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90

[마리끌레르 6월] The Future by Miranda July

* 마리끌레르에 분량이 너무 길어 편집되서 실린 글의 원글 * 제목은 무려 '미란다 줄라이를 좋아하게 되는 법'이라고 붙였지만 사실 좋아하게 되지 않았습니다. -_- * 한국 제목은 고양이팬들을 끌기 위해 '미래는 고양이처럼'이 된 것같은데 아무튼 이 비유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2005년에 등장한 은 소통불가의 시대에 반창고를 붙여주는 듯한 영화였다. 영화속 사람들은 제각각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고, 한편으로는 비슷한 종류의 무심한 타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삶을 살고 있다. 아빠는 컴퓨터에 빠진 아들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손에 불을 붙이고, 여자는 남자에게 존재를 알리기 위해 양말을 양쪽 귀에 씌운다. 이 특별했던 이유는 이렇듯 엉뚱한 소통 방식에 있다..

극장/by released 2012.06.23

06132012 단상들

1. 이젠 06/13/12로 쓰는 게 훨씬 자연스럽다. 한국식 날짜 표기가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 2. 자연스러워지는 게 점점 많아진다. 처음엔 장볼 때마다 놀랐던 물가도 이제는 완전히 익숙하다. 3달러짜리 바케트도 덥썩 사버린다. 2.25달러의 지하철과 버스 요금이 싸다며 하루에 몇 번씩 이동을 한다. 아침을 위해 빵과 쥬스와 씨리얼을 꼭꼭 챙겨놓는 습관. 주말엔 차를 타고 어딘가로 놀러 가야한다는 의무감까지. 살다보니 이렇게 살아지기도 한다. 한국에서 살았던 모습이 점점 희미해진다. 3. 그러나 트위터 때문에 한국도 미국도 아닌 림보같은 데서 살고 있는 듯한 느낌. 4. 2시즌 마지막회를 보고 나서 마음이 허해졌는데 프로메테우스 데이빗이 뿅 튀어나와 스타크니, 라니스터니 하는 애들을 다 잊게 ..

뉴욕 삼천포 2012.06.14

두 개의 케이크

오늘은 먹을 거 이야기. 따뜻한 봄날에 뉴저지에 벚꽃놀이 갔다가 맨하탄을 거쳐 귀가하게된 부부는 오랜만에 된장질을 해보자며 명품샵들 모여있는 거리인 매디슨 애비뉴로 차를 돌렸다. 요즘 뉴욕 온 투어리스트들이 너도 나도 다녀간다는 그 곳의 이름은 LADY M. 뉴욕의 쿨한 가게들은 쿨한 척하려고 간판을 안 보이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이 곳의 간판도 그리 친절하진 않아 잠깐 헤맸다.테이블이 10개도 안 되는 작은 가게라 줄 서는 건 기본. 도착했을 때는 마침 테이크아웃과 스테이 줄이 뒤섞여 대혼란 중. 반 이상이 아시아 사람들. 아시아인들이 특별히 케이크를 좋아하는 것인가.사실 나는 케이크 팬이 아니다. 예전에 오사카 여행 가려고 맛집을 뒤졌더니 사람들이 죄다 케이크 가게만 추천. 서양골동양과자점이라도 꼭..

뉴욕 삼천포 2012.05.19

트라이베카 영화제 - 두 개의 뮤직 다큐멘터리

세번째 트라이베카 영화제. 뉴욕 내에선 공동위원장인 로버트 드 니로 덕에 엄청난 스폰서들이 지원을 아끼지 않는 화려한 영화제이지만, 영화제 자체가 가진 파급력은 그다지 크지 않다. 선댄스영화제 위원장이었던 제프리 길모어가 합류하면서 행사를 마케팅하는 전략은 더 꼼꼼해진 것같다. 세번째밖에 구경 못한 영화제이지만 이 기간 동안 영화제 운영진 물갈이되고 본격적으로 인터넷 플랫폼을 연구하는 시기여서 변화를 지켜보는 게 좀 흥미롭긴 하다. 올해만 해도 몇 편의 상영작을 무료로 인터넷에서 상영하고 온라인 관객들의 별점 투표를 받았다. 프레스 시사회 대신 오후 늦게 하는 일반상영을 보러가면 늘 매진. 사실 관객들도 엄청난 명작을 보겠다는 시네필적 열망보다는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신선한 이야기들을 보고 듣고 싶다..

Pulp@Radio City Hall

살다보면 가끔씩 남들이 비웃을지 몰라도 결연히 행해야 하는 일이 있다. 이를테면 2012년 펄프 콘서트가 그렇다. 셋리스트는 거의 Different Class의 곡들. 추억을 되새기는 디너쇼 타임의, 한 물간 전설의 밴드가 등장하는, 전혀 쿨하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지만 나는 펄프의 공연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오픈 당일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인터넷 예매 전선으로 향하고 있었다.왜냐하면 펄프야말로 '너와 나의 20세기'이니까. 술에 취해 바 한 가운데서 '디스코 2000'과 '커먼 피플'의 스텝을 밟았던 그 20세기말.데보라는 그 예쁜 가슴을 가지고 왜 그렇게 막 살아야 했는지, 조각 전공하러 영국 온 그리스 소녀는 어쩌다 커먼 피플과 자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는지, 모든 게 가소롭고 마땅찮고 웃기지도 않았..

음악다방/live 2012.04.13

독립문과 퀸즈

미국에 오기 전 살았던 동네는 독립문 건너편인 '무악동'이었다. 어머니들의 처지로 인해 독립을 할 수밖에 없어진 나와 현재 신랑은 보증금 500만원을 들고 방 두 개짜리 월세집을 보러 다녔다. 내 직장은 중림동이었고 신랑은 충무로로 출근하던 때였다. 서대문, 충정로 등지를 돌다가 마지막으로 보자며 향한 곳이 독립문이었다. 걸어올라가기 벅찬 험한 산고갯길에 다세대 주택들이 다닥다닥 모여있었다. 그런 험난한 곳에서조차 우리 돈으로 구할 수 있는 최선의 공간은 하수구 냄새가 빠져나가지 않는 반지하 방이었다.우리는 하루종일 돌아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 곤란해하고 있었다. 그때 중개인은 마치 최후의 카드처럼 "이사 날짜만 미루면 괜찮은 집이 있는데"라며 말을 건넸다. 중개인이 데려간 곳은 독립문 역에서 불..

sense and the city 2012.04.07

늦게 버닝하는 곡들

Fun - We are young NFL 파이널 게임인 '수퍼보울'이 광고계에 미치는 영향을 이 노래만으로도 알겠다. 쉐비 자동차 광고에서 처음 듣고 '뭐야'하며 바로 검색했는데, 그런 식으로 반응한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었다. 작년 9월에 발표된 이 곡은 12월에 TV 뮤지컬 쇼 '글리'를 통해 공개되는 덕에 그날 밤 아이튠스 다운로드 차트 1위를 먹었다고 한다. 나는 '글리'를 안 보기 때문에 결국 이 노래를 수퍼보울 광고로 들은 게 처음이다. 광고와 함께 41위에 머물러 있던 곡은 다시 부활, 현재 빌보드 다운로드 차트 1위. 고 휘트니 휴스턴의 급부상 중인 싱글 'I'll always love you'도 제쳤다. 뉴욕 출신 인디 밴드라서 괜히 친숙하고, 소식 뜸하던 저넬 몬래까지 피처링을 해줘서 ..

먹는 게 곧 사는 이야기가 되는 삼십대 중반

언젠가 오피스메이트가 물었다. "언니는 휴일에 뭐할 거예요?" 몇 개의 식당을 검색 중이던 나는 "뭐, 맛있는 식당에 가거나, 집에서 맛있는 걸 해먹을 것같아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의 반응. "언니는 만날 먹는 이야기만 하네요." 쿠쿵. 뉴욕 온지 2년도 채 안 됐는데 10년째 살고 있는 듯한 맛집 리스트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고, 하물며 맨하탄 어디어디가 좋다며 추천해주기도 여러번. 한국 식당의 여러 음식들을 먹어보며 반도의 오리지널리티를 따라갈 수 없다며 혀를 차는 건 이제 일상적인 투덜거림이다. 주말에는 꼭 마트에 가서 신기한 것들 장을 봐와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대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영화와 음악에 푹 빠져서 새벽녘에 키보드 두들겨대던 열정의 오덕녀는 지방이 덕지덕지 붙은 몸을 이끌고 그 ..

뉴욕 모험 2012.02.05

Girls @Terminal 5

초봄처럼 비교적 따뜻했던 뉴욕 날씨가 갑자기 영하로 훅 떨어진 날. 그리말디 피자를 먹고 나서 Girls 공연을 보러 맨하탄 거의 서쪽끝에 있는 터미널5 공연장으로 나섰다. 걸을 때마다 강바람이 훅훅. 터미널5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컬럼버스 서클에 내려서 3개 애비뉴를 거쳐야 한다. 역에서 한 20분 정도 걸어야 하나? 추운 날에 중심가에서 벗어난 서쪽으로 향하는 멤버는 90퍼센트 걸즈 공연 보러 온 분들. 무슨 뮤직비디오처럼, 공연장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같이 걷는 무리가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 가는 동안 80년대와 90년대 초반쯤을 코스프레한 의상으로 멋부린 어린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마주쳤다. 20대 초반은커녕 거의 10대로 보이는 아이들. 30대 중반과 40대(흑흑)인 우리 부부는 "팬 연령층이 저 ..

음악다방/live 2012.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