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어른으로서

marsgirrrl 2009. 5. 14. 23:53
우연히 <뉴스후>를 보게 됐다. 청소년 범죄에 대한 것이었고, 어차피 흥미 위주로 보도할 거라고 생각했다. 10대 아이들이 10대 아이들을 폭행하고, 살인까지 하는 등 진정 '막장'의 행각이 이어졌다. 근데 이런, 생각보다 마음이 아프다. 인간의 형상을 했지만 이건 동물이나 다름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잘못했습니다'라고 인정하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이다.
요즘 정치판부터 나의 일상까지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하는 말을 빈번하게 듣는다. 남의 잘못, 혹은 사회의 잘못, 시스템의 잘못이라고들 말한다. 어린 아이들의 부모는 자식들 감싸기에 바빠서 지들이 잘못 키웠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학교도 가관이었다. 자기네들 학교 학생이 절대 그런 일을 벌일 수 없다고 한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고 누구도 책임이 없다고 한다. 어른의 심판을 노심초사 기다렸던 아이들은 이런 결론을 두고 헷갈릴 수밖에 없다. 이거 잘못이 아닌 건가?
지금 사회는 경쟁에서 이기면 그게 '선'이 된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에 앉아있기까지 하다. 윗대가리들의 '무도덕'한 짓들은 그대로 전염이 되서, 사람들은 그냥 우기기만 하면 그게 '무도덕'이 아닌 걸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못을 인정하는 짓은, 말 그대로 '손해'가 된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손해'는 '나쁜 짓'이다. 선과 악 중에 악이 나쁜 게 아니라, 손해보는 짓이 악이 되는 것이다.

잘못했다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어른이라면 잘못을 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 변명과 책임 전가가 답이 아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해결의 지점을 찾을 수 없다. 역사 청산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한국. 역사적으로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아왔던 이 나라. 책임 전가와 변명이 국가의 감수성이 되고 있다.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부끄럽다. 가슴이 먹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