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live 20

Blur @Music hall of Willamsburg

2003년 [Think Tank] 앨범이 블러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데이먼 알반은 기억도 잘 안 나는 프로젝트들을 작업하며 생존 소식을 알렸지만 예전만큼의 인기를 얻진 못했다. 작년에 나온 솔로 앨범도 별로였다. 흑인음악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며 거기에 아기자기한 일렉트로닉 비트와 노이즈를 얹는 그의 방법론은 좋게 말해 ‘고릴라즈’의 B트랙 모음 정도로 들렸다. 그러니 블러가 재결합을 해서 새 앨범을 낸다고 했을 때 그리 큰 기대를 하진 않았으나 싱글 ‘There are too many of us’를 듣고 마음이 바뀌었다. [13]과 [Think Thank] 시절 블러 식의 멜랑콜리 팝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는 곡이었다. 냉소와 풍자로 무장한 쿨하디 쿨한 음악을 들려줬던 청년들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팝 ..

음악다방/live 2015.05.02

St. Vincent & David Byrne @ Williamsburg Park

* 만사가 귀찮다며 퍼져있던 자신을 추스리고자 졸린 눈 비벼가며 억지로 블로깅. 심드렁하게 늘어져있던 중에 비까지 오는 토요일이었다. 세인트 빈센트와 데이빗 번이 앨범이 낸다는 정보를 접하기도 전, 아마 늦봄쯤에 샀을 둘의 조인트 공연 티켓. 언제나 볼 수 있으려나 했는데 그 날은 기어이 오고 말았고, 하필이면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같이 가겠다고 약속한 남편님은 시험공부로 인해 가기 싫다고 거부 반응을 일으켰지만, 50달러가 넘는 티켓값을 무기삼아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 브룩클린 윌리엄스버그 공연까지 휙 날아가는데 성공.(차를 끌고 가면 20~30분 거리가 대중교통을 타면 1시간 반이 걸리는 미스터리 행로) 티켓엔 도어 오픈 시간이 6시 반이라고 써 있으니 아마도 공연은 한두 시간 지나 시작할 터. 공연..

음악다방/live 2012.10.09

Pulp@Radio City Hall

살다보면 가끔씩 남들이 비웃을지 몰라도 결연히 행해야 하는 일이 있다. 이를테면 2012년 펄프 콘서트가 그렇다. 셋리스트는 거의 Different Class의 곡들. 추억을 되새기는 디너쇼 타임의, 한 물간 전설의 밴드가 등장하는, 전혀 쿨하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지만 나는 펄프의 공연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오픈 당일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인터넷 예매 전선으로 향하고 있었다.왜냐하면 펄프야말로 '너와 나의 20세기'이니까. 술에 취해 바 한 가운데서 '디스코 2000'과 '커먼 피플'의 스텝을 밟았던 그 20세기말.데보라는 그 예쁜 가슴을 가지고 왜 그렇게 막 살아야 했는지, 조각 전공하러 영국 온 그리스 소녀는 어쩌다 커먼 피플과 자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는지, 모든 게 가소롭고 마땅찮고 웃기지도 않았..

음악다방/live 2012.04.13

Girls @Terminal 5

초봄처럼 비교적 따뜻했던 뉴욕 날씨가 갑자기 영하로 훅 떨어진 날. 그리말디 피자를 먹고 나서 Girls 공연을 보러 맨하탄 거의 서쪽끝에 있는 터미널5 공연장으로 나섰다. 걸을 때마다 강바람이 훅훅. 터미널5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컬럼버스 서클에 내려서 3개 애비뉴를 거쳐야 한다. 역에서 한 20분 정도 걸어야 하나? 추운 날에 중심가에서 벗어난 서쪽으로 향하는 멤버는 90퍼센트 걸즈 공연 보러 온 분들. 무슨 뮤직비디오처럼, 공연장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같이 걷는 무리가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 가는 동안 80년대와 90년대 초반쯤을 코스프레한 의상으로 멋부린 어린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마주쳤다. 20대 초반은커녕 거의 10대로 보이는 아이들. 30대 중반과 40대(흑흑)인 우리 부부는 "팬 연령층이 저 ..

음악다방/live 2012.01.21

차이나타운과 4 Knots Festival

이것은 어느 토요일의 나들이 일기. 취미는 하루 동안 많은 경험 하면서 싸돌아다니기.(100퍼센트 의도한 바는 아님) 뉴욕에는 3일 정도 지속되는 큰 뮤직 페스티벌이 없다. 소소한 페스티벌들은 많은데 LA의 코첼라, 텍사스의 SXSW, 시카고의 롤라팔루자, 버나루같은 그런 베케이션을 겸한 페스티벌이 없는 것이다. 사실 그럴 만한 넓디 넓은 공간도 없는 것 같고 공간 대여료도 너무 비쌀 듯하다. 저 위쪽(한 세시간 가면 나오는?) 영국에서 가져온 '올 투모로우스 파티'라는 게 열리는데 영국에 비하면 헤드라이너들이 너무 약하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애호하는 무가지 '빌리지 보이스'는 없는 살림에 스폰서들을 열심히 불러 모아 수년 동안 '사이렌 페스티벌'을 개최해왔다. 코니 아일랜드에서 본 작년 공연을 포스팅..

음악다방/live 2011.07.22

베이루트 in Northside festival

즐겨보는 브룩클린 무료 소식지 에서 주관하는 노스사이드 페스티벌. 괜찮은 인디밴드들이 모두 모여 브룩클린을 인디음악의 성지로 되새기게 만드는 여름 이벤트 중 하나다. 올해의 헤드라이너 중 한 명이 베이루트! 3박 4일 동안 열리는 페스티벌의 배지 가격은 70달러이고 개별 공연 보는 건 20~30달러. 소식을 일찌감치 접하고 택스 포함 25달러에 티켓 겟. 얼마 뒤 매진 되었다는 소식에 음흉한 미소를. 공연날 아침부터 벅찬 기분으로 베이루트 노래들을 흥얼거렸다. 일하는 중에도 흥분 모드였는데 약 오후 3시부터 천둥과 번개가 내리치기 시작. 일전에 친한 언니랑 제주도 갔을 때 비오니까 이렇게 말했지. "용띠가 움직이면 비가 온대." 혈액형, 별자리도 모자라서 이제는 12간지로 죄를 덮어씌우는 구나 했는데 내..

음악다방/live 2011.06.26

Goodbye, LCD Soundsystem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마지막 공연 중인 LCD Soundsystem. 이 곳에 오니 뉴욕 출신 LCD Soundsystem은 뉴욕커들의 완전소중 밴드. 뉴욕의 자랑 제임스 머피는 수많은 무명 뮤지션들에게 '성공엔 나이가 없다'는 희망을 안겨줬다. 앨범도 많이 팔리고 인기는 나날이 높아만 가는 가운데, 돌연 그는 '음악 비지니스 게임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마지막 공연 발표. 티켓은 오픈되기 무섭게 광속으로 매진. 그 전에 몇 개의 소극장 공연이 더 추가됐으나 이것도 바로 매진. 현장을 목격할 수 없는 팬들을 위해 피치포크가 마지막 공연을 생중계. 지금 거의 끝날 때가 다 되어간다. 기본 밴드 구성 및 여러 대의 기계들이 놓여 있는 무대는 마치 음악 만들어내는 공장처럼 보..

음악다방/live 2011.04.03

그래미 시상식 후폭풍

53회 그래미 시상식의 가장 큰 이변은 '올해의 앨범'의 아케이드 파이어와 '올해의 신인'의 에스페란자 스펄딩이다. 그래미 수상자 선정은 'National Academy of Recoding Arts and Sciences'라는 단체의 투표로 이뤄진다. 의역하면 '미국 음악인 협회'랄까. 후보자 선정도 이들이 하지만 대개는 대중적으로 성공한 앨범과 곡들이 후보에 올라간다. 거대 음반 회사의 로비가 어느 정도 있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론 많이 팔린 음반이 수상할 확률이 높다. 그 해의 아이콘같은 음악에 정통 '인증' 도장을 찍어주는 셈이다. 그러므로 그래미는 인디 음악 팬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행사가 아니다.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기도 하고. 53회 '올해의 앨범' 후보는, 에미넴 , 레이디 가가 ,..

음악다방/live 2011.02.15

Yann Tiersen@the concert hall in NY

'얀 티에르상은 뉴욕 좀 오세요'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얀 티에르상의 뉴욕 투어 스케줄이 발표됐다. '오면 꼭 봐야지' 결심했는데 막상 온다고 하니, 기대치 않은 지출에 약간 안타까운 기분이었다. 그래도 나는 한 번 뱉은 말에 책임지는 여자. 프린팅 수수료가 없는 것에 감사해하며 47달러 정가에 티켓 겟. 사실 얀 티에르상 공연에 일괄 47달러면 정말 싼 가격이라고 생각하지만.(미국의 이상한 시스템 중 하나는 인터넷으로 티켓 예매시 프린팅 수수료가 3달러 넘게 붙는다는 것. 택배는 11달러. 현지 수령따위는 거의 없음. 그래서 싼 티켓 찾아 craiglist 배회하는 애들이 많음.) 얀 티에르상이 누구인고 하니, 음악 만드신 분 되겠다. 음악도 했고. 나도 입문은 로 했지만 이래저래 찾아 듣다가 열혈 팬으..

음악다방/live 2010.10.20

에미넴과 제이지를 보러 갔다가

내 또래가 다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내 음악 취향은 록을 기반으로 힙합이 섞여져 있다. 메탈이 끝물을 타던 90년대 초부터 팝송에 빠져들어서 모던록과 브릿팝의 부흥에 심취하는 한편, 거대한 알앤비와 힙합의 물결에도 발을 담그고 있었다. 널바나와 보이즈 투 멘을 동시에 사랑하는 차별 없는 마인드의 리스너로 성장. Warren G와 Arrested development같은 애들도 나의 올타임 훼이보릿이란 말이지. 그리고 나서 일렉 폭풍을 맞이하여 잡다구리한 취향을 가지게 됐다. 결론은 장르 상관 없이 좋은 음악이 좋은 음악. 그러므로 섭템버에는 닥치고 지풍화 형님들의 '섭텝버'를 들어야 한다는 결론. -_-;; 각설하고, 유니버설뮤직의 협찬으로 일찌감치 솔드아웃된 에미넴과 제이지의 'Home and Home..

음악다방/live 2010.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