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by released

interesting scraps

marsgirrrl 2010. 1. 13. 20:40

It’s The Story, Stupid  제임스 카메론과 피터 잭슨의 테크놀로지 대담 in <뉴스위크>
한국판 <뉴스위크>에 실린 번역본을 재미있게 읽어서 서핑해봤더니 유료 컨텐츠다. 대신 원본을 링크. 마치 빌 클린턴의 대선 구호를 패러디한 표제같다. '바보야, 문제는 이야기야'라잖아.(게다가 이 인터뷰 이전 페이지는 클린턴 인터뷰다) 3D 기술과 모션 캡처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결국 중요한 건 이야기라는 결론. <아바타>를 보고 이야기가 진부하다는 비판이 난무하고 있지만 제임스 카메론은 스토리텔링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아마도 그에게 중요한 것은 '신선하다' '진부하다'의 개념이 아닐 것이다. 이야기가 얼마나 흡입력을 가지고 관객을 몰입시키느냐의 문제겠지. 둘은 CG는 멋진 도구이지만 '연출'의 본질은 같다는데 합의를 본다. 동의한다. <아바타>가 어떻게 욕을 먹든 2시간 40분 동안 판도라 행성 속으로 관객을 몰아넣는 건 대단한 경지다. <아바타>의 테크놀로지를 둘러싼 요즘 담론에는 연출의 능력이 지나치게 간과되어 있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보여주는 자신감도 대단하다. 기자가 주로 물어보는 건 '리스크가 큰 대작을 밀어붙이면서 두렵지 않았나' 하는 점인데 그는 <터미네이터>와 <타이타닉>의 예를 들며 그때도 모험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14살 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고 감독이 되겠다고 결심했는데 <아바타>는 당신의 <스페이스 오디세이>인가? 이 영화를 본 14살 소년이 차세대 카메론이 되길 바라나?'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혁명적인 영화이지만 <아바타>는 그건 아니고 15년 동안 발전해온 것들로 이룬 영화라고 말한다. "내 철학은, 이 도구들이 세상에 나오면 상상력을 가진 감독들이 그 도구를 취해서 더 멀리 나아간다는 것이다. 일종의 큰 규모의, 긴 시간의, 계속 이어지는 콘서트와 같다. 나는 잠깐동안 내 기타로 연주를 하러 나온 셈이다." 누군가 <아바타>를 보고 나와 관련된 영화들 리스트를 주르륵 늘어놨다. "이건 완전 집대성이네"라고 말했는데 감독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 감독은 바보가 아니야. 하물며 그는 '킹 오브 더 월드'라고.

<아바타>와 관련한 흥미로운 평론 두개를 이번호 <씨네21>(736호)에서 읽었다. 링크를 하고 싶은데 아직 홈페이지에 업데이트가 안 됐다. 송경원은 <영화의 이해> 서문을 여는 영화를 둘러싼 오랜 담론, '사실주의'와 '형식주의'의 평행트랙 속에 <아바타>를 위치시킨다. 재미있는 화두라고 생각한다. 존경하는 허문영 선생님은 90년대에 <매트릭스>가 가상현실을 부정하면서 지지를 얻었는데, 21세기 초반에 <아바타>는 오히려 가상현실에 로망을 품는다는 점에 의문을 가진다.(물론 영화속에서 판도라는 '현실'이지만) 그는 그걸 '퇴행'이라고 지적하는데 잘 모르겠다. 그건 영화의 퇴행이라기보다 영화 밖 현실이 주는 고통의 근원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아니면 타깃 등급이 달라서인지도) 아마 그걸 말씀하시는 건지도. 아무튼 <매트릭스>와 <아바타>란 텍스트 사이의 간극을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흥미롭다. 스스로도 <아바타>를 보고 놀란 부분은, 저 올드패션한 이야기에 향수를 느끼게 된 내 모습이었다. 신자유주의 대 마더네이처라니 정말 원초적 대립이지 않은가.

은평구 응암2동 철거 장면을 담은 <호수길>이 요구하는 것 정성일의 전영객잔 in <씨네21>
<호수길>은 서울독립영화제 때문에 dvd로 우연히 보게된 영화였다. 시간 때문에 스킵하며 보면서 감독이 참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응암2동을 계속 응시하다가 철거의 현장까지 담는다. 적극적인 탐사보도 자세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굉장히 소극적이다. 아마추어같다고 생각했는데 정성일 선생님은 그 방법론 속에서 엄청나게 많은 의미들을 찾아냈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람들만 디지털 카메라를 들 수 있는 건 아니다. 요 근래 나는 왜 이렇게 거만한 걸까? 목소리 작은 사람들을 죄다 무시하고 있다. 온전히 텍스트에 의존하며 컨텍스트를 추리해나가는 정성일 스타일의 꼼꼼한 분석이 놀랍다. 감독이 정말 그렇게 의도했든 안 했든 중요하지 않다. 극장에 걸린 영화는 완성체이며 스스로 말을 하는 것이니까. 평론가는 그 영화만을 보고 판단할 뿐이다. 요즘 가장 매혹된 글이다.


p.s 엄마의 재미있는 코멘트 "<여배우들> 매진되서 <아바타> 봤는데 재미있더라."  <여배우들> 대신 <아바타>를 택했다는 왠지 앞뒤 바뀐 듯한 취사선택이 아이러니. 거기다 외국영화 거의 안 보는 오십 넘은 노친네마저 매료시키는 카메론의 출중한 연출력에 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