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hot shot

Bowie's out

marsgirrrl 2013. 3. 14. 15:16

보위 오빠가 돌아왔다.
은퇴한다더니 삶이 영 심심했는지 트렌드 정점을 장악하며 요란하게 컴백. 현재 트렌드 리더로서의 경쟁자는 저스틴 팀버레이크. 수트와 타이 잘 차려입은 JT와 노년의 애잔한 마음을 노래하는 데이빗 보위와의 배틀이라뇨. JT도 놀랐겠다. 

'The Stars (Out Tonight)'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서 노년 분들과 어린 분들이 함께 유튜브에서 동거동락하고 있다. 
섹시 노인 보위는 아내와 함께 장을 보는 일상을 보내던 중 아내의 '위 해브 어 나이스 라이프'에 버튼이 눌리고. 그와 함께 음악계 미친 전설로 회자되는 자신의 젊은 시절이 옆집으로 소환된다. 기발한 비행을 일삼던 그가 이제는 옆집 젊은이들 소리에 시끄럽다는 반응을 하는 현실. 갑자기 보위는 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 의 환상에 빠져버린다.
보위와 틸다 스윈턴이 각자의 존재인지도 애매. 둘 다 중성적인 분들이라. 어느새 평범하게 늙어버린 노인분들의 심란한 마음을 초현실적으로 표현한 뮤비인데, 컨셉 자체는 좀 촌스럽기도 하다. 근데 언제나 '환상 속에 그대' 같았던 보위가 싸구려 쇼핑 카트를 끌고, 말끔한 틸다 스윈턴이 민망한 비닐 캡에 에어로빅 츄리닝을 입고 있는 모습이 스타 망가지는 류의 재미를 주긴 한다.
노래는 뭐. 
두 번 들을 때보다 세 번 들을 때가 좋다. 문제는 노래만 들으면 별 감흥이 없고 비디오랑 같이 봐야 감흥이 생기는 경우.
<런어웨이> 감독이자 대표 뮤비 중 하나가 마릴린 맨슨의 '뷰티풀 피플'인 플로리아 시지스몬디 연출.
 



그 전 싱글 'Where Are We Now'는 더 애잔하고 자기회고적인 톤이었다. 베를린에서 쓴 것같은 노래말엔, 한때 잘 놀았으나 지금은 걸어다니는 시체같은 자신의 모습을 녹여넣었다. 게다가 배경은 키치스런 아트 오브제들이 나뒹구는 공간이다. 곰발바닥같은 데 얼굴 붙인 키치 아트같은 존재가 되어 스스로를 자조하고 있는 셈. 명시되는 가사에선 구닥다리 좀비가 되어 시대를 방황하고 있는 아저씨의 마음이 절절하게 드러난다. 

아, 보위 오빠와 최백호 오빠를 만나게 해주고 싶다. 



꽃미남은 늙어서 꽃중년이 되고 꽃노인이 되니, 보위님 앞에선 화무십일홍도 다 뻥임.

젊어서 미남이 늙어서도 그나마 미남. 단, 내추럴 본 미남일 경우.

곱게 늙으셨지만 늙은 건 사실이라서 목소리도 예전같지 않다. 들어주는데 한계가 있어서 앨범을 통으로는 못 듣겠다.

한때는 바에서 주구장천 보위 곡만 신청하는 보위교도였으나, 음, 우리 아름다운 기억은 기억으로만 남기도록 해요.


얼굴이 너무 자신 있어서 젊은 시절 뮤비는 죄다 얼굴 중심. 

Life on Mars? 광대의 댄디즘 버전. 픽셀이 깨져서 화상도가 낮아지니 얼굴 자체가 무슨 팝아트 그림같기도 함.

60년대 말부터 70년대를 이러고 사셨던 분이 노말한 파크 라이프에 현기증을 느끼는 게 당연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