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모험

7 days in NY (3)

marsgirrrl 2010. 4. 7. 07:16
7 days in NY (1)
7 days in NY (2)


4.02

화창한 금요일. MOMA의 팀 버튼 전시회를 볼 생각으로 두번째 맨하탄 나들이. 이번에는 집앞 정류장에서 익스프레스 버스 이용. 기차보다 약간 싼 편도 5.50$. 1시간 남짓 걸려 6번가에 도착했다. 뉴욕의 CHEAP TIP 중 하나는 금요일에 갤러리 가기. MOMA는 금요일에 4시부터 무료 입장이다. 그런 관계로 돈 없는 뉴욕커 및 관광객들이 미친 듯이 줄을 선다. -_- 팀 버튼 전시회같은 특별 전시회는 티켓이 한정되어 있어 앞쪽에 서야만 하는데, MOMA에 도착하니 이미 줄이 건물을 한 바퀴 두르고 있는 상황. 아니, 애네는 대체 언제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는 것임? 그래서 MOMA는 포기하고 센트럴 파크를 지나 구겐하임 갤러리에 가기로 했다.(가까운 듯 썼지만 거의 두 시간 동안 걸었다.-_-) 센트럴 파크는 광합성 하러 나온 수 많은 인파들로 뒤덮여 있고, 급기야는 비키니 입고 선탠하러 나선 언니들까지 발견.(사진 없음)

벚꽃이 활짝 피었어요.


그러나 구겐하임 갤러리는 돈벌기로 작정했는지 금요일 무료 입장을 폐지. 더군다나 도착하니 문닫는 시간, 엉엉엉. 갤러리 나들이를 포기할 수 없다며 또 걷고 걸어 어퍼 이스트 사이드(가십걸들 있는 그 동네)에 있는 휘트니 갤러리에 가기로 했다. 휘트니 갤러리는 금요일 6시부터 기부입장을 하는데 1달러만 내도 된다. 보통 때는 MOMA는 20달러, 휘트니는 18달러. 휘트니는 MOMA보다 더 골수에 가까운 모던아트 갤러리라고 생각하면 될 듯. 지금 열리고 있는 전시는 2010 신인작가 비엔날레. 작년에 세상에 나온 따끈따끈한 작품들이 대거 전시 중이었다. 소호에 있는 또 다른 컨템퍼러리 아트 갤러리 '뉴 뮤지엄'은 목요일에 기부 입장. 관광객이라면 여러 뮤지엄들 돌 수 있는 할인 패스를 사는 것도 굿아이디어. 하지만 저는 빈민이라서, 쩝.

4.04
시아버님과 브롱크스 보태니컬 가든에서 첫 상봉. 모두 함께 식물원의 시즌 전시회인 '난꽃 쇼'를 보러 나섬. 휴일에 가족과 함께 식물원이라니, 아아, 이렇게 정상적일 수가! 나 지금 가족 영화 찍음?
아무튼 부활절 일요일인 관계로 또 뉴욕 가족들이 대거 식물원 나들이. 아이들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웃으며 노닐고, 한편에서는 뉴욕의 DSLR족이 모두 출사나온 분위기.-_-


이 정도 풍경은 기본입니다. 밥 로스 아저씨 따라 그림 그리고 싶어지는 기분.


벚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미국 목련. 무더기로 피니까 느낌이 달라요.


새로운 삶이 아직까진 제대로 실감나지 않는다. 절도 있게 꽃을 피우던 한국 목련이 살짝 보고 싶기는 하지만, 온 동네방네 꽃과 나무들이 즐비한 이곳은 진정 평화롭다. 볕 좋은 날 집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하면서, 이 모든 게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아침에 빵과 베이컨을 먹고(대개는 밥을 먹지만), 영어로 <24>와 <로스트>를 보고,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거대 마트에서 장을 보고, 근처에서 산책을 하고.
갑자기 삶의 질이 높아졌어. 우웃, 당황스러워.
언니들이 집앞이라고 대충 입고 다녀. 맨하탄에 나가는 아줌마 차림새가 뱀피 가죽재킷에 쪼리라니 말이 돼냐고.
뭔가 일도 막 해야할 것 같은데 뭘 써야할 지도 모르겠고.
그러던 차에 하루를 들여 블로깅을 하고 있다. 우왓, 아침에 나가던 신랑의 예언이 맞아버렸어!("아마 다 끝내면 저녁일 걸")
역시 쉬는 게 체질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