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이었다. 나와 친구는 회사원이 됐고 음악이 고프면 신촌에서 만났다. 우연히 발견한 바에서 주인장과 친구가 됐고, 아티스틱한 아지트가 로망이었던 우리들은 그 곳에서 몇년을 보냈다. 냅스터를 비롯해 P2P 프로그램이 마치 게릴라 바이러스처럼 퍼지던 시절에, 우리는 그동안 안 좋은 음질로 들어야했던 90년대 및 20세기 명곡들을 mp3 플레이로 밤새도록 감상했다. 언젠가 친구는 급부상하고 있는 무보컬 일렉트로닉 음악을 들으며 말했다. "일렉트로닉은 정말 적응이 안돼." 홍대의 록카페들이 테크노바로 변해가던 와중에 호기심에 MI를 갔다가 아이들이 디제잉을 바라보며 '불신지옥'하는 듯 춤추는 분위기가 낯설어 도망쳤던 기억이 있다. 우리를 구원했던 건 명월관의 어떤 DJ. 회사에서 막 퇴근한 아저씨가 양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