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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들

진중권 '계몽된 허위의식과 냉소적 이성' 중에서, 그 영화를 정말로 ‘재미있게’ 본 사람들도 없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누구나 일상적으로 접하는 한국영화나 드라마의 수준을 볼 때, 그 영화를 정말로 ‘재미있다’고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하지만 그 영화를 보고 ‘재미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왜 그럴까? 물론 ‘솔직히 재미없다’고 고백한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마저도 결국엔 감독의 ‘도전정신’을 들어 별 다섯을 던진다. 심지어 영화가 재미가 없는 게 감독 탓이 아니라 자기 탓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이들 역시 그게 다 자기가 동심을 잃은 탓이라 자책하며 별 다섯을 던진다. "그들은 모른다. 그러나 행한다.” 영화의 문법에 무지해서 그러는 것이라면 관객에게 졸작과 걸작을 구별하는..

생활의 발견 2011.02.11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 분노와 공포

e“남는 밥좀 주오” 글 남기고 무명 영화작가 쓸쓸한 죽음 사후약방문격인 즉흥적인 글이다. 처연한 상황이 생각을 낳고 끊임없이 글을 뱉어내게 만든다. '명복을 빕니다'라고 마침표를 찍기엔 심하게 소름 끼치는 사건이다. 좀 덜 심각하게 대처할 수도 있을 거였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내 밥그릇'에 관련된 문제로 귀결됐다. 글쟁이들인 친구들끼리 모여 늘 직업에 대해 하는 말이 있다. 빛 좋은 개살구. 겉이라도 번지르르한 게 어디냐며 자학 농담을 던지지만 사실 이 상황은 웃어 넘겨서 안될 것이었다. 정말 굶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기술 중에서 글쓰는 기술이 제일 티도 안 나고 돈도 적다는 내적 푸념이 수년간 이어졌다. 정말 인정도 못 받고 돈도 없이 늙어 버리면 생을 마감해야 하나, 그런 ..

sense and the city 2011.02.08

함께 들어보는 Cut Copy의 신보

다시 한 번 댄스의 환락의 선사해주는 Cut Copy의 신보 . 발매 전 트위터 팔로잉만 하면 모든 음악을 미리 듣게 해주는 대인배 홈피를 열었다. 두번째 곡 take me over부터 빨려 들어가서 한밤 중에 댄스댄스 무드. 설날 부모님의 잔소리와 무한반복 지겨운 TV에서 탈출하고 싶은 사람들이 환영할 만한 소식. 아싸, 지화자 좋구나.(링크는 아래) CUT COPY - STRANGE NOSTALGIA FOR THE FUTURE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by Woody Allen

작년에 나의 깨달음 중 하나는, 나이가 들수록 삶은 좀 심심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뉴욕까지 날아와서 날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이니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여기서 '심심함'이란 '설렘'이나 '기대감'같은 요소들이 줄어든 심리 상태를 말한다. 점차 경험은 예측가능한 것이 되어가고, 이미 내가 지나온 것들에 대한 어린 아이들의 호들갑도 별로 놀랍지 않다. 행복이나 즐거움,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점점 돌덩이처럼 묵직하게 굳어져서 무언가에 대해 즉흥적인 반응이 튀어나오는 상황이 점점 줄어든다. 삶을 음미하는 법을배우고 있는 중인 걸까? 좋은 말로 하면 성숙일 수도 있으나, 어쨌거나 생기를 잃어간다. 봄날은 갔다. 여름날도 아마도. 한국명 인 우디 앨런의 2010년 작품 는 이런 '나이듦'..

극장/by released 2011.01.31

폭설 뉴욕

밤새 또 폭설. 밖을 나가보니 여긴 뉴욕인가 알래스카인가 헷갈린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난 12월 27일 월요일. 밤새 폭설이 내렸고 뉴욕시는 이를 방관했다. 아침에 교통대란 발생은 당연. 나도 학원을 포기하고 집에 갇혀 있어야만 했다. 신랑은 그전부터 '뉴욕이 눈 하나는 잘 치운다'고 장담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리가 발생한 이유는, 26일까지 공식적인 연휴 기간이었기 때문에 관련 공무원들이 손 놓고 있었던 것. 어떤 비상사태가 발생해도 휴일은 휴일. 그것이 어메리칸 마인드, 예~! 눈 때문에 앰뷸런스가 동네 곳곳으로 들어갈 수 없는 바람에 아이와 할머니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자 언론들은 득달같이 뉴욕시를 비난하고 나섰다. 블룸버그 시장은 결국 다음날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몇 주 전에 한 번 더..

뉴욕 모험 2011.01.28

[taste of NY] 포르투갈 레스토랑 Aldea

제목을 '맛집 블로그를 고민 중'로 하려다가 너무 없어 보이는 것 같아서 좀 재수 없는 느낌의 'taste of NY'로 바꿨다. 사실 요즘 뉴욕의 맛은 '눈' 맛. 일주일에 한 번씩 눈이 펑펑 내려 내가 뉴욕에 있는 건지 알래스카에 온 건지 헷갈릴 정도. '러브 스토리' 흉내 내며 천사 날개 만드는 로망도 있었지만 폭설 대교통란을 겪고난 뒤 눈은 '뉴욕커의 적'이 되어 버렸다. 아, 맛집 포스팅인데. 아무래도 우아하게 맛집 소개 하고 곧이어 폭설 분노 포스팅 이어갈 듯. 맛의 천국 뉴욕이건만 레스토랑 방문이 쉬운 건 아니다. 언니들 수입 정도는 되야 미트패킹이 제집인 양 드나들 수 있는 것이고, 가난한 고학생들은 tip을 아끼기 위해 맥도날드나 서브웨이같은 프랜차이즈들과 사랑에 빠지기 마련. 아무튼 그..

뉴욕 모험 2011.01.27

30대엔 피부 이야기가 대세

앨리스님의 화려한 목욕수기를 읽다가 트랙백 욕구를 느껴서 피부 잡담 시작. 대학 시절만 해도 나는 눈부신 피부를 자랑하는 피부'만' 미인이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매일 정규적으로 밤새 술처먹고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띵띵 부어서 일명 보톡스 효과가 있었다는 것. 게다가 엄마가 물려준 매끈한 피부만 믿고 담배도 미친 듯이 피워댔다. 이때 얼굴에 발랐던 화장품은 달랑 니베아 로션이 전부. 썬크림은 뙤약볕 아래서 밭매야 했던 농활 때나 사용했던 시즌 아이템.-_- 그러던 중 20대 중반이 넘어가더니 건성인 피부가 악건성으로 치달았다. 돈도 벌기 시작한 터라 드디어 화장품에 돈 쓰기 시작. 니베아 로션과 이별하고 만난 제품이 아베다의 하이드레이팅 로션. 화이트닝이니 수분크림이니 요란한 트렌드에 끌려, 당시 저..

생존기 2011.01.18

김복남과 여배우들

을 봤다.(스포일러) 고어 스릴러라고 하기에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가, 복장 터지는 며느리 학대 퍼레이드만 펼쳐져서 중도 포기할 뻔했다. 중반부 넘어 '낫' 학살극이 벌어져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사실 이 영화의 묘미는 뭍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예측 불허의 후반부에 있었다. 남편 몸에 된장을 바를 때부터 순박한('교활한'이 아니다) 엽기 장면들이 튀어나오던 중이었다.(감자 캐기와 할머니 술판의 교차 편집도 얼마나 순박한가!) 막판에 마치 금자씨를 패러디한 듯한 주인공이 리코오더 연주를 요구할 때 그 엽기정도가 극에 달했다. 아아, 친구가 누우면서 섬과 오버랩 될 때는 정말이지, 이 오글거림 어쩔 거야. 개인적으로 얻은 영화의 교훈은 '불친절한 차도녀가 되지 맙시다'랄까. 아직도 서울과 지방 간 욕망의 ..

극장/by released 2011.01.15

Tree of Life trailer

가족의 뒷모습. 정면이 아닌 뒷모습 혹은 옆모습, 아니면 비스듬이. 순간의 햇살들, 반사되던 나무의 빛깔들. '가족'이란 말이 나의 새로운 일상어가 된 요즘 때때로 나는 누군가의 기억이 되고 있는지 혹은 누군가에게 기억을 만들어주고 있는지 궁금하다. 가족에 대한 영화들 이미 본 그리고 올해 최고 기대작 가족을 믿지 않고 자란 사람들은 이제 가족의 삶에 대해 고민한다. 자연 속 보편적인 인간의 삶은 무엇인가. 가족이란,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쳐도 결국은 되풀이되고 마는 숙명같은 것일까. 어린 시절 햇살 눈부신 날의 어떤 추억 또는 눈 쌓인 날의 어떤 추억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억들 그 촉각의 환상이 예고편에서부터 전해져 온다

생활의 발견 2011.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