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59

summer is gone

+ Oh, Korea 밤바람이 세졌다. 덥다며 훌훌 벗고 다니던 시기가 끝나고, 이젠 밤에 제법 두둑한 가디건을 걸쳐야 한다. 뉴욕에 온지 어언 다섯달이 넘었다. 집 떠나 타지에서 이렇게 살아보긴 처음이다. 그런데 내가 뭐 집이란 게 있었던가. 그냥 머무르면 그곳이 내 집이다. 그렇게 뉴욕이 내 집이 되고 있다. '그렇게 뉴욕이 내 집이 되고 있다'라는 문장만 보면 그럴 듯 해보이지만 실상은 그리 아름답진 않다. 2주 전에 퀸즈의 한국인 동네인 플러싱 쪽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집 관련한 문제가 생기기도 했고 신랑이나 나나 이 근처 한국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살던 곳은 백인 할배할매들 거주 지역이었는데 이제는 5분만 걸어나가면 거리에 온통 한국인 간판이다. 한국 슈퍼마..

뉴욕 모험 2010.09.15

근황들

1. 공짜 공연임에도 훌륭했던 공연 둘. 앤틀러스 the Antlers와 소닉 유스 Sonic youth. 사실 소닉 유스는 강제로 도네이션 3불을 받긴 했지만. 앤틀러스는 명상용 포스트록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박력이 넘치는 라이브 공연을 보여 줘서 완전히 반해 버렸다. 앨범보다 라이브가 3배는 좋은 듯. 소닉 유스를 보러 가서는 드는 생각이 '근데 이분들 히트곡이 뭐임?'이었다. '마이 프렌드 구? 미드나잇 프린세스? 워싱 머신?' 도대체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는 있는 것임? 그러나 나오자마자 폭풍 노이즈 연주. 고령에도 불구하고 카리스마짱 킴 언니. 가사따위 알게 뭐임. 그냥 노이즈 우주의 세계로 고고고. 공연을 마치고 앵콜 무대를 시작할 때 킴 언니가 나오지 않았다. 써스턴 무어가 '킴 나오게 킴을..

뉴욕 모험 2010.08.21

우연 혹은 nothing

조셉 고든-레빗의 사진으로 시작하지만, 사실은 그가 소량 첨가된 어느날의 기록.(여백 많은 사진을 선택한 이유) 학원의 이번 세션에서 내가 과감하게 선택한 클래스는 무려 writing이다. 여름방학 맞이 전세계에서 몰려든 인파를 피해 오후 시간대를 선택했더니 학생이 달랑 3명이다. 이 클래스의 목표는 한 주에 한 번 뉴욕 어딘가를 같이 방문하고 그걸 영어로 기록하는 것이다. 선생도 조용하고 애들도 조용해서 갑자기 영어 공부 인생에 평화가 찾아왔다. 성격상 애들과 대충이라도 말을 터는 편인지라, 첫날 인사를 나누게된 베네수엘라 워킹(walking) 걸 다니엘라하고는 금세 친해졌다. 세명 중 두 명이 각종 수다를 떨고 있는 가운데 조금 떨어져 있는 정체불명의 유럽 소년. 쉬는 시간만 되면 어디론지 휙 하고 ..

뉴욕 모험 2010.08.08

뉴욕 아시안 영화제-프로그래머 인터뷰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쪽을 주로 담당한다는 프로그래머 고란 토팔로비치를 만났다. 서브웨이 시네마를 만든 5인 마니아 가운데 이제 남아있는 오리지널 멤버는 고란과 그레이디 두 명이다. 다른 두 명의 멤버들이 더 있고, 그들과 몇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게스트 관리부터 선물 이벤트까지 모든 걸 다 알아서 한다. 긴장을 많이 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고란은 굉장히 친절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하물며 2MB라는 고유명사까지 알고 있어 깜놀. 20분을 예상했던 인터뷰는 예상 외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1시간 20분 동안 이어졌다.(사실 20분은 나의 더듬거리는 영어 스피킹 때문이었다) 영어 녹취를 풀고난 뒤 고작 잡지에 들어간 분량은 반의 반도 안되는 상황. 영어 녹취에 들어간 노력이 아까워 블로그 공..

뉴욕 모험 2010.07.11

뉴욕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 후기

옛날 옛적 뉴욕, 다섯 명의 홍콩 영화 마니아가 있었다. 홍콩 영화를 보여주던 극장이 문을 닫자 그들은 '서브웨이 시네마'란 조직을 만들고 1000달러씩 출자해 '두기봉 회고전'을 준비했다. 폴 카제, 브라이언 나스, 고란 토팔로비치, 냇 올슨, 그레이디 헨드릭스. 아시아인은 한 명도 없다. 그러나 아시아 영화, 특히 액션 영화를 너무도 사랑했던 이들은 2001년 '뉴욕 한국 영화제' 진행을 발판 삼아 2002년 '뉴욕 아시안 영화제(NYAFF)'를 개최했다. 영화제라고 하지만 5개국에서 온 11편의 영화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점점 아시아 영화 오타쿠들의 성지로 거듭나고, 박찬욱이나 미이케 다카시, 스즈키 세이준 등의 영화가 첫 소개가 되면서 점차 뉴욕의 필수 구경거리로 자리 잡아갔다. 주요 거점은 다운..

뉴욕 모험 2010.07.10

코니 아일랜드의 하루

브룩클린 남단에 위치한 코니 아일랜드. 테마파크 '루나파크'와 공짜 해변으로 유명하다.테마 파크라고 해서 '롯데월드' '에버랜드'급을 상상하면 곤란. 롤러코스터와 각종 놀이기구가 있지만, 주변 지인들은 '이건 뭔가, 월미도인가'라는 공통된 소감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니 아일랜드의 매력은 50~60년대 이후 하나도 변하지 않은 듯한 빈티지 간판들과 유치한 게임들. 나무에 페인트로 그린 귀여운 간판들 덕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온 것같은 기분. 사실 이런 레트로 분위기 자체가 코니아일랜드의 '테마'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의 가장 현대적인 건물은, 아마도 뉴욕시에서 가장 깨끗한 전철 역사가 아닌가 하는 '코니 아일랜드' 역이었다. 그 옆에 '버즈'가 손짓하는 간판이 현재 시기를 알려줄 뿐이고...

뉴욕 모험 2010.07.10

absolute vodka brooklyn

www.facebook.com/absolute 90년대에 독창적인 시리즈 네이밍과 그에 걸맞는 위트있는 광고를 보여줬던 앱솔루트 보드카. 요즘은 셀러브리티와 공동 프로모션을 하는 쪽으로 프로모션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올초에 스파이크 존즈와 했던 i'm here도 이 프로모션의 일환이었다. 6월에 런칭하는 앱솔루트 보드카의 신제품은 스파이크 리가 콜라보한 앱솔루트 브룩클린. 사과와 생강 맛을 섞었다고 한다. 패션만 아티스트와 콜라보하냐, 술도 할 수 있냐는 건가. 을 비롯해 스파이크 리의 여러 영화가 그의 고향 브룩클린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저 일러스트에 나온 번지도 스파이크 리가 살았던 곳에서 가져왔다. 집 앞 계단은 stoop이라고 부르는데, 대개 뉴욕커들은 이 스툽에 앉아서 수다 떠는 걸 좋아한다..

뉴욕 모험 2010.06.16

학원 가는 길

매일 아침 7호선을 타고 퀸즈에서 맨하탄으로 등교한다.(소요시간 한시간 반 ㅠ_ㅠ) 지금 다니고 있는 학원은 타임스 스퀘어 아래 쪽 에 위치한 뉴욕 랭귀지 센터.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맨하탄의 중심가에 위치한 것치곤 비교적 학비가 싸기 때문. 한국인이 굉장히 많을 것을 예상하고 첫 등교를 했는데 의외로 세계 각국의 남녀노소들이 바글바글. 남편 따라 이민 온 프랑스 언니, 수학 선생 하다가 결혼해서 미국 온 알바니아 동생, 독립영화사에서 일하다 영어 공부하러 온 일본 청년 등 재미있는 과거를 가진 분들이 많다. 몇몇 한국 친구들도 생겼고, 미국에서 7월에 음반 녹음해서 일본에서 가을에 데뷔할 거라는 일본 동생하고도 친해졌다. 그리고 2PM 닉쿤의 사촌이라는 태국 소녀도 만났다! 닉네임 '선..

뉴욕 모험 2010.05.30

성지순례 - NBC store

5번가를 따라 위로 쭉쭉 올라가다가 49번가 혹은 50번가에 이르러 좌회전 하면 록펠러 센터가 등장. 오프닝에 항상 등장하는 금빛 건물이다. 처음 뉴욕에 왔을 때 '여기는 뉴욕'이라고 마음 속 인증을 시켜준 NBC 스토어가 록펠러 센터 1층에 자리잡고 있다. 현재 NBC의 대표 미드는 과 그리고 . 미국의 대표 코미디 도 NBC의 자랑. 역사적으로는 어떤 미드가 있냐면, 그리고 요즘 미드 상품들, 하우스 티셔츠는 특별히 여성용. 티셔츠 하나에 일괄적으로 25달러.그외 먹거리는 뇌 모양 젤리와 로고 찍힌 초콜릿. 그리고 소주 맛 좋은 소주잔.(사실 소주잔 아님) 머그를 포함하여 모든 머그들 12달러. 안 좋은 품질의 제품에 바가지 가격 매겨 팬심에 호소하는 NBC 판매전략 좋지 않음. 그리고 요즘 가장 넓..

뉴욕 모험 2010.05.18

satc 2 in macy

제목 중 인터넷에 적절하지 않은 단어가 있어 satc로 명명. 뉴욕 관광지의 중심인 34번가 메이시 백화점이 와 공동 프로모션을 하는지 영화 협찬 의상으로 디스플레이를 바꿨다. 잠시 감상. 뉴욕에 온 많은 사람들이 의 성지를 순례한다. 캐리가 마놀로 블라닉을 신고 걷곤 했던 미트팩킹 스트리트엔 고가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매그놀리아 컵케이크 베이커리는 대성공을 거둬 여기저기 분점을 냈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성지에 특별한 관심이 없다. 내가 이 드라마를 사랑했던 이유는 아기자기한 구성과 현실적인 캐릭터라이징, 그리고 주옥같은 대사들 때문이었다. '그래서 뭐 당신은 된장녀가 아니라는 거냐'라고 묻는다면 그다지 할 말은 없다. 단지 내가 드라마를 본 초점이 달랐던 것 같다. 몇 남자 필자들은 가 한국 여자들을..

뉴욕 모험 2010.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