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에 10대 초반을 보냈던 나는 80년대의 한껏 과장된 문화가 마냥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그 허세와 겉치레에 질린 당시 예술가들은 절제되고(젠의 열풍은 당연한 결과)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90년대를 열었다. 지금까지 나는 이 두 세대가 완벽하게 단절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역사란 교과서의 챕터처럼 딱딱 나눠지는 것이 아니었다. 영국에 갑자기 불어닥친 신스팝의 향연을 듣다보니, 20~30년 동안 발전을 거쳐 뼈대만 있었던 80년대 문화를 완성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성이 폭발했던 80년대와 90년대가 '원초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면, 이후 2000년대, 나아가 2010년대는 그 '원초적'인 밑그림을 채워서 작품으로 만들어나가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유행은 돌고 도는 거야' 같은 단순한 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