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스파이더맨 뮤지컬

marsgirrrl 2010. 12. 2. 23:01
(하루 하나 블로깅 실천하려고 열심히 썼더니 티스토리 점검중, 티스토리가 내 길을 막는구나)

봄에 타임스 스퀘어 근처 뮤지컬 극장가를 걷다가 '스파이더맨 뮤지컬' 광고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감독은 <라이언 킹>의 줄리 테이머(영화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이고 음악은 U2의 보노와 에지라니! 아무리 그래도 '스파이더맨'을 왜 뮤지컬로 만들어? 노래하는 스파이더맨이 보고 싶어요, 진정?
그 당시엔 '2월 오픈'으로 표기되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제작상 여러가지 문제로 미루고 미뤄져 11월 28일 첫 선을 보이게 됐다. 사실 이것도 11월 14일 오픈에서 두 주 미뤄진 것. 첫 선을 보이기 전에도 예정되어 있던 스케줄이 계속 취소되서 무슨 문제가 있나 했다. 송고를 예약한 기사가 있어서 어찌됐든 마우스를 움켜쥐고 잽싸게 뒷좌석을 예약. 그래도 무려 100달러 상당.
공식 공연은 2월부터이고 지금은 일종의 '프리뷰' 기간이다. 모니터링을 한 뒤 좀 더 수정을 거칠 수도 있을 것 같다. 첫 공연이 끝난 뒤에는 각종 비난 여론이 뒤따랐다. 일단 스파이더맨 등이 와이어를 타고 객석을 날아다는 게 묘미인데, 자꾸 실수가 연발되어 관객들이 4시간 동안 공연을 관람했다고 하더라. 게다가 수많은 스파이더맨 (만화) 팬들이 뮤지컬이 망하는 꼴을 보고 싶어해서 무슨 이야기를 만들어내든 욕을 먹을 건 당연해 보였다.

홍보용 비주얼인데 이렇게 쓰리섬으로까지 날아다니진 않더라고


전반부는 모두가 알고 있는 스파이더맨 이야기 그대로다. 중요한 포인트만 뽑아내서 화려하고 신기한 무대장치와 함께 보여준다. 그러나 첫 막을 장식하는 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라크네'다. 아데나의 저주로 독거(!) 거미가 되는 아라크네의 이야기를 전제로 스파이더맨 만화를 섞었다. 게다가 간간히 4명의 스파이더맨 마니아들이 화자로 등장해 시점을 교란시킨다. 액자 구조를 시도한 것 같은데 어떤 때는 괜찮고 대개는 유치했다. 이렇게 삼중주로 이야기를 꼬아놓으면서 스포트라이트가 마구 분산됐다. 물론 처음에는 아이디어 빛나는 무대장치들, 눈앞으로 날아오는 스파이더맨(한번의 실수가 있었지만), U2스러운 록음악 도배질 때문에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문제는 <스파이더맨> 2편과 3편을 짬뽕한 듯한 두번째 파트. 줄리 테이머의 신화 리믹스 욕망과 로맨스 클라이막스 때문에 손발이 오글오글. 유투와 에지의 음악으로도 구원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더 자세한 품평은 원고를 마친 다음으로 미루겠다.
결론은, 역시나 괴작. 뮤지컬 역사상 최고 제작비가 투입된(6500만 달러) 괴작되겠다. '스파이더맨이 태양의 서커스를 만났다'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 그리고 거미를 싫어하면 보기 힘들 듯. 화려한 LED로 펼쳐지는 영상, 끝없이 움직이는 무대, 만화체를 그대로 반영한 부분들 등 돈 들어간 무대가 가장 인상적.
코스프레 마니아라면, 스파이더맨을 보고 꿈꾸었던 궁극의 코스프레 경지를 접할 수 있겠다. 유치한 개그 수준으로 봐서는 어른들보다는 확실이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한 뮤지컬로 보인다.

주인공은 리브 카니.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밴드의 보컬이자 줄리 테이머의 영화 신작 <템페스트>에도 출연.(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헬렌 미렌과 벤 위쇼밖에 안 보임) 
42번가에 바로 위치한 FOXWOOD THEATRE가 메인 극장. 앞쪽 티켓은 30만원이 넘어간다. 수퍼히어로들과 거미가 날아다니는 걸 제대로 보려면 중간층이 좋을 듯. 발코니는 앉은 상태에서 왼쪽 출구 쪽이 좋다. 거기가 배우들이 들락거리는 지점이더라고.

spidermanonbroadway.mar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