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레슬링 스타는 녹록치 않은 몸을 이끌고 오늘도 무대에 선다. 관중도 적은 무대에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지만 노가다 백날 뛰던 사람이 안 뛰면 더 병나듯, 레슬러는 그렇게 습관적으로 링으로 향한다. 올라간 링 위에서는 프로페셔널 마인드를 잃으면 안된다. 백전노장은 적절한 타이밍에 손수 상처를 내서 피범벅이 되고, 적절한 타이밍에 반전의 재미를 선사한다. 링 밖에 그들을 향해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는 외롭지 않다. 그러나 램 짐의 쫄쫄이를 벗고 체육관 밖을 벗어나면 그는 '루저' 로빈 램코스키일 뿐이다. 레슬링의 '레'자도 모르는 아이들과 한판 놀아주거나, 자신이 주인공인 80년대 닌텐도 게임이나 부스럭거리고 있다. 돈도 없고 약으로 버텨야 하는 삶. 유일한 가족인 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