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심심한 건 아니고, 뮤직비디오 컨셉이 '심심해서 못 살겠어 청춘'이랄까.
(사실은 뮤직비디오들이 별로여서 음악만 들을 때보다 호응이 반감된다. 꼭 음악만 들어보기를.)
시카고 출신 신인 밴드. 이 노래와 뮤직비디오 만들 때만 해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할 일 없어 방황하던 청춘들이었던 거 같은데 요즘 여기저기서 띄워줘서 공연이 늘 매진 사태. 백수 남자 애들 셋이 모여 보내는 심심한 주말. 얼마나 심심하면 집에 있는 도끼 들고 나가서 나무에 글씨나 새기겠어. 인터뷰도 읽어보니 정말 심심해서 음악 하게 되었단다. 티렉스와 비치보이스를 섞은 것같은 음악이다.
미드에서는 늘 부잣집 도련님들이 나오지만, 대개 이 곳의 애들에게는 부모 돈이 자기 돈이 아니다. 미국 애들이 엄청나게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부모에게 자립 못 하는 것인 듯.(<빅뱅 씨어리> 하워드 '석사'의 설정이 비웃음 당하는 이유도 이 때문) 그런 애들이 바로 '루저'. 그리고 나는 예나 지금이나 루저 송을 좋아한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걸 듣고 Passion Pit의 신곡인 줄 알았는데 (신랑은 MGMT인가 했음) 알고 보니 뉴질랜드의 심심한 청춘들. 뮤직비디오에서 심심해서 못 살겠다는 분노가 느껴진다. 특이한 점은 뉴질랜드의 자연 환경을 살려 자연 속에서 심심함을 이겨내 보려고 애쓴다는 것. 뉴질랜드의 미래라는데 이 곡에 비해 다른 곡들은 무난한 편. 'The naked and famous'란 이름에서부터 심심한데 밴드나 하자며 막 지은 것같은 느낌이 풍긴다.
'심심해 죽겠어 청춘'계 뮤직비디오의 원조로는 스매싱 펌킨스의 '1979'라든가 벡의 'Loser'같은 게 있다.
심심한 청춘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게 훌륭한 어른이 되는 길이랍니다.
결론은, 요즘 스미스 웨스턴즈의 'Weekend'를 주말마다 듣고 있다. Girls 이후 최고 정감 가는 루저 청춘 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