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cheap summer] central park summerstage

marsgirrrl 2011. 10. 9. 05:18

여름 지나간 지는 오래됐지만
기록하려고 했던 건 기록해두고 지나가자.
이번 주말은 쌩쌩 불던 바람이 좀 잦아 들고 모처럼 햇빛 내리쬐는 날씨.

요즘 들어 많이 듣는 말은 '뉴욕은 역시 가을'이라는 것이다.
어디서 유래됐는지 확실치는 않지만(아마도 위노나 라이더와 리차드 기어가 나왔던 옛날옛적 영화 때문이긴한데)
많은 지인들은 뉴욕은 가을이라며 뉴욕을 가려면 가을에 가야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나로선 센트럴파크 낙엽보다 설악산 단풍이나 바라보면서 수제 막걸리에 감자전이나 먹는 게 더 운치있다고 생각하지만.
(엉엉 먹고 싶다. 설악산 자락의 도토리묵과 백숙)

두 해 가까이 살아본 결과
나는 뉴욕의 여름이 사계절 중 제일 좋다.
가장 큰 이유는 야외에서 하는 '무료' 콘서트가 매주마다 몇 건씩 벌어지기 때문이다.
썸머드레스나 핫팬츠를 입고 맥주 한잔 들이키며 음악 감상하는 그런 주말이 나에겐 가장 이상적.
그래서 음악 좋아하는데 공연 쫓아다닐만큼 넉넉한 노잣돈이 없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여름에 뉴욕 오라고 권해주고 싶다.

센트럴파크 72번가쯤 동쪽에선 여름마다 '썸머스테이지'가 진행된다. 장르불문하고 다양한 뮤지션들이 무대에 선다. 유료도 있고 무료도 있다. 유료 콘서트는 안 가봤지만 나무로 둘러싸인 숲에서 진행되니 실내와는 다른 활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에는 이 곳에서 하는 '썸머스테이지 오페라'에 왔었다. 그해 오픈하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쇼케이스 격인 행사.
오페라 전공한 일본 친구의 설명을 들으면서 오페라에 빠져들었던 저녁이었다.

올해는 인디밴드 콘서트 시리즈를 방문.
무려 인디밴드 라인업이 '컬트(The Cult)' '네이키드 앤 페이머스(The Naked and Famous)' '프렌들리 파이어(Friendly Fire)'라는, 여름만해도 엄청 뜨고 있는 신인 밴드들이었다.(지금은 이미 한물간 밴드가 되어버린 신세) 
후덥지근한 날에 엄청 헤매다 도착했더니 이미 사람들이 북적북적. 마이너 밴드들이기 때문에 장소가 미어터질만큼 관객이 많은 건 아니었다. 그래도 인디밴드 공연 보러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멋쟁이 언니오빠들의 향연.(이제는 너무 많이 봐서 신기하지도 않음)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더니 자리가 뒤쪽밖에 없어서 밴드 얼굴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누구나 환영하는 센트럴파크 썸머스테이지 입구

저 멀리 보이는 썸머 스테이지

뉴욕대 출신 남녀 듀오 컬트가 공연 시작

브룩클린에서 온 아이스크림 가게

역시나 브룩클린 벼룩시장의 명물 아시아 독. 김치가 들어간다는데 별로 안 좋아해서 안 먹어봤다

일찍 온 사람만이 앉을 수 있는 사이드 좌석!

뉴질랜드에서 온 네이키드 앤 페이머스는 엄청 수줍어하며 공연

옆에서는 바로 상품 판매. 음악 듣고 바로 득템 중인 팬들


이날 오후에 영화 시사회를 가야해서 영국산 밴드 '프렌들리 파이어'는 포기하고 돌아섰다.
가장 보고 싶었던 밴드는, 여름 내내 흥얼거렸던 'Young Blood'의 네이키드 앤 페이머스. 역시나 팬들 사이에 유명한 곡이라 소극적인 떼창이 이뤄졌고. 뉴질랜드에서 온 어린 밴드는 뉴욕 애들이 열광하니 엄청 수줍어하며 인사. 그들의 심심한 뮤직비디오는 예전에 한 번 포스팅한 적이 있다. 

여름 공연들이 넘쳐나서인지 관객들 분위기도 한결 여유롭다. 애타게 공연을 사수해야 한다는 헝그리 정신같은 게 없달까.
센트럴파크 말고 뉴욕 공원 곳곳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매주 한 건 이상씩 벌어진다.
그런 거보면 뉴욕 애들은 정말 복받은겨.
이 공연의 후기도 당시 연재하고 있던 아이폰/아이패드 음악앱 '비트윈'에 실으려고 했는데 결국 수익모델을 못 찾았는지 시작된지 몇달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점점 뉴욕의 문화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져 간다. 뭐, 그렇게 수요도 없는 거같고.

가장 아까운 공연은 허리케인 온다고 취소된 Afro Punk 페스티벌이었다. 씨로 그린, 저넬 몬래, 토리 이 모이를 비롯해 수많은 뮤지션들이 이틀 동안 나오는 공짜 페스티벌이었는데 결국은 취소. 퀵실버가 서핑 대회 후원하며 한다했던 플레이밍 립스 및 캣 타워 등의 사이드 공연들도 허리케인 때문에 취소. 지금 생각하니 허리케인 아이린 때문에 난리쳤던 일도 먼 과거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