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감독은 친절하게도, 전투기 폭격으로 이라크 성벽의 벽돌들이 '클래쉬 오브 클랜'처럼 굴러떨어지는 오프닝부터 영화의 톤에 대한 암시를 해준다. 혹시나 007의 아류작을 기대하고 온 이들이 주파수를 잘못 맞출까봐 007스런 느끼한 오프닝을 지양하고 초지일관 귀엽고 발랄한 무드를 밀어붙인다. 전형적인 007형 스파이는 설원의 산장에 등장하자마자 고전 무협 영화 스타일을 환기시키는 '반동강으로 쪼개지며 최후'를 맞이한다. 신사의 품격을 지키는 수트맨 비밀조직이 지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먼저 하는 일이 악당에게 바로 날아가는 게 아니라 머릿수 맞추기 위한 취업 면접이라는 점은 허를 찌르는 플롯이다. 악당이 철밥통 공무원 일자리 티오를 마련해주는 셈이고, 그 티오로 채워진 요원이 도리어 악당을 공격하는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