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hot shot

Return of 80s' Sound

marsgirrrl 2009. 5. 18. 02:29
80년대에 10대 초반을 보냈던 나는 80년대의 한껏 과장된 문화가 마냥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그 허세와 겉치레에 질린 당시 예술가들은 절제되고(젠의 열풍은 당연한 결과)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90년대를 열었다. 지금까지 나는 이 두 세대가 완벽하게 단절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역사란 교과서의 챕터처럼 딱딱 나눠지는 것이 아니었다. 영국에 갑자기 불어닥친 신스팝의 향연을 듣다보니, 20~30년 동안 발전을 거쳐 뼈대만 있었던 80년대 문화를 완성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성이 폭발했던 80년대와 90년대가 '원초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면, 이후 2000년대, 나아가 2010년대는 그 '원초적'인 밑그림을 채워서 작품으로 만들어나가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유행은 돌고 도는 거야' 같은 단순한 반복의 논리가 아니란 말이지. 문화의 다위니즘이랄까.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부터 백문이 불여일견. 2000년대 초반 거라지 리바이벌을 능가하는 음악계 대형 쓰나미.


La Roux-Quicksand
프린스의 'When Doves Cry'와 애니 레녹스(아님 뭐, 유리스믹스)의 그림자. 디페시 모드, 야주, 휴먼 리그의 영향도 포함. 배우 집안의 엘리 잭슨과 공동 프로듀서 벤 랭메이드로 구성된 신스팝 밴드. 스포트라이트가 엘리 잭슨에게만 쏟아지고 있어서 마치 원맨 밴드같기도 하다. 첫번째 싱글 '퀵샌드'는 얼마전에 한국에서도 '키츠네 콜렉션'으로 발매된 키츠네 뮤직 레이블에서 나왔다. 밴드명은 소설 <홍당무>의 불어 제목. 현재 차트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중. myspace



Little Boots - New in Town

빅토리아 헤스케스는 조니 미첼, 휴먼 리그, 마돈나 등의 노래를 키보드로 연주하며 노래부르는 유튜브 동영상으로 유명해졌다. 유튜브와 개인 블로그로 발표한 첫싱글 'Stuck On Repeat'가 널리 퍼지면서 음반사와 계약을 맺고 '리틀 부츠'로 데뷔. 데이비드 보위, 블론디, 케이트 내쉬, 디페시 모드를 사랑하는 그녀 또한 차트를 뒤흔드는 중. myspace

 
Empire of The Sun-Walking on a Dream

호주의 신스팝 듀오. 밴드명은 스필버그 영화 <태양의 제국>에서 따옴.(원작 소설에서 따왔을 수도) 언론에서 붙인 이분들 음악의 장르는 '판타지 팝'이란다. 음악은 마술이며, 여기에 상상력을 더하면 온전한 에픽을 만들 수 있을 거라 믿는 순수(?) 청년들. 음악계의 전설이 되는 게 목표. 뮤직 비디오를 과도하게 화려하게 찍어 화제가 되기도. 듀오라고 해서 MGMT급 미모를 기대하면 곤란.  myspace


위의 경우와 좀 다른, 80년대에 어두웠던 아우라를 물려받은 분들. 스쳐가는 선배들은 조이 디비전, 에코 앤 더 버니맨, 큐어 등. 노래에서 감지되듯 만만치 않은 아티스트 영혼의 소유자들인지라 언론이 과거와 비교하든 말든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 완전히 꽂혀버림. Let's grow old together and die at the same time.(앨범 중 유일한 러브송이라는 듯)  White Lies youtube homepage

+ 때마침 돌아오신 대선배 디페쉬 모드. 예전같지 않아 초큼 안습.


+ 맥락과 다른 듯 하면서 어쩌면 연관있는 이야기. 주말에 MTV에서 'Top 100 songs of 90s'란 프로그램을 웃다 울며 봤다.(지금도 재방송을 하고 있다) 아이쿠, 저 노래들을 다 안 다니 참 신기하네. 100곡 마다 순간의 기억이 존재한다. 오래 살면 이렇구나. 금요일에 배철수 아저씨와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배철수 음악캠프>가 시작한지 7000일이라나. 첫방송부터 들었는데 그게 1990년이었다니.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인생의 8할을 바꿔놨다고 약간의 과장을 섞어 말했더니, 아저씨는 '그래서 긍정적인 사람이 되었냐?'고 물어보셨다. 고전 팝을 안 듣는 세태를 좀 안타까워 하시던데, 지금의 어린 분들이 커서 지금의 음악을 들을 때 개인의 기억이 아닌 'CF'로만 환기한다면 좀 불쌍한 일일 수도 있겠다. 가요든 팝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