 겟. 사실 얀 티에르상 공연에 일괄 47달러면 정말 싼 가격이라고 생각하지만.(미국의 이상한 시스템 중 하나는 인터넷으로 티켓 예매시 프린팅 수수료가 3달러 넘게 붙는다는 것. 택배는 11달러. 현지 수령따위는 거의 없음. 그래서 싼 티켓 찾아 craiglist 배회하는 애들이 많음.) 얀 티에르상이 누구인고 하니, 음악 만드신 분 되겠다. 음악도 했고. 나도 입문은 로 했지만 이래저래 찾아 듣다가 열혈 팬으..

음악다방/live 2010.10.20

요즘 경험하고 있는 것들

+ 막 클린트 이스트우드옹을 영접했다. 정킷으로 배우들 및 감독들의 라운드 테이블 인터뷰를 했다. 첫 타자가 맷 데이먼이었는데 영화의 찌질함은 온데간데 없는 이 전광(후광이 아니다)의 훈남은 누규? 영문 인터뷰에서 읽었던 데로 유머감각이 넘쳐 흘러 영어로 맞받아줄 수 없는 내 자신이 안타까웠다. 막 반하려고 할 때 브라이드 달라스가 들어왔는데 영화의 비중도 작아서인지 약간 냉담한 분위기. 저번 정킷에서도 느낀 건데, 여기서도 여자 배우에게 일보다는 가정이나 가족에 대해 묻는 경우가 잦다. 영어권 기자님들아, 인지하고 있는 거냐. 세실 드 프랑스는 아름다우셨는데, 내가 요즘 프렌치 쓰는 벨기에 언니들에 대한 편견이 생겨서 그냥저냥. 그리고 영화에서 너무 재미없는 캐릭터였음. 영화에서 프랑스어로 연기하는데 ..

뉴욕 모험 2010.10.13

한국영화 코멘트

어퍼 웨스트의 링컨 센터에서 한창인 뉴욕영화제에서 와 관람. 매년하는 뉴욕 한국 영화제는 이번에 MOMA 협찬으로 포장이 그럴 듯 해졌다. 브룩클린의 시네마테크 BAM에서, 한국영화 좋아하는 올드 어메리칸 친구 땜시 를 억지로 감상. 까먹을 것 같아 감상을 메모. 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남편 없는 빈민 할머니가 주인공. 언어의 기억을 잃어가는 가운데 시를 쓰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는 문학적 아이러니. 아름다운 시를 쓰기 위해 일상을 탐구할수록, 그 뒤에 숨어 있는 구질구질하고 절망적인 비극의 실마리만을 찾게된다. 가장 약한 인간이 이 모든 비극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정의를 행하지 않고 불의를 은폐하는 사회에서 진정으로 희생이 되는 건 누구인가. 머나먼 사회의 비극이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되어야 스..

극장/by released 2010.10.02

brit sound

미국의 메인스트림 음악은 미국 음악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미국이나 영국이나 'go west' 범주로 묶고 있었던 일개 아시아 평민은 때때로 미국의 국산품 애호 취향에 놀랄 때가 있다. 하긴 '미제' 음악만 들어도 풍족하니 남의 나라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다. 그나마 뉴욕은 전세계에서 예술가랍시는 분들이 다 모여들기 때문에 비교적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중론. 이러니 영국 애들이 '브리티시 인베이젼'을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양. 예를 들어, La Roux 앨범이 정식발매된게 올해다. NPR은 작년 'Little Boots'의 앨범을 '2010 지금까지 베스트'에 포함시켰을 정도. 그러니까 여기서도 음악 좀 듣는 애들은 영국 음악들으며 '쿨키즈'임을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영화는 더 심하다...

가을 미드

와 가 거룩하게 종영을 하고 나서 미드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미국은 9월 말에 새로운 TV 시리즈가 한꺼번에 시작하는 시스템. 비단 TV 시리즈뿐만 아니라 모든 엔터테인먼트가 9월부터 집중적으로 폭격을 시작. TV 시리즈나 음악 시상식이 여름에 열리는 게 다 이 때문이다. 영화 쪽도 9월부터는 블록버스터가 끝나고 오스카를 본격적으로 노리는 드라마들이 대거 개봉한다. 영화 이야기는 다음 번에. NBC가 봄 시즌 끝나자마자 엄청나게 광고를 해댔던 새 시리즈는 . 기습적인 비행기 사고와 백악관의 은밀한 녹취록 클립을 계속 보여주며 'this is not the event. what is the event?'라는 카피를 계속 밀어붙였다. 오늘까지 2회분 방영을 본 소감은 +++ 정도? 짬뽕할 수 있는 모던 ..

잡동사니 2010.09.28

에미넴과 제이지를 보러 갔다가

내 또래가 다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내 음악 취향은 록을 기반으로 힙합이 섞여져 있다. 메탈이 끝물을 타던 90년대 초부터 팝송에 빠져들어서 모던록과 브릿팝의 부흥에 심취하는 한편, 거대한 알앤비와 힙합의 물결에도 발을 담그고 있었다. 널바나와 보이즈 투 멘을 동시에 사랑하는 차별 없는 마인드의 리스너로 성장. Warren G와 Arrested development같은 애들도 나의 올타임 훼이보릿이란 말이지. 그리고 나서 일렉 폭풍을 맞이하여 잡다구리한 취향을 가지게 됐다. 결론은 장르 상관 없이 좋은 음악이 좋은 음악. 그러므로 섭템버에는 닥치고 지풍화 형님들의 '섭텝버'를 들어야 한다는 결론. -_-;; 각설하고, 유니버설뮤직의 협찬으로 일찌감치 솔드아웃된 에미넴과 제이지의 'Home and Home..

음악다방/live 2010.09.20

summer is gone

+ Oh, Korea 밤바람이 세졌다. 덥다며 훌훌 벗고 다니던 시기가 끝나고, 이젠 밤에 제법 두둑한 가디건을 걸쳐야 한다. 뉴욕에 온지 어언 다섯달이 넘었다. 집 떠나 타지에서 이렇게 살아보긴 처음이다. 그런데 내가 뭐 집이란 게 있었던가. 그냥 머무르면 그곳이 내 집이다. 그렇게 뉴욕이 내 집이 되고 있다. '그렇게 뉴욕이 내 집이 되고 있다'라는 문장만 보면 그럴 듯 해보이지만 실상은 그리 아름답진 않다. 2주 전에 퀸즈의 한국인 동네인 플러싱 쪽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집 관련한 문제가 생기기도 했고 신랑이나 나나 이 근처 한국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살던 곳은 백인 할배할매들 거주 지역이었는데 이제는 5분만 걸어나가면 거리에 온통 한국인 간판이다. 한국 슈퍼마..

뉴욕 모험 2010.09.15

today's quote

누가 나에게 말했다. 당신은 인생을 산 게 아니에요. 그저 영화를 보러 다녔을 뿐이에요.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영화가 인생이에요. 그게 아니라면 영화는 도대체 무엇인가요? - 정성일 선배님의 트위터 @cafenoir_me에서 영화에 빠진 내가 몽상가일 수도 있지. '영화는 현실이 아니다'는 건 대전제야. 누구나 알고 있는 엄연한 사실이므로 초등학생 가르치듯 말해줄 필요는 없어. 현실을 100% 순수하게 '현실에서' 인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야할로 진짜 몽상가 아니야? 득도의 나날들을 경험하면서,(타지에서 자신을 더 많이 깨닫게 된다는 건 진리인 듯) 나는 인간에게는 관심 없고 인간이 만든 '언어로 정제된' 무언가에만 관심을 가진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그게 인간의 위대한 가치라..

생존기 2010.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