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가을밤 노래 한 자락

marsgirrrl 2011. 11. 10. 15:10
늦가을에 꽂힌 I am Kloot의 'Northern Skies'
밥 딜런을 사모하는 아저씨같긴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매력은 있다.
작년에 느낀 큰 변화는, 드디어 밥 딜런의 노래들을 별 거부감 없이 듣게 되었다는 것. 심지어는 감동도 막 받는다는 것.
'클래식'이라고 인정받는 것들이 관찰의 대상이 아닌 삶의 일부로 하나둘 안착되는 현상을 체험하면서
성숙에 대한 기쁨을 느끼는 한편으로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것같아 슬퍼지곤 한다.
그러나 아직 이 변화가 생물학적인 것인지 환경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 밤 별 하나 없는 북쪽 하늘
네 얼굴에 반사된 빛
어떤 사람들은 별이 인생을 지배한다고 하지.
그렇지 않다는 사람들도 있고
그들의 마음이 서로 바뀔 순 있을 거야
칠흑같이 어두운 밤중에 어디를 갈까?
사는 내내 해변가 길을 따라 돌아가 볼까?
모래, 달, 빛나는 별들을 보며.
이 모든 게 우리에게 괜찮은 건가, 말하면서.
우리 인생은 미스터리로 둘러싸여 있지.
빛나는 별들. 폭풍치는 바다. 느낄 수만 있다면.
먹구름은 몰려오고. 맘대로 멈춰서고.
그리고 우리는 같은 실수를 맘껏 반복하고 있지.


어제 오랜만에 자매같은 친구와 통화를 했다. 안부를 건네던 친구가 불현듯 '행복하니?'라고 물었다.
우울한 듯한 어조여서 반농담으로 '그으럼, 행복하지!'라는 식으로 말할 수 없었다.
클리세적인 말이지만 - 1년 넘게 읍내급의 동네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클리세들을 경험하고 나니 '클리세'라는 건 나만의 생각이었을 뿐 - 사람들은 행복에 대한 각자의 환상이 있다. 말하자면 이상적인 이미지같은 게 있다는 것이다.
나도 물론 있다. 개인적인 성공과 신뢰할 수 있는 지인들에게 사랑받는 것?
그런데 어느 정도를 해야 '성공'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이미지에 따르면 지금의 나는 행복하지 않아 보인다.
'유연성'과 '유머'를 현재의 최고 덕목으로 치고 있는 내 입장에선, 컨텍스트가 변하면 텍스트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경이 확 변해버렸으니 행복에 대한 이미지도 수정이 필요하다. 
친구의 물음에 잠깐 생각해봤다. 행복한가? 응? 응? 응?
"비교적"
지금 생각하니 좀 비겁한 대답같기도 하네.
잘 먹고 잘 사랑하고 있다. 돈은 뭐 한국에서와 비슷하게 없다. 어쨌든 30대 이후의 삶은 나에게 그저 기적이다. 미래를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내 별볼 일 없는 삶을 응원해주는 모든 분들 또한 행복했으면 좋겠다.
"비교적"이라도.

사실 그냥 오늘 행복하면 된 거야. 아니면 내일 좀 행복해보든가. 일수 찍듯이 행복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