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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best movies 2010

내가 자주 꾸는 꿈은 쫓기는 꿈이다. 어렸을 때는 시험 전날 외계인 및 북한 괴뢰군(-_-)에게 쫓겼고, 업무 관련 거사를 앞둔 날에는 경찰, 살인마, 좀비 등등에게 쫓기곤 했다. 추격의 강도는 중압감의 강도에 비례했다. 2010년 한국 영화 몇 편을 보고, 혹은 몇 편에 대한 소문을 들으면서 (그리고 또한 만들어질 영화 소식을 들으면서) 한국이 모두 함께 쫓기는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압박에 짓눌린 사람들을 위해 '꿈의 공장'은 피바다 추격전으로 아드레날린을 배양하는 것 같다. 왜 목숨을 걸고 쫓고 쫓기는 걸까? '단지 유행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때지만 유행은 언제나 집단적 징후의 뒤늦은 기표같은 것이었다. 한국 영화에 20대가 실종된 사태가 안타깝다.(소수의 젊은이들이 정도에..

극장/by released 2011.01.04

Happy Healthy 2011

30이 넘어가면 어제와 오늘이 다른 법. 아직 덜 여문 삶이지만 몸은 어째 내일이라도 당장 영혼 따위를 놔버릴 기세. 친구들에게 원하는 건 오직, 건강하고 건강할 것, 그래서 내가 한국 놀러가면 즐겁게 술 먹으며 반겨줄 것. 몸 챙기며 행복하게 성숙하는 새해 되세요.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p.s 현재 타임스 스퀘어 신년 맞이 콘서트에서는 뉴키즈온더블록과 백스트리트보이즈가 조인트 무대를. 뭐야, 시계가 거꾸로 가는 거야? p.s 2. 2011 숫자 좀 이상해.

생존기 2011.01.01

[결산시즌] 2010 favorite music part 2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별로 열청했던 네 개의 앨범들. 핫칩의 One life Stand, 로빈의 Body Talk part 1, 아케이드 파이어의 Suburb, 그리고 얀 티에르상의 Dust Lane. 앗, 블랙 키즈의 Brothers도 많이 듣고 있으니 이거까지 합세해 올해 열청 앨범 5. 박사장이 빤한 리스트라 비웃어도 신경 안씀. 뉴욕에 도착해 귀에 달고 살았던 hot chip의 take it in. 퀸즈와 맨하탄을 오가는 7호선 지하철에서 함께 했다. 뉴욕에게 나를 받아달라고 무의식적으로 빌었던 것인가.(뮤비가 없다) 여름에 방방 떴던 Robyn의 Dancing on my own. 이케아(원발음은 아이키아) 가구와 함께 로빈은 스웨덴의 2대 자랑 거리. 2분 53초쯤 터져나오는 드럼비트에선 막 아드..

[결산시즌] 2010 favorite music part 1

+ 어젯밤의 폭설로 집밖으로 나가기 힘들어졌다. 싸돌아다닐 계획 세워놓고 있다가 집에 있게 된 관계로 맘 속에 품고 있던 연말결산을 시작. 2011년이 오기 전에 다 끝낼 수 있을 지는 장담 못함. + 뉴욕에 오니 음악이야말로 메이저 중의 메이저 문화. 영화 개봉보다 스타들의 콘서트가 더 엄청난 행사다. 테일러 스위프트, 저스틴 비버, 레이디 가가, 케이티 페리, 리아나가 대중적 권좌에 앉아 있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인디밴드 발굴을 두고 과도하게 경쟁하는 뮤직 스놉(music snob)들의 판이 벌어지고 있다. 카니예 웨스트의 앨범이 대미를 장식하면서 메이저와 마이너를 뒤흔드는 사태 발생. 피치포크가 10점을 주면서 '스놉'들의 대논쟁 유발(메이저인데도 음악적으로 너무 훌륭할 때 항상 발생하는 그런 논쟁..

Merry christmas on 5th avenue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서울에 있으면 크리스마스고 뭐고 여느 휴일과 똑같이 술먹으며 쉬는 날이었을 듯해요. 근데 뉴욕은 온동네가 크리스마스에 미쳐 있어서 대단한 히키코모리가 아닌 이상 그 기분을 안 느낄 수가 없어요. 철없는 데이트 시절, 크리스마스 이브에 명동 나가서 밟혀 죽을 뻔하다 카페로 피신해 8천원 바가지 커피를 마신 뒤 크리스마스를 증오했던 적이 있었더랬죠. 그와 비슷하게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5번가 구경을 나갔다가 사람들에게 치이고 들어왔어요. 그래도 땅이 넓어서인지, 그때 명동만큼의 살인적인 커플인구밀도는 아니었다는. 조국이 연말을 맞이해 흉흉하게 유종의 '추'를 거두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잘 살아남아 봅시다. 우익좀비가 되지 않은 생존자들 만만세! 그리고 사진감상.(스압스압) 샌디에고..

뉴욕 모험 2010.12.25

산타를 부르는 퀸즈의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

할로윈 때 한껏 데코레이션을 해놓은 집들을 보고 놀라자, 신랑은 피식 웃으며 "이 정도는 별거 아니다. 크리스마스 때 엄청난 집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내가 사는 퀸즈의 동북쪽 지역은 아시안과 히스패닉 주요 거주지로 인식되지만, 사실 네이티브 백인들의 주거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네덜란드인들의 초기 정착지였던만큼 오래된 튜더 양식 집들도 찾아볼 수 있다. 자가 주택을 소유한 중산층 분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하는 일은 바로 반짝반짝 조명 데코레이션. 내 추측으로는 '산타를 부르는 데코레이션'이라고 할까. 그 중에서도 과도하게 꾸미는 집들이 있다고 하여 한반중에 동네 드라이브. 첫번째 집 방문 그리고 두번째 집 방문. 아우, 전기세 어쩔꺼야 하는 한국인 마인드가 작용하는 가운데. 드디어 만날 크리스..

뉴욕 모험 2010.12.21

이 블로그의 정체는 무엇인가

학원 수업 시간에 갑자기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게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딸 이야기를 해서 깜놀하게 만든 그렉 선생이 갑자기 '행복한 결혼을 믿지 않는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나는 행복한 결혼을 믿지 않아. 우리 부모도 이혼했고 할머니도 이혼했다고. 행복한 결혼이란 건 없어. 그리고 나는..." 갑자기, 크리스천인데 크리스마스를 안 믿는다고 해서 '여호와의 증인'으로 심증을 굳히고 있는 중국인 제니가 흥분하며 말을 잘랐다. "성경을 따르면 행복한 결혼은 가능해요! 왜 행복한 결혼을 믿지 않아요?!" 수업 도중 과도하게 흥분해서 떠드는 그들을 보다 지쳐 나도 한마디 했다. "이봐요, 그냥 원하는 대로 사세요!" 그러더니 그렉 선생은 갑자기 나를 보고 "재니스는 결혼했는데 어떻게 생각해?"라고 질문을 하..

생존기 2010.12.16

나는 이번 골든글로브 반댈세

정킷 인터뷰 막간에 기자들끼리 골든글로브 후보 선정에 대한 잡담을 하게 됐다. 리스트를 듣고 나서 모두들 '우째, 그런 일이' 분위기. 말 꺼낸 기자는 '담당자들이 치료를 받아야 한다'라며 격노. BEST PICTURE: DRAMA Black Swan The Fighter Inception The King’s Speech The Social Network 드라마 부문 후보는 그럭저럭 넘어갈 만. 지금 현재 각 동네 평론가 작품상을 가 휩쓰는 중. 이 정도면 가 아니라 이 들어가도 괜찮은데 개봉이 늦어서 그런 건지 빠져 버렸다. 엄청난 호평을 받은 가 빠진 것도 의문. 도 나름 평은 좋았는데. 심지어 이번 편도 대극찬. BEST PICTURE: COMEDY OR MUSICAL Alice in Wonderl..

극장/by released 2010.12.15

나는 속옷은 안 늘고 카메라만 생겼다네

* 글제목에 낚여서 들어오시는 분들은 정녕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밴드를 모르시는 것? 카메라가 없어 우울해 하고 있던 나를 위해 신랑님이 주문한 소니의 EXMOR R 카메라. 마음은 소니 알파를 사고 싶었지만 긴축재정 기간이라 똑딱이로 만족. 그래도 똑딱이치고는 광각인데다 실내 사진이 잘 나온다는 소문에 이리 저리 따져보고 구입. 한국에선 '설리 카메라'라고 부른다는데 정확하게 그 모델인지는 모르겠다. 3D 촬영 기능이 있는데 3D TV가 있어야 보든가 말든가. 예전 파나소닉 똑딱이에 비해 흡족한 야경. 스파이더맨 뮤지컬 프리뷰 중인 폭스우드 씨어터의 야경. 42번가 브로드웨이. 무엇보다 재미있는 건 '대륙'의 마인드를 담을 수 있는 파노라마 사진. 그리고 오늘은 정킷 인터뷰의 날. ..

뉴욕 모험 2010.12.15

오늘은 뉴욕 잡담

1. 뭘 했는지도 모르겠는데 2010년이 지나가고 있다. 다이어리를 되새겨 보면 이것저것 요리조리 한 것도 많은데 이전처럼 잡지같은 증거물이 없어서인지 뭘 한 거 같지가 않다. 불안과 초조를 오가며 베트남 샌드위치를 물어뜯는 나를 보고 K 친구는 "한국의 독을 빼야한다"는 조언을 건넸다. 이제 9개월째. 이제는 음식 주문할 때 직원이 못 알아들으면 꿀리지도 않는다. '니가 못 알아 듣는 거잖아'라는 뻔뻔스런 마인드를 되찾아 가고 있다. 사실 나는 그동안 한국 출신 천사였는데. 2. 미국인들은 확실히 긍정적인 마인드를 사랑한다. 90년대 동안 시니컬한 음악과 시니컬한 영화와 시니컬한 책만 읽고 '미국 졸라 쿨하다'라고 생각했던 건 내 착각. 대개는 시니컬한 태도 자체를 찾을 수가 없다. 그게 사회적으로 너..

뉴욕 모험 201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