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by released

this is it

marsgirrrl 2009. 10. 30. 03:26

만약 마이클 잭슨이 살아있었다면 그는 공연 리허설 따위를 영화로 만드는 것에 절대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MJ 마법 부흥회의 원리를 까발리는 신성모독에 가까운 행위이기 때문이다. <디스 이즈 잇>에 부제를 붙이자면 '마이클 잭슨이 환상을 창조하는 법' 정도가 되지 않을까. 리허설이 진행되는 동안 그의 머릿속은 오로지 '쇼'로 꽉 차있는 듯 보인다. 자신의 쇼를 보러온 사람들에게 최대한 행복한 환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프로페셔널의 강박관념이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듯하다. <디스 이즈 잇>은 마이클 잭슨을 'King of Pop'이라 부를 수 있는 가장 큰 증거물이 됐다. 그는 단순한 팝가수가 아니였다. 팝의 장인, 나아가서는 '쇼의 장인'이었다.

올해 3월 마이클 잭슨은 영국에서 공연을 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리고 'last'라는 말을 덧붙였다. 단순한 공연이 아니었다. 그의 팝가수로서의 여정을 하나의 쇼로 만들겠다는 일생일대의 프로젝트였다. <디스 이즈 잇>을 통해 공개되는 공연의 면면은 규모부터 다르다. 21세기 들어 투어를 하지 않았던(사실은 할 수 없었던) 그가 공연을 결심한 이유는, 총감독 케니 오테가에 따르면 "아이들이 공연을 볼 만큼 자랐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빠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일면 소박한 소망이 공연을 결심케 한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리허설 무대 속에서 그가 고려하고 있는 대상은 '아들 딸' 이전에 '관중'이다. MJ는 공연을 준비하며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각인시킨다. "사람들을 더 흥분시켜야 해" "사람들이 이래야 더 열광할 거야" "사람들에게 엄청난 경험을 안겨줘야 해"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숭고한 열정에 소름이 끼쳤다. 'Billy Jean'이었나, 그 곡이 끝나고 스태프들이 열광하자 케니 올테가는 말한다. "마치 교회 같구만. 록큰롤 교회."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주는 공연은 총 14곡의 무대이다. 한 곡이 나올 때마다 방대한 준비과정이 곁들여진다. 'Smooth Criminal'의 배경을 위해선 <길다>의 한 시퀀스에 MJ의 스턴트가 그린 스크린으로 합성된다. 필름 누아르 풍의 오리지널 뮤직비디오 컨셉을 발전시켜 험프리 보거트와 총격전을 벌이는 재미있는 영상이 만들어진다. 'Thriller'도 기대 이상이다. 좀비들이 노니는 배경용 동영상은 물론이고, 다양한 분장의 댄서 좀비들과 함께 그 전설적인 춤을 추는 무대는 리허설인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수위의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에 이르러 홀로 춤추는 'Billy Jean'은 '킹'이고 '레전드'를 떠나 '마이클 잭슨'이 어떤 존재인지를 각인시키는 순간이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순간은 잭슨5의 명곡 리바이벌 타임. 어렸을 때의 목소리가 아닌 어른 MJ의 목소리로 부르는 잭슨5의 노래들이여서 굉장히 특별하게 다가온다. 한 곡 한 곡 무대를 완성시키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원곡대로 할 것" MJ는 음악과 댄스에 관한 부분에 있어선 자신이 선두 지휘에 선다. 그래서 <디스 이즈 잇>은 어디서도 공개되지 않았던 그의 수줍은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부족한 게 있다면, 바로 관객의 함성이다. 'This is it' 투어는, 성사되었다면 아마도 역사적인 기념비를 세울 공연이었으리라. 무대 하나하나가 끝날 때마다 완성태를 보고 싶다는 바람이 쌓여간다. 아무리 빌고 빌어도 이뤄지지 못할 이 '낚시'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스왈로브스키 크리스털이 번쩍이는 무대의상을 입고 무대에서 훨훨 날아다녔을 마이클 잭슨의 모습을 빈약한 상상력으로 상상해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리허설으로나마 마지막 무대를 볼 수 있어서 다행임을 부정할 순 없다. 그리고 리허설만으로 어떤 공연보다 벅찬 감동이 느껴지다니 정말 놀라울 뿐이다. <디스 이즈 잇>은 MJ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이지만, 그 전에 라이브 공연 다큐멘터리로서의 가치가 더 높다. <디스 이즈 잇>을 보는 동안은 그가 죽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3D 안경이 없어도 이미 실제로 3차원 무대를 보고 있는 것같다.(조악한 화질이 빈번함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잭슨은 그런 존재였다. 현실이 아니라 언제나 환상 속에 있던 스타였다. 80년대 MTV 레볼루션을 대표했던 아이콘. 늘 얄팍하고 천박하다는 비판을 들었던 팝뮤직. 그 오랜 '진정성'에의 오해가 끝났다. 팝의 하이퍼 리얼리티 또한 예술이었다. 그것 또한 삶이었다. This is it!


+ 크레딧 끝난 후 뭐 MJ의 메세지 나옴. 크레딧에서 나오는 첫곡이 바로 신곡 'This is it'
+ 너무 말라서 걱정이 되긴 한다. 총감독이 계속 건강 챙기라고 했는데 그는 걱정 말라고 했다고. 제작진이 건강 안 좋아 보이는 부분은 다 뺀 것 같다는 팬들의 우려 때문에 'this is not it'이란 슬로건도 나왔다.
+ 공개된 첫곡.


+ 맛보기용 video clips
+ Thriller 댄스를 배워보아요
+ 80년대 하이퍼 리얼리티란 키워드 때문에 올초 봤던 <레슬러>와 감상이 겹쳐지고 있다. 지금 현재 꼭 봐야되는 영화. <디스 이즈 잇> <디스트릭트 9> <파주> <바스터즈> <여행자>, 정말 말리고 싶은 영화 <비와 함께 간다> 가든지 말든지.
+ 왕십리 cgv에서 봤는데 음향 제일 좋다는 씨너스 이수에서도 한 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