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오기 전 살았던 동네는 독립문 건너편인 '무악동'이었다. 어머니들의 처지로 인해 독립을 할 수밖에 없어진 나와 현재 신랑은 보증금 500만원을 들고 방 두 개짜리 월세집을 보러 다녔다. 내 직장은 중림동이었고 신랑은 충무로로 출근하던 때였다. 서대문, 충정로 등지를 돌다가 마지막으로 보자며 향한 곳이 독립문이었다. 걸어올라가기 벅찬 험한 산고갯길에 다세대 주택들이 다닥다닥 모여있었다. 그런 험난한 곳에서조차 우리 돈으로 구할 수 있는 최선의 공간은 하수구 냄새가 빠져나가지 않는 반지하 방이었다.우리는 하루종일 돌아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 곤란해하고 있었다. 그때 중개인은 마치 최후의 카드처럼 "이사 날짜만 미루면 괜찮은 집이 있는데"라며 말을 건넸다. 중개인이 데려간 곳은 독립문 역에서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