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Just now

marsgirrrl 2012. 12. 19. 12:37

옛날 블로그에 들어갔다 딱 5년 전 화내며 써내려 간 포스팅을 발견.

무도덕, 무합리, 무인권의 5년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면 투표를.
'NO MB'라는 문구가 프린트된 티셔츠를 만들고 싶었으나 이젠 너무 늦었군.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은 점점 나라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진다.
이 나라가 무너지고 있는 이유는 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라, 벌어들인 돈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아파트를 세워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비리와 주먹구구로 점철된 사회 구조를 뜯어고쳐야만 가능하다. 
게다가 지금의 나라를 움직이는 세력인, 피해의식 심한 386들은 지 자식의 인생을 완벽하게 디자인해주겠다며 땅투기로 이어지는 사교육에 월급을 갖다바치고 있다. 마케팅에 점령당한 이 땅의 청춘들은 '돈만 쫓는' 부모의 매뉴얼에 세뇌당하며 도덕과 예의를 땅바닥에 던져버리고 있다. 마트형 카달로그같은 '원 플러스 원' 공약만 보고 좋다며 박수를 치는 '파워포인트'식 요점 정리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 2007 대선은 마치 마트 사장 뽑는 모양새같다. 
스스로 문화를 만들지 못하도록 막혀버린 새로운 세대와 욕심많은 구세대가 사회에서 충돌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그들의 욕심은 모든 것을 빠르게 집어삼키려고 할 것이다. 그리하여  빠르면 내일 저녁부터, 한국적 파시즘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 것이다. 
북한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놓고는 좌파라 욕하면서, 국가가 운하를 파서라도 일자리를 만들어주길 원하는 '사회주의 정책'을 욕망하는 이 나라 국민들의 분열증이 안타깝다. 모두들 사회복지가 어떤 사상의 역사를 거친 것인지는 몰라도, 필요성 자체는 뼈져리게 실감하고 있는 거겠지.

1등이 누가되든, 지지의 표명은 필요하다. 무식한 정치인들은 2등 이하를 놓고 비웃겠지만, 절대적인 1등 자리를 내줄 순 없다. 싸이 방명록처럼 투표자의 실명이 거명되지 않는 투표용지 한 장일지라도 '다른' 무리가 있음을 알려야만 한다. 그래서 우리는 투표를 해야만 한다. 자신이 '점입가경' 양파형 비리 인간이라는 걸 알아서 보여주고 있는 MB가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면 할 일은 더 많아진다. 환경운동도 더 치열해져야하며, 눈과 귀를 예전보다 더 크게 뜨고 세상을 감시해야만 한다. '대통령은 국민의 수준의 바로미터'라는데 한국인인 내가 MB급으로 하향평준화된다는 쪽팔림도 견뎌내야만 한다. 비호감 얼굴 때문에 TV 뉴스 시청률이 급락할지도 모르지(하도 각종 이벤트로 낚는 인간이긴 하지만). 

투표합시다.(MB쪽은 걍 주무세요) 


세 번째 하는 대통령 선거였고 역시나 주류당을 찍지 않았다.

이명박 vs 정동영이었다고. 이명박이 싫다한들 몰표 어거지도 한계가 있지. 투표 안 하는 애들을 붙잡고 설득해라, 노동자 후보 지지하는 3%도 안 되는 소신 투표자들 귀찮게 하지 말고, 그런 입장이었다.

김대중 노무현 10년의 재임 기간 동안 맘 편히 지냈던 것도 아니었다. 역시나 여러 사람들이 죽고 스크린쿼터는 반동강이 나고 가계부채는 늘어나고 내 집 소유는 백일몽에 지나지 않았다. 어떻게 더 망가질까 싶었다. 그 해 말 대통령 선거 때는.  

와 근데 탐욕의 끝을 보여주는 초인이 존재할 줄이야.

얌심도 없는 사이코패스 수퍼히어로가 등장해서 말아먹을 수 있는 건 다 말아먹었지 뭐야. 

씨발. 정말 4대강 파서 운하 삽질 할 줄은.

명박이 퇴임 시계를 랩탑 위젯으로 깔아놓고 2년을 보냈다. 진보신당에 약소한 회비 납부하며 촛불 들고 화이팅하는 게 최대한의 정치적 행위였달까.(사실 '촛불' 이미지가 너무 간지러워서 잘 들진 않았다) 

그러다가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한국을 떴다.

와 이거 <접속> 때 보고 비겁하다고 분노하며 욕했던 지식인의 도피성 이민인 거냐.

사실 그게 아니라 자판기처럼 글 찍어내며 푼돈 받는데 지쳐서 다른 살 길 없나 하고 생존 모색한 것에 가깝다.

안에서 근근한 삶, 밖에서도 근근하더라고.

3년을 서울에서 더 뒹굴었다한들 중산층에 진입했을 리가 없다. 점점 사라지는 일자리에 신세한탄만 늘었을까.

그러나 모를 일이야.

내가 서울에 있었다면 나꼼수 신자라도 됐을지 누가 알겠어.

똑똑한 친구들이 종교적으로 변해가는 걸 보니까 나이 들면 천만번 흔들리다 맘 둘 곳을 잘못 판단하고 불시착 하는구나 싶다고.


잘 모르겠지만 서로 정반대의 절박한 상황들이 있는갑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선 아파트로 돈맛 본 분들 있다고 하니 4대강이든 뭐든 팔 수만 있다면 파서 계속 돈 굴리고 싶을 테고, 돈돈 욕망에서 벗어나 사회보장 좀 잘 건설해서 북유럽풍 우아한 얼반 라이프 구가하고 싶은 도시의 신중년층. 빨갱이 젊은 것들 지네끼리 어울리는 거만한 모습에 치를 떨며 소외된 노인의 단합을 보여주고자하는 조부모님층. 쌍팔년도 스타일 아픈 청춘따위는 사양하고 싶은 신입 투표권자들.

 

5년의 시간. 수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수많은 입장들. 수많은 의견들. 수많은 목소리들. 수많은 눈물들. 수많은 좌절들. 수많은 실수들. 수많은 분노들. 수많은 죽음들. 

앞으로 5년. 지난 5년보다 웃을 일이 많기를 빈다. 

Be fes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