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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지막히 음악 바에 도착하면 퀵서비스 전화번호가 써 있는 메모지를 가져와서 빼곡히 신청곡을 채워넣는 일이 아주 중요했다. 정말 듣고 싶은 음악이 있어서 이 곳에 온 것이니까. 그것도 JP 너와 함께.


내가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 하면 

너는 Rock'n Roll Suicide를 신청하곤 했지.

우리는 'You're not alone. Gimme your hands. Wonderful'을 큰소리로 따라불렀지. 주변 사람들이 어찌 생각하든 말든.


데이빗 보위 노래가 시작되면 네 머릿속의 보위 주크박스도 덩달아 열리곤 했어.

China Girl과 Young Americans을 꼭 들어야 한다고 했지.


가끔은 '떼리릿'을 따라하고 싶어서 프레디 머큐리와 함께 부른 Under Pressure를 신청하기도 했는데.


왜인지 모르겠는데 90년대 말 언젠가 Ziggy Stardust 앨범이 싼 가격으로 재발매 되었고

선뜻 그 앨범을 산 나는 모든 곡이 좋다며 이어폰을 빼고 스피커 음향으로 듣겠다며 음악바로 향했지.

Starman과 Life on Mars를 리스트 업 했지만

너의 선곡은 언제나 변함없었어.

Rock'n Roll Suicide와 China Girl과 Young Americans.

그리고 아주 가끔은 너바나 버전이 더 좋지만 원곡에 대한 존경을 표하고 싶을 때 The man who sold the world가 추가됐지.


그리고 또 가끔은 Modern Love를 신청하고 <나쁜 피> 드니 라방의 억척스런 춤을 따라해보기도 하고

Let's Dance나 Heros를 신청해서 가사를 따라불렀지.


그 당시 데이빗 보위를 사랑하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을까?

하물며 동시대 뮤지션도 아니었고 일렉트로닉 과도기의 앨범은 우리 취향도 아니었는데.


너바나의 Negative creep에서 벗어나 인터넷 ID를 보위의 노래를 패러디 해서 Marsgirl이라 하겠다고 말했을 때

너는 화성과 내가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말했어.

왜인지 몰라. 논리같은 게 어디있어. 그냥 우리는 앨범살 돈도 없고 딱히 집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고 음악은 밤새워 듣고 싶은 그런 청춘이었는데. 딱히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겉도는 걸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지. 그때는 데이빗 보위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가 얼마나 열심히 자기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가늠하지 못한 채.


집에 와서 한국에서 가져온 몇 개 안되는 CD를 뒤졌는데 데이빗 보위 앨범이 없더라.

그런 걸 안 챙겨오다니 바보같은 년이라는 생각을 했어.


이젠 집에 스피커도 있고 앱만 켜면 마음대로 음악을 선곡할 수 있는데

우리의 청춘과 JP 네가 없네.

그리고 데이빗 보위도 없네.


슬프다. 그치? 






댓글
  • 프로필사진 *iku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루종일 bbc 에서 데이빗 보위만 보여준 어제가 제게는 제일 보위를 많이 들은 날이에요. 1월 2일이던가 나탈리 콜 소식이 들렸을 때의 우울함이 떠올랐어요.

    블로그 글 (가끔 트위터) 꾸준히 읽고 있어요. 아이디 잊어버려서 댓글은 이제야...작년에 덕분에 블러 소식도 얻고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뉴욕에 꼭 가보고싶어요)
    2016.01.13 14: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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