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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베스트 영화 지각 코멘트

2015년 말부터 쓰기 시작했다 며칠간 노느라 미뤄둠. 이제야 주절주절 수다 완성. 빤한 텍스트를 해석하는 방식을 따져보는 데 몰두했던 것같은 2015년. 베스트 영화들 Poster by Michal Lanczkowski https://www.behance.net/mcclane83 + 매드 맥스 : 퓨리 로드세상은 썩었고 돌아갈 고향은 없다. 20세기 나 21세기 나 설정은 같다. 20세기에는 마구잡이 약육강식의 모래밭 디스토피아에서 살아남는 게 목표였으나, 땅따먹기 전쟁이 끝나고 독재자들이 즐비한 세상에선 혁명을 일으키는 것만이 해피엔딩이다.그리하여 탈주+추격극의 익숙한 설정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후반부에 혁명 전쟁 영화로 변해간다. 퓨리오샤와 맥스를 제외하곤 오합지졸에 가까웠던 여자들 및 각성한 워보이..

극장/by released 2015.12.14

맥드 맥스 퓨리 로드

* 스포일러* 긴 메모 여자 관객으로서 매드맥스를 보는 것은 희안한 반전을 계속 경험하는 것과 같다. 이것은 매드맥스. 몇 십년 전 광기어린 매드 맥스가 폭주 괴한들에게 가족을 다 잃고 야만의 전사가 되어 무정부적 액션을 펼치면서 질서를 다 파괴시켜버리는 존재였다. 길의 전사 매드 맥스가 '생존 제일 중요!'라고 독백하기 무섭게 사냥당해 피빨리는 노예가 된다. 도망쳐서 계속 도망칠 듯 하지만 그렇게 쉽게 도망칠 수가 없다. 맥스는 감금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매드 맥스 퓨리 로드는 매드 맥스의 관점에서 시작한다. 맥스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이자 주인공이다. 그는 미친자와 더 미친자만 존재하는 세상에서 그의 목적은 '생존'이라고 말한다. 선과 악이 없이 미치거나 더 미친 존재들이 난립하며 약한 이..

극장/by released 2015.05.27

Blur @Music hall of Willamsburg

2003년 [Think Tank] 앨범이 블러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데이먼 알반은 기억도 잘 안 나는 프로젝트들을 작업하며 생존 소식을 알렸지만 예전만큼의 인기를 얻진 못했다. 작년에 나온 솔로 앨범도 별로였다. 흑인음악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며 거기에 아기자기한 일렉트로닉 비트와 노이즈를 얹는 그의 방법론은 좋게 말해 ‘고릴라즈’의 B트랙 모음 정도로 들렸다. 그러니 블러가 재결합을 해서 새 앨범을 낸다고 했을 때 그리 큰 기대를 하진 않았으나 싱글 ‘There are too many of us’를 듣고 마음이 바뀌었다. [13]과 [Think Thank] 시절 블러 식의 멜랑콜리 팝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는 곡이었다. 냉소와 풍자로 무장한 쿨하디 쿨한 음악을 들려줬던 청년들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팝 ..

음악다방/live 2015.05.02

술술재즈재즈 뉴올리언스 첫날

3월말이 되도록 춥기만 한 뉴욕. 누군가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을 때 따뜻한 곳이라면 무조건 오케이라고 했다. 로스앤젤레스가 첫 후보에 올랐으나 날씨를 제외하곤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는 샌프란시스코가 떠올랐으나 물가가 비싸므로 제외.3년 전 출장으로 잠깐 들렀다가 '나중에 다시 와서 놀아줄께'라고 (나혼자) 약속했던 동네가 있었으니, 바로 뉴올리언스. 따뜻하고, 밥값 싸고, 재즈 음악까지 갖춘 삼위일체(?)의 도시가 아닌가!여행 계획? 없음. 가야할 곳? 발길 닿는 대로. 목적지 찍고 기념촬영하는 여행강박증 버리고 최대한 여유롭게 보내자는 게 목표라면 목표였다. 그렇다고 너무 조사를 안 하는 바람에 공항에 내려서 숙소를 어떻게 가야하나 잠시 혼란. 어디에서나 공평한 구글신은 우리에게 세 가..

뉴욕 모험 2015.04.11

뉴욕 지하철과 독립적 인간

누군가 뉴욕은 '모던'과 '클래식'이 공존해서 매력적인 도시라고 했다. 관광객 넘치는 맨하탄 중심부를 빠져나와 그리니치 빌리지의 고즈넉한 길을 걸을 때면 그런 매력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만들어진 시기의 미학을 뽐내는 듯한 아름다운 건물들, 가로수가 풍경의 일부가 되는 잘 정비된 보도, 여유로운 걸음으로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오래된 건물 사이에 막 지은 현대식 건물이 생뚱맞게 끼어 있다면 더 흥미로운 산책길이 된다. 우디 앨런의 흑백영화에나 나올 법한 뉴욕의 모습이 그나마 박제되어 있는 듯한 공간이다. 그 거리를 지나 지하철 역으로 내려오는 순간, 집에 돌아온 신데렐라처럼 뉴욕의 마법에서 깨어난다. 자랑스럽게 110년 역사를 기념하는 포스터를 붙여놓은 뉴욕 지하철 역. 110년이 지나는 동안 그..

뉴욕 모험 2015.03.23

킹스맨 단상

킹스맨 감독은 친절하게도, 전투기 폭격으로 이라크 성벽의 벽돌들이 '클래쉬 오브 클랜'처럼 굴러떨어지는 오프닝부터 영화의 톤에 대한 암시를 해준다. 혹시나 007의 아류작을 기대하고 온 이들이 주파수를 잘못 맞출까봐 007스런 느끼한 오프닝을 지양하고 초지일관 귀엽고 발랄한 무드를 밀어붙인다. 전형적인 007형 스파이는 설원의 산장에 등장하자마자 고전 무협 영화 스타일을 환기시키는 '반동강으로 쪼개지며 최후'를 맞이한다. 신사의 품격을 지키는 수트맨 비밀조직이 지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먼저 하는 일이 악당에게 바로 날아가는 게 아니라 머릿수 맞추기 위한 취업 면접이라는 점은 허를 찌르는 플롯이다. 악당이 철밥통 공무원 일자리 티오를 마련해주는 셈이고, 그 티오로 채워진 요원이 도리어 악당을 공격하는 상..

극장/by released 2015.02.23

아메리칸 스나이퍼 의문들

스포일러스포일러스포일러스포일러스포일러스포일러 + 영화적 취사선택에 대한 의문 + 는 첫 장면. 크리스 카일이 처음으로 파병을 나가 처음으로 목표물을 조준하는데 그 암살자가 다름아닌 어린 남자 아이와 그의 엄마. 미군 장갑차를 향해 폭탄을 던지려는 그들을 죽이기에 앞서, 카일 자신의 소년 시절로 플래시백. 아버지의 밥상머리 훈계가 등장한다. 자신의 아들들이 늑대로부터 양을 지키는 양치기개가 한다는 것, 늑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그러나 가족을 공격하는 늑대를 끝장내기 위해선 폭력이 용인된다는 점을 가르키는 아버지. 그 가르침 아래 성장해 로데오 카우보이가 된 텍사스의 남자 크리스 카일. TV를 통해 테러 뉴스를 접한 그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기독교-텍사스-애국자-가장을 가로지르..

극장/by released 2015.01.28

글정리 of 2014

한해가 끝나간다. 이민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산 첫 해였고, 내 돈으로 문화생활 즐기는 비용이 급격이 늘어난 한 해. 한국과 미국(엄밀히 말하면 뉴욕) 사이에서 무엇에 대해 써야하는지 혼란을 겪는 가운데 한국에선 세월호같은 큰 사건들이 뻥뻥 터졌다. 나라 안에 있을 때 시국에 대해 떠드는 나라밖 사람들에 대해 못마땅해 했던 나였기에, 현재 내가 그 대상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에 계속 불편하다. 어디서부터가 오지랖이라 명명될 수 있는지 그 범위가 불분명한 가운데, 나는 아주 조금씩 발언의 세기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어차피 관심을 두는 이는 없다. 수긍할 만한 말을 하면 인정이 되고 아니면 무관심이다. 여기서 알게된 점 중 하나는 내가 지금까지 글을 쓰며 얼마나 촘촘하게 시선의 방어막을 쳐두었냐는 ..

생존기 2014.12.22

1988, 무한궤도, 신해철

주의: 청승맞은 개인적 소회 1988년. 친한 친구와 겪었던 사건들 몇 가지. 비디오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었던 친구는 아주아주아주 멋진 남자가 나온다며 을 보여줬다. 소녀들 눈에 들어온 남자는 주윤발이 아니라 장국영이었다. 미남의 빈자리는 홍콩 스타들이 채웠다. 들을만한 음악은 늘 부족했다. 당시 우리가 좋아하던 음악은 수퍼스타였던 박남정이나 변진섭의 것이 아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곤 했던 송시현의 '꿈결같은 세상'이나 푸른하늘의 '겨울바다'같은 곡들이었다. 자상한 남자의 달콤한 사랑 노래보다는 조금 어두운 노래들이 더 멋지게 들렸다.그해 서울올림픽보다 (초딩 수준에서) 더 화제였던 사건은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이상은의 '담다디' 데뷔였다.개구장이 소년같은 이상은에게 홀린 친구는 장국영을 버리고 한..

괴물같은 나라에 대한 잡상들

대통령의 진도 방문 동영상을 이제야 봤다. '명령 했다'라는 말만 듣고 이분이 '어명'이면 다 해결되는 사극 세계에 살고 있나 했는데 실체는 더 심각했다. 답답한 마음으로 부분 녹취를 했다. 출처는 http://youtu.be/WlQnpuX0ftI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애기를...현장에서 만났습니다. 천안함의 그분들도 여기 와 있습니다. 해군들도 200명 현장에서 작업을...구조 활동을 하고 있고요." (경찰이 갑자기 끼어들어 "천안함 구조한 분들하고 같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외친다. 대통령 귓속말 듣고 경찰의 말 끊으며) "지금 현장에서 UDT고 직접 잠수복 입고 직접 뛰어드는 그런 분들을 포함해서 거기 지휘하시는 모든 분들한테 이 얼마나 우리 가족 분들께서 애가 타시겠냐 그분들 마음을 생각해서..

생존기 2014.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