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산타를 부르는 퀸즈의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

marsgirrrl 2010. 12. 21. 14:21
할로윈 때 한껏 데코레이션을 해놓은 집들을 보고 놀라자, 신랑은 피식 웃으며 "이 정도는 별거 아니다. 크리스마스 때 엄청난 집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내가 사는 퀸즈의 동북쪽 지역은 아시안과 히스패닉 주요 거주지로 인식되지만, 사실 네이티브 백인들의 주거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네덜란드인들의 초기 정착지였던만큼 오래된 튜더 양식 집들도 찾아볼 수 있다. 자가 주택을 소유한 중산층 분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하는 일은 바로 반짝반짝 조명 데코레이션. 내 추측으로는 '산타를 부르는 데코레이션'이라고 할까.

그 중에서도 과도하게 꾸미는 집들이 있다고 하여 한반중에 동네 드라이브.

첫번째 집 방문

흔히 볼 수 있는 이층집. 마당이 작아 백야드를 전시 공간으로 활용

심슨과 패밀리 가이 캐릭터를 손수 판넬로 제작하는 정성!

뒷마당에 가면 이런 아기자기한 장식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그리고 두번째 집 방문.

멀리 보이는 저 곳은 모텔인가? 백프로 가정집임

집 입구의 풍경. 이 날 집 안에서는 이웃들과 파티 중

사이드 풍경이 재미있군여


아우, 전기세 어쩔꺼야 하는 한국인 마인드가 작용하는 가운데. 드디어 만날 크리스마스 데코 투표에서 항상 1등을 차지한다는 집으로 고고씽.

이 곳이 바로 크리스마스 꾸미기의 본좌댁입니다

건물 구석구석 한 틈의 공간도 놓치지 않는 데코레이션. 수집품들을 전시하는 특별 진열장이 특이

수십년간 모았을 크리스마스 장식물들 대방출.

사이드에는 산타가 대기 중. 벽면을 사탕 조명으로 도배

지붕 위에는 산타가 선물 놓는 조명을


크리스마스를 위해 전기세를 아끼지 않는 주민들의 태도에 감복. 저렇게 열심히 꾸며 놓고 동네 사람들이 구경하도록 만드는 문화가 상당히 신선했다. 자기집 앞에 사람들이 모여서 떠들며 사진 찍고 그러면 번거로울 만도 한데. 본좌네 집은 아이들을 위한 도네이션도 받아서 기꺼이 기부. 그래도 본받을 점 중 하나는 미국인들은 남의 마당을 거닐어도 절대 물품에 손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들에게도 '돈 터치'라고 강하게 주의를 준다. 문화적으로 내 것과 남의 것에 대한 구분이 명확한 것 같다.

맨하탄에 안 사니 이런 토종 주거지의 문화를 감상할 기회도 생긴다. 몇 달 동안 살다보니 복잡한 맨하탄 시내보다는 교외 이층집에서 여유작작 사는 게 더 나아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아직은 도시녀의 옷을 벗진 못했다.

그나저나 우리집의 빈민 데코레이션은 4달러 들인 타이포와 몇 개의 오나먼트가 전부. 트리는 내년에 하고 말테야.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