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 69

멜랑꼴리 새벽

2000년이었다. 나와 친구는 회사원이 됐고 음악이 고프면 신촌에서 만났다. 우연히 발견한 바에서 주인장과 친구가 됐고, 아티스틱한 아지트가 로망이었던 우리들은 그 곳에서 몇년을 보냈다. 냅스터를 비롯해 P2P 프로그램이 마치 게릴라 바이러스처럼 퍼지던 시절에, 우리는 그동안 안 좋은 음질로 들어야했던 90년대 및 20세기 명곡들을 mp3 플레이로 밤새도록 감상했다. 언젠가 친구는 급부상하고 있는 무보컬 일렉트로닉 음악을 들으며 말했다. "일렉트로닉은 정말 적응이 안돼." 홍대의 록카페들이 테크노바로 변해가던 와중에 호기심에 MI를 갔다가 아이들이 디제잉을 바라보며 '불신지옥'하는 듯 춤추는 분위기가 낯설어 도망쳤던 기억이 있다. 우리를 구원했던 건 명월관의 어떤 DJ. 회사에서 막 퇴근한 아저씨가 양복..

stress gathering

한국에서 음악 페스티벌은 '최고의 일탈장소'로 이미지 메이킹이 된 건가? 타인 무시해도 되고, 자기 봐달라고 G마켓 신상 코스프레하고 오고, 쓰레기 아무데나 버려도 되고, 고성방가 상관없고, 은근슬쩍 성희롱도 너그럽게 넘어갈 것 같고. 쌀쌀해지는 저녁 웬만한 물 좋은 나이트보다 물 좋을 것 같아 '한강 나이트'라고 생각하고 온 건가? 무리지어 오면 개인의 영역은 마음껏 넘나들어도 되니? 너네는 '사회적 거리'도 모르니? 뭐, 그 정도로 똑똑했으면 이 창의적인 페스티벌에 나타난 표절 회사 아이돌 스타를 보고 그렇게 열광하지도 않았겠지.(그분의 오늘 히트 멘트는 "제가 좋아하는 외국곡 부르겠습니다. 디스 러브." 하면서 번안한 자기 노래 부른 것. 내 알기론 처음에는 작곡가명에 마룬5 안 썼다죠? 난 정말 ..

음악다방/live 2009.09.20

prodigy was god

me "90년대부터 지금까지 변한 건 무엇이고 변하지 않은 건 무엇인가요?" them " Nothing." 10년 넘게 기다렸던 프로디지의 공연을 드디어 경험. 첫곡 'Breathe'로 시작해 마지막곡 'Smack my bitch up'으로 끝나기까지 심령부흥회처럼 무의식적으로 '믿습니다' 작렬하며 달렸다. Smack my bitch up 때 맥심 제안 따라 살짝 앉았다가 다함께 점프하며 튀어오르는 거 멋졌고. 앵콜 때는 다리가 너무 무거워서 헥헥. 잠깐의 인터뷰는 둘째치고(헤헤 그래도 재미있었다능) 1997년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아아, 백문이 불여일견. 올해 모든 공연 제치고 프로디지 압승. 너무 행복해서 입이 그냥 헤벌쭉 상태인 게 스스로도 느껴졌다. 두 번의 공연을..

음악다방/live 2009.09.19

festival never ends

7월 25일 새벽 5시까지 부천에서 술을 퍼마셨다. '위저는 내가 못 갔는데 어떻게 공연을 할 수 있냐'며 빠순심으로 징징거리다가 날이 샜다. 그 시간에 차타고 달려갔으면 앵콜곡이라도 들었겠지만 뭐 아무튼. 열흘을 머물렀던 부천을 뒤로 하고 거대한 트렁크와 엎치락뒤치락 하며 홈 스위트 홈(사실은 더티 홈)에 도착했다. 1시간 가량 피곤한 몸 이끌고 고민하다가 대충 짐 챙겨 동서울 터미널로 고고씽. 이천행 차량 임시증편한 관계로 4,000원에 포항행 우등고속을 타고 이천 터미널에 도착. 그런데 이 곳은 베트남? 어째서 베트남 분들이 터미널에 가득한지? 이국적인 풍경을 뒤로 한 채 택시 잡아 날으니 대략 지산리조트까지 만육천원. 멀고먼 진입로를 지나 지산리조트 도착해 후배와 대대적인 상봉. 마이클 잭슨 '드..

음악다방/live 2009.07.29

Return of 80s' Sound

80년대에 10대 초반을 보냈던 나는 80년대의 한껏 과장된 문화가 마냥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그 허세와 겉치레에 질린 당시 예술가들은 절제되고(젠의 열풍은 당연한 결과)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90년대를 열었다. 지금까지 나는 이 두 세대가 완벽하게 단절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역사란 교과서의 챕터처럼 딱딱 나눠지는 것이 아니었다. 영국에 갑자기 불어닥친 신스팝의 향연을 듣다보니, 20~30년 동안 발전을 거쳐 뼈대만 있었던 80년대 문화를 완성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성이 폭발했던 80년대와 90년대가 '원초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면, 이후 2000년대, 나아가 2010년대는 그 '원초적'인 밑그림을 채워서 작품으로 만들어나가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유행은 돌고 도는 거야' 같은 단순한 반복..

뮤직 페스티벌

+ 리스트의 맥락을 따지는 것은 포기. 마감 빨리 끝내고 '위저'를 보러가야겠는데 대체 지산 리조트는 어디인가. + 소문으로 돌았던 카이저 칩스와 피터 비요른 앤 욘은 이 시기에 다른 데 가신다. 소문이었을 뿐. + 펜타포트의 소문으로 돌았던 메탈리카도 이 시기에 다른 데 가신다. + 프란츠와 킬러스는 아직 후지 전후 투어 스케줄이 없긴 한데, 유럽과 미국 투어가 바짝 붙어있어 섭외가 불가능할 거 같기도 하다. + M83과 로익솝은 두 군데 어디서도 안 데려 오겠지? ㅠ_ㅠ (추가소식: 펜타에서 베이스먼트작스와 로익솝을 데려온다는 소문이, 오 마이 갓, 이러면 곤란해!) + 참고로 홀해 ROCK WERCTHER 라인업. 세상은 불공평한 것. 토달지 마세요.ㅠ_ㅠ 그래도 작년에 비해 라인업이 약해서 별로 ..

음악다방/live 2009.05.04

Really I Forgot

4월의 첫날. 새벽에 메신저로 만우절 농담을 날리고 난 뒤 '추모일 다가오네'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더이상 4월에 마음이 안 설레는 걸 보니 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이것저것 여러가지에 몰두하느라 바빠서인지 결국 잊고 말았다. 책상 위에서 힐끔 보이던 dvd가 그래서 계속 거슬렸던 건가. 커트 코베인이 죽은지 15년. 나는 더 이상 펑크에 기대어 감정을 폭발하는 청춘이 아니다. 이제는 극단적인 절망도, 극단적인 희망도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휘어지느니 죽어버리겠다'라는 태도로 꼿꼿이 견뎌왔던 허리는 10년차 마감노동을 경험하며 삐긋삐긋. 얼마전에 펄잼의 이 재발매됐다.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과 당시 프로듀서의 버전에 몇 곡이 추가된 CD로 구성되어 있었다. 'Even ..

인생은 여전히 록큰롤

19세기 인간중심의 과학이 발달한 이후 100년간. 인간에 대한 정보가 쌓이고 쌓였고, 바야흐로 정보화 시대를 맞이해서 지난 시대의 앎의 역사들이 곰팡이 포자 퍼지듯 표표히 인간의 무의식으로 스며들었다. 그래서 지금의 10대들은 10대가 어때야 하는지 알고, 20대들은 20대가 어때야 하는지를 안다. 이미 공자님께서 굳이 나이를 10년 단위로 나눠서 방향성을 정해놓기도 했지만 그것은 너무도 광범위한 시적인 표현이랄까. '10대 머머머에 미쳐라' '20대 머머머에 미쳐라'는 가이드북만 해도 인터넷 서점 하이퍼링크가 몇 장을 넘어간다.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나이의 룰을 알려주는 시대. '열정'이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을 때 더욱 꽃피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미래에 어떻게 될지 대충 짐작이 되기..

음악다방/live 2009.02.08

Eugene McGuinness

Eugene McGuinness-Fonz 첫번째 감상 : '악틱 몽키스' 보컬 닮은 아이가 모리씨(the smith) 창법으로 노래를 부르네. 스톱 모션 뮤직비디오는 여기저기서 다 쓰니까 신기하진 않지만 어쨌든 재기발랄 인디 마인드로군요. 그런데 이 엄청난 멜로디와 비트. 오, 멋진데. Eugene McGuinness-Moscow State Circus 두번째 감상 : 진지하게 노래를 부르면서 저런 어설픈 아이돌 스타일 댄스를 천연덕스럽게. 너, 한 개그 하는구나. 그런데 이토록 수려한 음악까지. Eugene McGuinness-Monsters under the Bed 이것은 데뷔 ep에 수록곡. 놀라운 실력. 모리씨 새앨범을 들으면서 닐 해넌(디바인 코미디)과 섞어서 반반으로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

Franz Ferdinand_Ulysses

first single 'Ulysses' C’mon let’s get high!!! franz ferdinand myspace 프란츠 퍼디난드가 3집 [Tonight:Franz Ferdinand]를 발표했다. '세상의 걸들을 춤추게 만들겠다'는 엄청난 사명감을 갖고 꾸려진 이 유쾌한 밴드의 '날라리' 정신은 여전하다. 보컬 알렉스 카프라노스는 "이 앨범은 밤 뮤직입니다. 정신이 혼미해져서 쾌락의 밤을 향해, 댄스 플로어를 향해, 외로운 심장을 멈추게 하기 위해, 피가 솟구치는 경험을 위해, 방 밖으로 뛰쳐나가게 되는 음악입니다. 새벽을 기다리면서 점잖게 흥분할 수밖에 없었던 외로운 시간을 위한 것이죠"라고 새앨범의 특징을 정리했다. 들어봤더니 정말 방 밖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다 모아놓은 듯한 모양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