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by released

부산에서 보고 싶었던 영화들

marsgirrrl 2009. 10. 13. 15:08
+ 부산영화제 시간표를 보고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는 말을 했지만, 결국 출발 전날에 다시 둘러보고 보고 싶은 영화들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금토일 3일간 빼곡하게 업무와 술자리가 있어서 어차피 영화 보는 건 불가능했다. 영화기자가 정작 영화제 가서 영화를 볼 수 없는 상황이 아이러니해서 슬퍼요. 사실 영화제 취재 맡으면 극장 구경 제대로 못 하고 dvd 룸에서 살아야한다는 슬픈 현실.(그래도 조시를 만났다고 각종 부러운 눈총을 받고 돌아옮)

+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는 알랭 기로디의 신작 <도주왕>. 예전에 전주에서 특별전을 보고 반한 감독인데 간만에 신작을 만들었다. 퀴어영화계의 홍상수 같기도 하고 남기웅 같기도 한데(아 너무 간극이 큰 비유) 아무튼 '퀴어'를 떠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무심한 듯 도발적이다. 영화를 잘 만든다는 생각보다는(네버네버네버), 간만에 좀 재미있는 친구 만난 기분. 그런 기대가 있는데 <도주왕>은 어땠는지 모르겠고. 워낙 안 유명해서인지 상영일은 죄다 평일일 뿐이고.
<내 이름은 노이>의 다구르 카리가 만든 <굿 하트>도 궁금했다. <내 이름은 노이>가 좀 재미있었으니까. <메트로피아>는 내가 좀 신기술 가지고 치기어린 장난 치는 젊은 감독들을 좋아하는 편이라 보고 싶었고. <김정일리아>는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이 상승해서 북한 상황 엿보자는 마음에, <경계도시 2>는 보고 나면 뭔가 시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 같아서. 나름 영화 마니아니까(ㅋㅋㅋ) 초기 영화 촬영지를 돌았다는 <시네마순례>같은 영화도 흥미롭고. 아, 그리고 두기봉의 <복수>도 그의 영화세계에 있어 정점을 찍은 영화라고 들어서 진정 궁금했고, 한국방송명이 <이겨라 승리호>라서 원제목 <야타맨>을 못 쓴 미이케 다카시의 블록버스터 신작도 기대됐다. 허스타의 기대평으로는 '피터 잭슨횽이나 샘 레이미횽 빼고는 대부분의 B무비 감독들이 블록버스터 만들면서 망가지는데 미이케 다카시횽 또한 안 망가졌다고 해서 극히 궁금하다'라고.

+ 위 단락까지는 주말 동안 부산 댕겨와서 기록한 것. 덧붙여 불만같은 걸 말하자면, 이번 부산영화제 진정 백화점 영화제. 각종 영화 다 가져와서 '백화점 영화제'라고 놀리듯 불렀는데 진짜 백화점에서 상영을 해버려서 잠시 멍. 농담이 진담되는 상황이랄까. 세일 맞은 백화점 주말에 고층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타려고 노력하다가 스트레스만 받아왔다. 침구 매장 빙빙 돌면서 비디오룸 찾아다녔던 기억은 잊지 못하리. 만날 길안내 잘못하는 자봉들 욕먹고 그러는데, 근원적 문제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매년 극장 배치가 달라져서 기자들은 물론이고 10년 넘은 관객들이 매번 적응해야 하는 사태 발생. 그러니까, 쫌, 자봉들에게 네비 기능 좀 필수로 갖춰 주세요, 제발! 토건 국가에서 영화제 하는 비애인 건가. 한국에 배우들이 그토록 발에 채이도록 많았다는 것도 나름의 발견.-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