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by released

늦은 2009년 결산

marsgirrrl 2010. 2. 1. 01:58

술 먹고 필름 안 끊기면 술 먹은 거 아니잖아요, 밥 먹은 거지. 행오버 스틸.



2월이 넘어가는 시간이지만 어쨌든.
일단 영화.

베스트.(무순)
<낮술> 취향의 문제여도 좋다. <파이란> 동생같은 <똥파리>보다 <낮술>에 더 끌린다. 비주얼적으로 거의 볼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낮술>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독립영화든 뭐든 이런 아이러니 코미디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쥐> 어느 하나 뻔하지 않는 이야기 자체가 주는 스릴. 몇몇 장면은 정말 '갖고 싶다'
<김씨표류기> 왜 모두들 이 귀여운 영화에 대해 함구하는 걸까? 모든 한국영화가 하드코어 이모셔널 무비일 필요는 없다.
<마더> 하지만 이런 감정의 하드코어는 멋지다. 오프닝과 엔딩의 힘이 크다.
<불신지옥> 솔직히, 올해 가장 재미있게 본 한국영화. 
<고갈> 영화를 감싸는 전반적인 윤리의식은 불편하지만, 비주얼의 힘은 여느 영화보다 강렬했다.
<파주> 불안한 인간들의 드라마. 이중, 삼중, 사중 부정의 세계를 기어이 영화로 옮겨낸 집중력에 박수.
<여행자> 김새론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발견이다. 한국 (국적) 감독은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은 냉정한 시선이 인상적.

<더 레슬러> 영화는 '인간'을 다루는 매체. 신파를 뛰어넘는 80년대 캐릭터의 진실성.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 고어 만세! 그러나 엔딩은 개나 줘버려.
<거기엔 래퍼가 없다> 작은 마을에서 별 실력없는 아이들이 래퍼가 되고 싶어하는 모습이 가감없이 담긴다. 결국 찌질한 어른이 된 아이들이 서투르게 인생의 현실을 랩으로 주고 받는 엔딩 장면은, 꽤 클리세적인데도 불구하고 대감동이다.
<디스트릭트 9> 드디어 새로운 영화를 보았다.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마이클 잭슨의 친구이자 공연의 디렉터였던 감독만이 만들 수 있는 인사이드 무비. 영화 한 편으로 비극이 전설이 됐다. 진정한 추도의 기간을 마련.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포스트모더니즘 속에서 각종 시행착오를 거쳐온 쿠엔틴 타란티노의 완성태. 크리스토프 왈츠 아저씨, 격하게 사랑합니다.
<에반게리온: 파> 노스탤지어를 초월해 다시 로봇 애니메이션의 신세기를 여는 걸작.

특별언급.
<아바타> 영화인가 체험인가. 판단보류.(막 보고났을 때만 해도 당연히 2009년 최고의 영화였건만)  
<왓치맨>의 오프닝, <업>의 부부 에피소드 아름답다. <그랜 토리노>는 겸손한 엔딩의 미덕을 보여준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 사실 굉장히 재미있게 봤어요. <애니 레보비츠> 개인적으로 좋아할 수밖에 없는 다큐멘터리.
<퍼블릭 에너미> 단지 당신의 전작들이 더 훌륭할 뿐.
<판타스틱 Mr. 폭스> 영화적 재미보다는 소유하고픈 욕망이 더 큰 웨스 앤더슨의 영화들.
<반드시 크게 들을 것> 즐기면서 만든 생동감 가득한 음악 다큐멘터리.
<숏버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는 이미 오래 전에 봤고, 베스트에 들어갈 법한 <드래그 미 투 헬>은 아직 못 봤다.

미개봉영화.
<행오버>야말로 사실 저의 올해의 영화입니다. -_-

늦은 감동.
어느날 케이블에서 본 <티파니에서의 아침을>과 <추억>. 구구절절 명문 시나리오. 대사들을 통째로 외우고 싶다. 당시의 현실이 알알이 녹아 있고, 세월 흘러 시대의 텍스트가 되는 드라마. 이 곳에선 불가능한 건가요?
아사노 타다노부 회고전에서 본 <꿈의 은하>와 <러브 & 팝>. 잊히지 않는 영상미학.

최악의 영화.
<10억> 좋은 배우들 데리고 외국 가서 삽질하지 말자.
<나는 비와 함께 간다> 당신도 마찬가지. 트란 안 홍은 90년대 최고 과대평가 감독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