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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트 레즈너와 에미넴보다 얼 스웨트셔트

새앨범 진검승부가 벌어지는 9월이 시작되기 전, 뮤지션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새싱글이 하나둘 공개되는 중. 일단 트렌트 레즈너의 나인 인치 네일즈가 돌아오고 에미넴이 마샬 마더스 엘피의 속편을 공개할 예정이다. 나인 인치 네일즈의 새앨범은 아이튠스에서 단독 프리 오더를 받는다. 전곡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덕분에 선감상. 카리스마 넘치는 비트와 리듬으로 무장한 처음 몇 곡은 '역시 레즈너'라며 감탄을 연발하게 반드는 반면, 뒤로 갈수록 요즘 일렉트로닉 팝 사운드가 섞여들면서 음악 자체가 평범해지기 시작. '아저씨, 노망 들었나'하는 수준의 팝 사운드까지 등장해 같이 늙어가는 팬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듦. 그래도 요번 싱글 Copy of A는 좋다. 그리고 에미넴. 코믹했던 시절의 에미넴으로 돌아간 듯한데 그..

타국에서의 삶, 좋은 것과 별로인 것

일주일에 기본 이틀은 일하느라 밤을 새우고 다른 날들은 술 마시느라 밤을 지샜던 코리아 라이프를 등뒤로 하고 뉴욕 오지에 정착한 지 3년이 넘어간다. 딱히 거창하게 '이민'을 가겠다며 계획을 세운 게 아니여서 서울에서나 여기에서나 삶의 곤궁함은 별 차이가 없다는 게 반전. 악착같이 한푼 두푼 벌어서 내 가게 마련하는 이민 1세대 마인드도 아니고, 자식 성공에 눈 먼 돈많은 부모가 지원해주는 왕자공주님 마인드도 아니여서. 생각해보니 서울에서보다 여기서 부잣집 자제분들을 더 많이 만난 듯. 문화충격은 이쪽이 더 컷음. 거기에서나 여기에서나 타인들과 주파수 맞추는 게 힘들기는 마찬가지.대개 조국분들을 만나면 드라마나 TV 쇼 이야기로 꽃을 피워야 하는데 한국 방송 자체를 안 보고 있으니 대화 자체가 성립이 안..

뉴욕 삼천포 2013.08.28

원고 재활용] 맥클모어 & 라이언 루이스

* '해외 핫피플'이란 가제로 연재 계획을 잡았다가 결국 몇 달 만에 내부사정으로 폐기. 맥클모어가 VMA에서 상을 받아 오랜만에(그래봤자 한두 달 만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니 묵은 원고 업로드해 본다.이글을 쓸 때만 해도 한국에 라이센스 앨범은 없었는데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군.쓰리프트 샵을 하루에 기본 세 번 이상 듣게 되던 시기에 쓴 글이라 약간의 업데이트가 필요하지만 귀찮으므로 그냥 올린다.* 맥클모어가 그다지 뛰어난 래퍼가 아님에도 인종으로 말미암은 거품 때문에 주목을 받는다는 논란은 이글을 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해보이지만, 포탈에 올리는 글이었으므로 그런 부정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썼다.  갑자기 튀어나온중고 스타 맥클모어 &라이언 루이스맥클모어,왜 ..

나는 어떻게 두 번의 시도만에 크로넛을 먹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먹어본 사람은 드문 뉴욕의 핫푸드 크로넛. 크로와상 도우로 도넛을 만들어 튀긴 다음에 그 안에 크림을 넣고 그 위에 또 설탕 시럽으로 코팅을 했다고 하니, 슈가포비아인 나로서는 참으로 비호감인 아이템이었다. 아무리 그게 엄청 맛있다고 입소문이 퍼져도 그러려니 하고 뉴욕커들의 신상애호병 정도로 넘기려고 했다. "베이커리가 8시에 문을 여는데 크로넛을 먹으려면 6시부터 가 있어야 된대. 하루에 200개 한정생산이래.""와, 그걸 먹으려고 새벽부터 줄을 서? 대부분 관광객 아닐까?""인기가 많으니까 아류작도 많이 만들어졌대. 크로와상과 도넛 조합에서 '크로넛'을 피해간 '도우상' 이런 것도 있고. 근데 이쪽도 바로 품절된대.""미쳤구나. 이해가 안 되는구만." 그렇게 어이없어 하던 ..

뉴욕 모험 2013.08.10

[TFF 2013] Mistaken for Strangers by Tom Berninger

*스포일러스포일러스포일러 10년 넘게 음악을 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제대로 받아본 적 없는 밴드 '더 내셔널(The National)'. 2010년 이 극찬을 받고 빌보드 앨범 차트 3위까지 올라가면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미국 및 유럽 곳곳을 도는 월드 투어가 진행되고 공연장 규모도 커지면서 일손이 부족한 상황. 이에 리드 보컬 맷은 고향 신시내티에서 빈둥거리고 있는 30대 백수 동생 탐을 어시스턴트로 끌어들인다. 5인조 밴드 내셔널은 두 팀의 형제와 맷으로 이뤄져 있다. 맷도 한번은 형제 밴드에서 유일하게 홀로 존재하는 게 어떠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문득 형제가 그리워서였는지 맷은 스태프로 합류한 탐을 반갑게 맞이한다. 그러나 훈훈한 순간도 잠깐, 자신과 너무 다른 동생의 존재 때문에 맷은..

Iron Lady by Phyllida Lloyd

심심한 과대망상 드라마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다룬 개봉 소식을 듣자마자 영화계가 실존 인물에 대한 과욕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전세계 영화계가 드라마틱한 실화를 열렬히 찾고 있지만, 이렇게 원한 많은 적들을 거느리고 있는 인물의 일대기를 영화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영화화를 노리는 일대기에는 공감과 연민을 자아내는 요소들이 포함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신 부모가 고위 정치인의 결정으로 회사가 문닫게 되어 실직자가 됐다고 생각해 보라. 당장 내일 밥을 먹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의’ 운운하는 정치인에게 감복하며 ‘마땅히 그래야 했다’며 여유를 부릴 수 있을까? 그런 정치인이 시대와 대의를 위해 고뇌하는 삶을 살았다고 강조하는 영화를 과연 두 눈 부릅뜨고 볼 수 있을까? 여론이..

극장/by released 2013.04.09

Bowie's out

보위 오빠가 돌아왔다.은퇴한다더니 삶이 영 심심했는지 트렌드 정점을 장악하며 요란하게 컴백. 현재 트렌드 리더로서의 경쟁자는 저스틴 팀버레이크. 수트와 타이 잘 차려입은 JT와 노년의 애잔한 마음을 노래하는 데이빗 보위와의 배틀이라뇨. JT도 놀랐겠다. 'The Stars (Out Tonight)'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서 노년 분들과 어린 분들이 함께 유튜브에서 동거동락하고 있다. 섹시 노인 보위는 아내와 함께 장을 보는 일상을 보내던 중 아내의 '위 해브 어 나이스 라이프'에 버튼이 눌리고. 그와 함께 음악계 미친 전설로 회자되는 자신의 젊은 시절이 옆집으로 소환된다. 기발한 비행을 일삼던 그가 이제는 옆집 젊은이들 소리에 시끄럽다는 반응을 하는 현실. 갑자기 보위는 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 의 환상..

의식의 흐름

이제는 140자 넘는 글을 못 쓰겠다. 다른 것 다 떠나서 재미가 없다. 막연한 생각을 트윗창에 꾸겨넣고 나선 내용이야 어찌됐든 잘 꾸겨넣었다고 스스로 만족하는 자세가 만들어지고 있다. 긴 글 싣는 매체들이 망한다고 남을 탓할 게 아니다. 한없이 스크롤 다운 가능한 트윗을 몇 분이고 집중해 보는 게 가능한 세태이니, 짤막한 글들을 이어붙여 글을 구성하면 모두들 계속 스크롤을 내리며 읽어주려나. 실험해보자. 3년전까지 일했던 잡지가 곧 폐간될 예정이다. 한때 영화주간지가 세네 개이던 시절에 몸 담고 있는 이들조차 이렇게 말하곤 했다. "미국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하나밖에 없는데 이 조그만 나라에 영화 주간지만 서너 개라니, 이건 정상이 아니야" 그 정상을 정상적인 척 하기 위해서 영화만으로 내용을 채울 수..

sense and the city 2013.03.13

Sunday in the mist

일요일 여행의 첫번째 목적은 굴찾아 삼만리. 이 동네 굴은 덩치만 징그럽게 크고 맛은 느끼해서 보기도 먹기도 부담스러운 수준. 기껏 먹어보면 옹골찬 맛이 아니라 뭔가 심심하게 퍼진 맛. 대체로는 굴맛이라 부르기 힘든 것들이다. 그래서 한국 굴에 대한 그리움만 나날이 쌓여만 가고 있었다. 그나마 수입되던 남해쪽 굴은 소홀한 관리로 인해 식중독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다해서 미국 식약청에서 수입을 금지한 상태. 작년에 이스트 빌리지의 조그만 식당에서 맛나게 먹은 기억이 있지만 늘 바글거리는 곳이라서 찾아가기도 귀찮은 가운데,우연히 어떤 잡지에서 맛난 굴에 대한 정보를 읽은 게 화근이었다. 한국과 프랑스를 돌며 굴을 즐기던 분이 미국에 와서 제대로 된 굴을 포기했다가 코네티컷에서 괜찮은 굴을 발견했다는 포스..

뉴욕 모험 2013.01.15

Best movies from last year

늦었지만 마이 베스트 2012년 영화 정리. '쨘, 나 2012년 영화 정리할 거야'라고 마음 먹었을 때 생각난 영화순. 아무르 Amour작은 아파트 안에서 거동도 불편해 보이는 노인들이 만들어내는 느린 호흡의 미니멀한 드라마. 갑작스런 비극을 맞이하는 일상 속에서 삐져나오는 사랑과 슬픔과 공포가 점철된 복잡한 감정들. 선과 악이나 호오같은 그런 단순한 판단의 잣대를 들이밀지 않고 2시간 동안 주어지는 그들의 면면에만 의존하며 인간사의 인과관계를 추적하게 만드는 감정 스릴러이자 안티 로맨스.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을 실천하는 건 거의 성인에 가까운 일. 이 비극의 핵심은 노인의 생존 문제보다는 인간이란 존재가 절대적인 사랑을 행할 수 없다는데 있다. 인생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스포일러랄까. 미..

극장/by released 2013.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