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music documentary

다큐멘터리 <God Bless Ozzy Osbourne>

marsgirrrl 2011. 4. 26. 14:18

옛날 사진 보면서 기억을 더듬는 오지 할배


오지 오스본의 장수 비밀은 록음악계의 미스터리 중 하나. 폭스 뉴스에서는 마약과 술에 쩔어 산 록커가 어떻게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뉴스로 내보낸 적도 있다. 60세가 넘은 오지 오스본은 여전히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투어를 한다.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공개된 <God Bless Ozzy Osbourne>은 헤비메탈의 아버지이자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의 장수 비결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다. 사실은 알콜중독 록스타의 생존 수기에 가깝다. 일전에 <Hit so hard>도 홀 드러머의 '갱생기'였는데, 요근래 음악 다큐계에선 청춘을 미친듯이 불태우고 살아남은 록스타들에게 경배를 바치는 스토리텔링이 유행인가 보다.

영화의 오프닝은 아르헨티나 공연 시작 전 뒷무대다. 홀로 있는 오지 오스본은 간단한 운동을 하고 여러가지 발성 연습을 한다. 입고 있던 검은 티셔츠 그대로 무대 위로 이동. 왕년의 히트곡들에 열정적 헤드뱅잉 인사를 보내는 무대 아래 팬들은 놀랍게도 청소년이 대부분이다.  
시간은 다시 플래시백. 오지의 목소리를 통해 데뷔 시절 기억이 펼쳐진다. 영국 버밍햄의 노동자 동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공장에 취직하는 게 전부였던 동네. 물건 훔치다가 경찰에게 잡혀 6주간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출소한 오지는 비틀즈를 듣고 록스타가 되기로 결심했다. 마침 밴드를 준비하던 동네 청년들이 보컬을 구하던 중 오디션을 통해 오지를 발견. 그렇게 전설의 밴드 블랙 사바스가결성됐다. 

블랙 사바스는 앨범을 내놓자마자 엄청난 스타덤에 올랐고, 곧 오지는 통제불능의 록스타로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마약과 술이 일상이었던 밴드 생활. 아이도 둘이나 생겼으나 아빠 노릇은 거의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술로 방황하던 오지를 견디다 못한 밴드 멤버들은 결국 그를 잘라 버렸다. 잠시 자신감을 잃었던 오지는 자신의 이름으로 밴드를 결성. 인생의 '절친'이었던 전설의 기타리스트 랜디 로즈를 만나 제2의 전성기에 돌입했지만 곧 비행기 사고로 랜디가 죽고 말았다.
 
오지 오스본은 그 뒤로 마약과 술의 나날을 보냈다. 2000년대 중반에 방영된 리얼리티쇼 <오스본 쇼>는 그의 가족을 미국 최고의 막장 가족으로 만들었다. 알콜중독자 아빠의 모습이 여과없이 방송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아들의 마약중독에 충격을 받은 오지는 결국 모든 마약과 술을 끊고 오지 뉴 버전이 됐다. 다큐의 핵심은 <오스본 쇼>로 희화화된 오지 오스본의 이미지를 다시 록스타의 위치로 되돌리는데 있다. 리얼리티쇼 스타가 아니라 레전드 록커라고 재확인을 해주는 셈이다. 
 
오지 오스본의 음악들이 계속 울려 퍼지고 존 프루시안테(레드 핫 칠리 페퍼스), 토미 리(머틀리 크루), 로버트 트루질로(메탈리카) 등의 후배들의 말들이 이어진다. 성찬만 있는 건 아니다. 가족들은 자신들의 시점으로 오지 오스본의 면면을 가감없이 증언하고, 루머와 관련된 뒷 이야기가 솔찬히 폭로된다. 음악사적인 진지한 분석은 거의 없다. 게다가 오지 오스본은 마약과 술 때문인지 기억력도 좋지 않아 많은 디테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과거 비디오 클립들을 보면서도 마치 남의 집 자식 보는 듯 한다. 하지만 오지 오스본이 이렇게 소탈한 자세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건 아마 처음일 것이다. 

가장 충격적인 일화는 토미 리의 증언에서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난잡하게 노는 밴드로 유명했던 머틀리 크루와 오지 오스본 밴드는 호텔에서 항상 같이 파티를 하곤 했는데...하루는 오지가 5성급 호텔 방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더러운 짓을 했단다.(볼 분들을 위해 스포일러라 자삭) 그걸 목격한 토미 리는 겸손하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아무리 막 놀아도 오지에 비하면 낮은 레벨입니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거쳐 이제야 운전면허도 따고 자신의 건강도 염려하는 오지 오스본을 아내인 샤론 오스본 여사는 이렇게 평가했다. "이제 성장을 한 거죠. 다른 사람보다 좀 오래 걸렸달까요.(해탈의 미소)" 사실 내가 진정 존경을 보내고 싶은 분은, 오지의 비행 및 폭력 및 무심함을 모두 견뎌내며 아이들을 키워내고 남편을 사람 만든 샤론 오스본이다. 

오지 오스본과 함께 열정의 6~70년대를 만들었던 록커들은 죽거나 사라졌다. 인터뷰를 하는 블랙 사바스 멤버들은 장발은 간데 없고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그러나 눈빛은 날카로운) 노인들의 모습이었다. 죽은 사람을 전설로 만드는 것보다는 살아서 전설을 지속시키는 게 몇 백배는 더 어려워 보인다.
인생은 크레이지 트레인. 승차를 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로구나.

* 그리고 상영 뒤 있었던 기자회견

감독님 두분과 프로듀서인 아들 잭 오스본, 그리고 오지님

줌을 해 보았어요


+ 감독들은 오지 오스본의 엄청난 팬. 마이크 피시텔리 감독은 스케이트보드와 하드코어 음악과 여자가 좋아서 고등학교 중퇴하고 포르노계에 입사. 촬영에 매료되서 나중에 이기 팝, 존 프루시안테 등의 뮤직비디오 연출한 드라마틱한 인물. "오지 오스본은 헤비메탈을 만든 사람 중 하나죠. 음악 산업의 역사로 봐도 끌리는 부분이에요. 그러나 가장 놀라운 건 60년대 록커 중 오지처럼 10대 팬들에게 공연 티켓이 팔리고 공연이 늘 매진이 되는 사람은 없다는 거죠." 
+ 잭  오스본 왈, "저녁을 먹다가 아버지가 좋은 영화 아이디어가 있냐고 물어보시기에 아버지를 촬영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러자고 해서 바로 카메라를 놨죠. 친구인 감독들에게 연락을 해서 만들자고 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다큐멘터리입니다."
+ '이 영화에서 나오는 당신의 인생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뭘까요?'라는 기자의 물음에 오지님은 "생존!"이라고 명쾌하게 대답. "내 친구들은 거의 죽었는데 육십 넘은 나이에도 이 일을 할 수 있다니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 "가족들이 모두 모이면 보통 말싸움을 합니다. 별로 모일 일은 없긴 한데...에이미와 켈리가 싸우는 걸 좋아해요. 대개는 분위기가 괜찮아요. 크리스마스에 외출하면 가관이긴 한데...궁극적으로는 사랑스러운 가족이죠."라는 잭의 말에 오지의 반응은 "음........"이여서 기자들이 폭소.
+ 루머 중 가장 황당했던 것은? "놀라운 점은 말이죠. 사람들이 지금까지 내가 박쥐 머리를 진짜로 물어 뜯었냐고 물어요. (같은 소리 울리는) 동굴에서 사는 기분이라니까." 이건 사실 우리 신랑도 궁금해했던 것. 영화에서 오지는 이에 대해 "홍보성은 없었다. 단지 약에 취해 뭔 짓을 하는지 몰랐을 뿐"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