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을 처음으로 인식했던 때는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었다. 혼자서 영등포 역을 갈 일이 있었는데 사람 북적이는 환승로에서 낯선 아저씨가 갑자기 팔짱을 끼더니 어딘가로 끌고 갔다. 놀라서 말도 안 나오는 가운데 아저씨는 내 가슴을 만지더니 금새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10대 시절엔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면서 수많은 성희롱에 시달려야 했다. 만원 버스 안에서 의도가 분명한 손길들이 느껴졌고, 심하면 교복 치마 속으로 손이 들어왔다. ‘꺄악’하고 소리를 지르면 손은 바로 사라졌다.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공간에서 누가 범인인지 찾아낼 수가 없었다. 20대에 지하철을 타고 1시간 넘는 거리에 있는 대학교를 다닐 때도 추행의 손길들이 빈번하게 내 몸을 가로질렀다. 어느 날 이렇게 겁에 질려 살 수는 없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