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by released 46

늦은 2009년 결산

2월이 넘어가는 시간이지만 어쨌든. 일단 영화. 베스트.(무순) 취향의 문제여도 좋다. 동생같은 보다 에 더 끌린다. 비주얼적으로 거의 볼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독립영화든 뭐든 이런 아이러니 코미디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 뻔하지 않는 이야기 자체가 주는 스릴. 몇몇 장면은 정말 '갖고 싶다' 왜 모두들 이 귀여운 영화에 대해 함구하는 걸까? 모든 한국영화가 하드코어 이모셔널 무비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런 감정의 하드코어는 멋지다. 오프닝과 엔딩의 힘이 크다. 솔직히, 올해 가장 재미있게 본 한국영화. 영화를 감싸는 전반적인 윤리의식은 불편하지만, 비주얼의 힘은 여느 영화보다 강렬했다. 불안한 인간들의 드라마. 이중, 삼중, 사중 부정의 세계를..

극장/by released 2010.02.01

interesting scraps

It’s The Story, Stupid 제임스 카메론과 피터 잭슨의 테크놀로지 대담 in 한국판 에 실린 번역본을 재미있게 읽어서 서핑해봤더니 유료 컨텐츠다. 대신 원본을 링크. 마치 빌 클린턴의 대선 구호를 패러디한 표제같다. '바보야, 문제는 이야기야'라잖아.(게다가 이 인터뷰 이전 페이지는 클린턴 인터뷰다) 3D 기술과 모션 캡처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결국 중요한 건 이야기라는 결론. 를 보고 이야기가 진부하다는 비판이 난무하고 있지만 제임스 카메론은 스토리텔링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아마도 그에게 중요한 것은 '신선하다' '진부하다'의 개념이 아닐 것이다. 이야기가 얼마나 흡입력을 가지고 관객을 몰입시키느냐의 문제겠지. 둘은 CG는 멋진 도구이지만 '연출'의 본질은 같다는데..

극장/by released 2010.01.13

eric rohmer

나는 완벽한 대화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 시시껄렁한 문답 속에서 진리를 발견하는, 뭐, 그런 거. 하루키의 의 도입부, 그리고 에릭 로메 영화들의 대화법을 사랑한다. 위트와 디테일은 내 평생의 연구과제. 감독님, 귀엽고 사려깊은 영화들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9년의 인생, 수고하셨습니다. 당신이말로 모던 시네마의 전설. 포스터들도 어찌나 미묘한지. 같은 영화 다른 느낌 시네마테크 상영 당시 제목은 '모드집에서의 하룻밤' 풋. delightful new comedy of manners라는 수줍은 카피! 화제전환 같지만 연관은 있는 이야기. 앞으로는 이런 주옥같은 고전 영화들을 보여주는 극장을 찾기 힘들 수도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의 위탁 운영 계약을 종결 짓고 새로운 ..

극장/by released 2010.01.12

할리우드 테마파크 : 셜록 홈즈 & 나인

왜 영화를 보러 가는가? 2009년 연말 시즌 블록버스터 은 이 질문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내놓았다. 당신의 두 시간(하고도 40분)을 충분히 즐겁게 만들어드리겠어요. 극장 밖 세상의 모든 것을 잊게 해드리겠어요. 디지털이든 아날로그든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할리우드 영화는 환영의 쾌락을 위한 매체랍니다. '마돈나의 저주'에서 풀려난 가이 리치는 로 오랜만에 어퍼컷을 날렸다. 몇 년 사이 헛된 잽만 날렸던 영국 챔피언의 귀환이다.의 홈즈는 잡학다식한 지식을 주체하지 못해 집 안에서 각종 실험이나 일삼는 19세기 과학 오타쿠이며, 끌리는 사건이 나타나면 도덕이나 법에 구애받지 않고 단서를 쫓아다니는 악동 캐릭터에 가깝다. 그는 남에게는 충동적으로 보이지만 스스로는 몇 수를 계산해놓은 움직임으로 런던 거리..

극장/by released 2010.01.04

2009 last korean blockbuster

후기. 긍정적 의의, 다음 단계의 영화를 위해선 언제나 시행착오용 실험 괴작은 필요한 법. 부정적 의의, 그게 왜 하필 최동훈 영화? 그리고 부정적 단상들. 궁금한 분들만. 영화를 보면서 계속 스스로를 의심했다. 1. 를 보니 웬만한 시각효과는 귀엽기만 하구나. 그래서 그런 걸 거야. 한국 CG가 후져서 그런 게 아닐 거야. 2. 후시녹음이 너무 튀어서 더빙판 애니메이션 같은데? 아닐 거야.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서 괜찮을 거야. 3. 액션 편집이 너무 산만해서 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내가 도술 액션의 깊은 뜻을 알아 채지 못 해서 그런 걸 거야. 4. 왜 이렇게 지루하지? 아직 이야기의 1/3밖에 안 됐는데? 조금만 더 가면 가속이 붙겠지, 그럴 거야. 5. 80년대 어린이 영화같은 당혹스러운 ..

극장/by released 2009.12.14

must see movies

100여년전 돈 벌러 미지의 세상 멕시코로 왔던 한인들. 돌아갈 수도 없는 이역만리의 땅에서 그들이 경험해야 했던 건 혹독한 노동. 한치 앞의 인생도 보이지 않았던 절망 속에서도 인간의 뿌리를 내리고 살아왔다는 그 '기적'에 대한 다큐멘터리. 체 게바라와 한국인 사이의 거리를 시적인 감성으로 짚어가는 여정. 쿠바에 갔던 송일곤은 요근래 한국에서 실종되버린 가치인 '낭만'을 선물로 들고 돌아왔다. 감히 올해 최고 로맨틱 무비라 말하고 싶다. 90년대가 낳은 최고의 이야기 중 하나임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소년이 '어쩔 수 없이' 신화가 되어야 했던 슬픈 시절에 대한 타임캡슐. 그 모든 비극은 어른들 탓이었을까, 혼란스러운 내 자신 때문이었을까. 까지는 90년대 노스탤지어까지 겹쳐 텍스트를 재해석하고 '..

극장/by released 2009.12.12

jarvis cocker in fantastic mr. fox

저비스 코커가 웨스 앤더슨의 신작 애니메이션 에 노래하는 역할로 출연. 대사는 별로 없고 노래 부르는데 열중. 대사는 한 줄 이라는 듯. 그나마 내레이션이 있었다는데 편집됐다고 한다. 밴조 켜며 "Zippy zee, zappy zah, yappy yo doodle dum"이라고 부르는 귀여운 노래 petey's song이 stereogum에 공개됐다. 이 소식에 흥분하여 출근을 앞두고 새벽에 디깅하고 있는 상태.(그런데 저 사이트 들어가면 애니멀 컬렉티브의 신곡도 들어볼 수 있다. 더 4차원이 되었음) 개봉 안 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12월 24일에 개봉 잡혀 cgv 무비꼴라주 라인에서 상영. 저비스 코커는 현재 파리에서 계속 다양한 음악 예술에 힘쓰고 있으며, 지금은 런던 갤러리에서 아티스틱한 퍼포먼..

극장/by released 2009.11.30

this is it

만약 마이클 잭슨이 살아있었다면 그는 공연 리허설 따위를 영화로 만드는 것에 절대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MJ 마법 부흥회의 원리를 까발리는 신성모독에 가까운 행위이기 때문이다. 에 부제를 붙이자면 '마이클 잭슨이 환상을 창조하는 법' 정도가 되지 않을까. 리허설이 진행되는 동안 그의 머릿속은 오로지 '쇼'로 꽉 차있는 듯 보인다. 자신의 쇼를 보러온 사람들에게 최대한 행복한 환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프로페셔널의 강박관념이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듯하다. 은 마이클 잭슨을 'King of Pop'이라 부를 수 있는 가장 큰 증거물이 됐다. 그는 단순한 팝가수가 아니였다. 팝의 장인, 나아가서는 '쇼의 장인'이었다. 올해 3월 마이클 잭슨은 영국에서 공연을 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

극장/by released 2009.10.30

부산에서 보고 싶었던 영화들

+ 부산영화제 시간표를 보고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는 말을 했지만, 결국 출발 전날에 다시 둘러보고 보고 싶은 영화들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금토일 3일간 빼곡하게 업무와 술자리가 있어서 어차피 영화 보는 건 불가능했다. 영화기자가 정작 영화제 가서 영화를 볼 수 없는 상황이 아이러니해서 슬퍼요. 사실 영화제 취재 맡으면 극장 구경 제대로 못 하고 dvd 룸에서 살아야한다는 슬픈 현실.(그래도 조시를 만났다고 각종 부러운 눈총을 받고 돌아옮) +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는 알랭 기로디의 신작 . 예전에 전주에서 특별전을 보고 반한 감독인데 간만에 신작을 만들었다. 퀴어영화계의 홍상수 같기도 하고 남기웅 같기도 한데(아 너무 간극이 큰 비유) 아무튼 '퀴어'를 떠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무심한 듯 도..

극장/by released 2009.10.13

여름 한국 영화들, 힘을 모아 으랏차차

(주의: 스포일러 있음. 선입견 생길 수 있음) 대마도를 박살내고 부산 앞바다에 도착한 메가 쓰나미. 하필 수백만명 모이는 메가 휴가철에 해운대를 덮쳐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인지상정 휴먼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가난한 연인들도, 좀처럼 화해가 힘든 이혼 부부도, 불효막심한 아들놈도, 싸가지 없는 서울 애들도 쓰나미 앞에서 똘똘 뭉쳐 '한민족' 가족주의 회복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 코앞에 닥친다. 의 메가 쓰나미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경상도 스타일의 수사의문문을 주제로 품고 있다. 바로 '우리가 남이가?'라는 것. 알고 보면 '나는 네 아빠'였고, 너를 위해 죽을 수도 있는 119 구조대원이었던 것이다. 시선을 옆으로 이동하면 전라북도 무주에서는 스키점프 연습이 한창이다. 입양됐다가 다시 한국으..

극장/by released 2009.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