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maybe, don't have to go

marsgirrrl 2009. 12. 29. 22:23

아사노가 감독한 단편영화 <토리>를 보고난 느낌은 '아무리 배우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의 무의식까지 사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한 감독들과 함께 작업해와서인지 그럭저럭 스타일 내는 법을 아는 것같긴 한데, 그게 약간 중2병같은 병맛 기질인 듯 보여서 잠깐의 관람인데도 굉장히 불편했다. 영화 속 아사노 타다노부의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이지, 인간 아사노 타다노부를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어쩌다가 DJ로 한국에 납시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저 날도 역시나 <토리>의 정신을 추구한다면 나는 그에게 엄청난 실망을 하게될 것 같다. 나에게 춤추지 못하게 만드는 디제잉 음악은 삽질 다음으로 천인공노할 죄로다. 한국 배우들이 디제잉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 항상 목격하지 않았는가. 그래도 계속 두 마음이 싸우고 있다는 말이지. 갈까, 말까, 갈까, 말까. 연말에 홀로 시크한 차림(드레스 코드라잖아)으로 리츠칼튼까지 가서 저 멀리 그의 얼굴 보겠다고 벌쭘하게 서있을 생각을 하니, 맙소사. 누구와 가도 아사노 애기밖에는 할 게 없잖아. "보여?" "보여!" 정도의 빠심 대화? 글로 옮기고 나서야 가고 싶다는 마음이 싹 사라지는군. 아사노씨, 해피 뉴이어. 내년에는 쌈빡한 영화로 만나요, 우리.

어쩌면 강남 호텔의 클럽이 싫어서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