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by released

eric rohmer

marsgirrrl 2010. 1. 12. 16:20

나는 완벽한 대화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 시시껄렁한 문답 속에서 진리를 발견하는, 뭐, 그런 거.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도입부, 그리고 에릭 로메 영화들의 대화법을 사랑한다. 위트와 디테일은 내 평생의 연구과제.
감독님, 귀엽고 사려깊은 영화들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9년의 인생, 수고하셨습니다. 당신이말로 모던 시네마의 전설.

포스터들도 어찌나 미묘한지.

<오후의 클로에> 같은 영화 다른 느낌


<모의 집에서 하룻밤> 시네마테크 상영 당시 제목은 '모드집에서의 하룻밤'


<끌레르의 무릎> 풋.


<해변의 폴린느> delightful new comedy of manners라는 수줍은 카피!



화제전환 같지만 연관은 있는 이야기.
앞으로는 이런 주옥같은 고전 영화들을 보여주는 극장을 찾기 힘들 수도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의 위탁 운영 계약을 종결 짓고 새로운 사업자를 공모했다. '공모'는 단체가 아닌 극장 소유주에게 전용관 운영을 맡기는 방식이다. 선정된 아리랑시네센터에서는 확인해보니 현재 <여행자>와 <똥파리> 재상영 중. 시네마테크도 공모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서울아트시네마는 전용관 건립 모색에 나섰다. '시네마테크와 친구들' 영화제를 시작하면서 영화계 친구들과 함께 목소리를 높일 예정. 알량한 지원금따위 두렵지 않다는 자세를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 영진위는 10년 넘게 한길로 매진해온 사람들 쌩까고 '개나 소나'에게 기회의 균등을 제공하려는 극도로 '페어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중. 그래서 올해 마스터영화제작지원사업 덕에 80년대 대부였던 김호선 감독이 귀환.(마지막 작품이 그 유명한 <애니깽>) 
어차피 누벨 바그는 '지원'으로 가능한 게 아닐지니. 독립영화전용관이나 시네마테크나, 국가지원의 영역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문화로 정착해갈 필요가 있다. 일찌기 혜수 언니가 말씀하셨다. 외모가 아니라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또 그렇게 열심히 만들어놓으면 딴날당은 다된 밥상에 숟가락만 내려 놓는 신공을 부리겠지만.
추모로 시작해서 분노로 끝나다니, 전혀 모던하지 않은 블로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