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성지순례] Midtown Comics

marsgirrrl 2010. 12. 3. 14:01
<스파이더맨> 말이 나온 김에 맨하탄의 좋아하는 장소이자 뉴욕 오타쿠들의 밀회 장소인 '미드타운 코믹스'를 소개하고 싶어졌다. 예전 다니던 학원을 가기 위해선 42번가에서 내려 7번 애비뉴를 따라 37번가까지 내려가곤 했다. 그때마다 호기심을 갖고 지켜봤던 건물 하나.
 

두둥! 들어오지 않고 배길 수 있는가!


파슨스 스쿨 바로 건너 40번가에 위치. 계속 발길을 미루고 있다가 어느 여름날 용기를 내어 2층으로 올라갔다.
가장 큰 동력은 역시나 <빅뱅 이론>. 레너드와 셀던 패거리들이 열광하는 코믹 스토어 장면을 볼 때마다 미국의 만화책방을 꼭 가보겠다고 다짐하던 중이었다.

웰컴 투 오덕 월드. 이곳이 바로 미국 만화계의 성지!


 때는 마침 목요일. 매주 목요일은 신간 만화책이 나오는 날. 퇴근한 회사원들이 마음 두근거리며 이 곳을 방문하는 날.(나가다가 좁은 계단에서 딱 마주침) 한 쪽 벽에는 각종 수퍼히어로들의 위클리 코믹스가 보기만 해도 뿌듯하게 정리되어 있다. 나머지 공간은 수많은 만화책들이 알파벳 순으로 꽂혀 있다. 다른 벽에는 절찬리에 각권 13달러 정도에 판매되는 인기 일본 만화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1달러 안 되는 가격에 파는 과월호 판매 코너도 있었다. 내가 셀던 패거리였다면 열심히 뒤졌겠지만, 아는 건, <헤비메탈> 정도밖에 없었다.
1층의 나머지 공간과 2층을 채우는 건 각종 피겨들 및 캐릭터 상품들.

배트맨과 조커 사이에 늠름하게 서 있는 원더우먼과 수퍼맨

끝없이 새로운 피겨들이 쏟아지는 <스타워즈> 시리즈

스파이더맨은 여기서 또 보네요. 이건 판매 상품 아님

언니는 누구신지. 수퍼맨 네온 사인이 탐난다

이건 아마도 할로윈용 사탕 받는 바구니인듯. 열살 취향이 여든까지 갑니다

2층의 신상 피겨들. 아이언맨과 간달프의 위엄. 그러나 아래를 보면 대세는 역시 스타워즈

그러던 중 발견한 요상한 만화. 내용을 보니 영어강사와 한국선생의 사랑을 그린 닭살 만화. 실화인 듯 한데 이야기나 그림이나 완전 촌스러!


구경하던 중 흐믓하게 주워 들은 대화 몇 개.

# 신간 코믹스 앞에서
A "지금 <스몰빌> 전개가 말이 된다고 생각해? 수퍼맨을 완전 왜곡하고 있어!"
B "<스몰빌>에 신경 끄라고. 나는 이제 포기했어."
(얼마 뒤 수퍼맨을 어둡게 그리는 버전의 등장으로 수퍼맨 팬계가 뒤집어짐. 수퍼맨은 절대 어두워선 안 된다며, 그건 배트맨으로 족한다는 게 주요 골자. 그꼴을 보고 미국 분들의 수퍼맨 사랑을 실감)

# <아이언맨> 피겨를 가르키며
A "아이언맨 2편 봤어? 완전 엉망이었다고. 1편은 괜찮았는데 말이지"
B "수트는 더 멋지긴 하더군."

# 계산대에서 손님에게
점원A "모두들 다양한 수퍼히어로로 시작을 하죠. 수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바이오맨, ...(아무튼 끝없이 열거)"
점원B "그러나 역시 <스타워즈>만한 거 없어!"
점원A "그렇죠. <스타워즈>만한 건 없지. (책을 건네주며) 포스가 함께 하기를."

오 마이 갓, 여긴 정말 미국이구나!
이스트 빌리지에도 멋진 코믹북 스토어 Forbiden Planet이 있는데 이건 나중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