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PSI 갤러리

marsgirrrl 2011. 7. 9. 11:34

친구가 명언을 남겼다. 
"하루는 긴데 왜 한 달은 짧을까?"
 
벌써 7월. 난 1년 동안 무얼했나 생각하면 그저 멍. '적응'이라고 답하면 될까? 눈가에 늘어나는 주름과 처진 뱃살로 증명되는 중력의 존재감 등등 내 한몸의 물리적인 변화로만 세월을 실감할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는 나나 주변 지인들이나 삶이 서서히 '인생력'을 쌓아갈 때인가 보다. 아이들은 쑥쑥 자라고, 혹자는 이혼을 한다 하고, 어떤 이는 사고로 인생이 뒤바뀐다. 지난 1년 동안 '나 자신'과 '주변인들' 중 내 인생에 영향을 더 많이 끼친 건 어느 쪽일까. 수줍은 성격이어도(하!) 아리스토텔레스 할배가 오래전 선언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은 절로 증명이 되는 법. 악다구니를 쓰며 살았던 삶은 잠시 접어두고(다른 말로 하면, 게으르게 퍼져 있다가) 인생 어떻게 되는지 보자며 남들 말에 '예스' 남발하며 울트라 오픈 마인드.
그런데 <브뤼트>가 휴간. 흑흑. 그동안 감사했어요.

<브뤼트>에 쓴 마지막 기사는 MOMA와 PS1 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란시스 알리스(Francis Alys) 전시 소개. 일명 컨셉추얼 아티스트인데 작품들이, 충격적으로, 정말 어이가 없다. 예를 들어 500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불러다가 페루 외곽에 개발 잔재로 쌓인 모래산을 하루 종일 삽질. 모래산을 조금 옮기는데 성공한다. 이 작품의 제목은 '신념이 산을 움직일 때'. 이거 볼 때 자동적으로 4대강 개발이 생각났다. 한국 경우에는 신념은 아니고 '부동산이 산을 움직일 때'로 제목 정정. 
얼음 덩어리를 녹을 때까지 하루 종일 끌고 다니는 작품도 있다. 이 분 작품의 특징은 '최대 노력, 거의 무에 가까운 결과'. 얼음 작품 때만 해도 죽어라 노력해서 하루에 1달러 버는 멕시코 노동자의 허무한 삶을 상징한다고 했는데, 산 움직이기에서는 변화를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적 측면이 강화됐다. 최근 작품은 태풍의 눈을 보겠다며 사막에서 태풍을 쫓아다니는 것. 이 모든 작품들의 실행을 기록한 비디오나 서신, 스케치, 메모 등이 전시의 대상이다.
아, 이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 아닌데, 뭘 하나 시작하면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기자혼이 발동. 
아직 브뤼트 블로그에 업데이트가 안 되서 링크도 못 하고.
아무튼 궁금하면 www.francisalys.com 에서 영상물을 볼 수 있다. 

요점은 모마의 대안갤러리이자 쿨한 아트 키드들의 집합소 PS1 갤러리 소개. 퀸즈 롱아일랜드시티의 오랜 공장을 리노베이션해서 만든 미술관이다. 모마 티켓이 있으면 공짜 입장. 나는 금요일 오후에 나눠주는 MOMA 공짜 티켓으로 PS1까지 가는 코스 애용. 동네를 사랑하는 미술관이라 가끔 무슨 행사 때 주민 무료입장을 실시. 한때 공장지대였고 지금도 전철 소리 시끄럽고 상점 거의 없는 불편한 동네인데 PS1과 앞에 있는 5POINTZ 갤러리 덕분에 퀸즈에서 가장 힙한 동네로 변신.

브룩클린 힙스터들이 대성황을 이루는 대표 행사는 여름의 Warm up 파티와 늦가을의 아트북 페어. 뒤늦은 작년 사진 몇 개 투척.

아트북 페어 중, 엄청 인기 많았던 게이 매거진 BUTT 부스

무슨 잡지인지는 기억 안 나고 이때 카메라가 맛가고 있었네

뉴욕 문인들이 숭배하는 앨런 긴즈버그 피겨


그리고 요즘 PS1




주변에 있는 이런 아기자기한 스티커들 좋아요 좋아

싱그러운 컨셉으로 찍어본 PS1

지금 내부 공사 중이라 이 모양

공장 또는 창고였던 곳이라 전시실이 모두 방으로 되어 있다

천장은 한 없이 높고

방에 들어가면 이런 모습. 작품은 찍지 않는 예의 -_-

좁은 복도가 네 동인가 나눠져 있어 약간 미로찾기 같은 구조

언제나 막판에 지름신을 부르는 갤러리 샵

샵 앞에는 카페. 사람 없으면 그냥 앉아 있어도 괜찮음

화장실 세면대의 수도를 찍으려고 한 것뿐인데 어째 가방과 깔맞춤. 사자 헤어 스타일



 와, 오늘은 PS1 포스팅을 해야지, 하고 사진을 살펴 보니 작품들을 찍은 게 없다. 사실 감상하면서 카메라 들이대는 걸 굉장히 안 좋아하기도 하고. PS1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웬만한 뮤지엄이 다 쉬는 월요일에 오픈한다는 것. www.ps1.org

 방을 가득 메운 로렐 내커데이트 Laurel Nakadate의 거대한 셀카 사진들이 좀 압도적이라, 셀카도 거대하게 뻥튀기해서 빽빽하게 걸어놓으면 아트가 되는구나 했다. 결과적으로는 그녀의 나르시시즘적 아트는 너무 얄팍하게 도발적이어서 그다지 감흥은 없었다는 것. 반면 프란시스 알리스의 작품들은 볼 때는 '뭥미' 했는데 계속 잊히지가 앉는다. 예술에 대한 이 호기심을 어찌할꼬.아, 비싼 학문인 미학이라도 공부해야 되는 것인가. 

사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전시(?)는 2시간 동안 본 조도로프스키의 야심찬 영화 <홀리 마운틴>이었어. 포스트 모더니즘 예언서같은 저런 초대작은 두 번 다시 만들 수 없을 듯.

그러니까 뉴욕 오면 PS1 꼭 가봐야 함. 치기어린 작품들도 있지만 그러다가 흥미로운 것들을 만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