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과 2010년 사이. 21세기의 첫 10년. '세기'의 단위로 보면 미미한 시간이지만 개인의 인생사에선 엄청난 '벤처' 시기였다. 나에 대해 말하자면, 1998년을 힘겹게 넘기고 1999년 동안 대충 4학년을 다닌 다음, 드디어 대망의 2000년에 대학을 졸업하며 사회로 나왔다. 한편에선 Y2K를 기대했지만 2000년 새벽에도 어떤 오류 없이 시간은 똑같이 흘러갔다. IMF의 절망은 어느새 벤처 시대의 장미빛으로 덮어 씌워지고 있었다. 나는 '평등하고 광범위한' 리뷰 사이트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진 벤처 회사에 입사했다. 영화잡지계의 몇 베테랑들이 창립멤버여서 사업 중 하나는 자연스레 '21세기를 선도할 문화잡지'가 되었다. 투자자는 사교육으로 돈을 긁어모으던 학원 쪽이었다. 창립자들은 변혁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