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hot shot

섭텐버에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marsgirrrl 2011. 9. 8. 15:23
시간의 꼬리를 잡으려고 해봤자 느끼게 되는 건 인생무상. 아침에 일어나서 잠이 들기까지 얼마나 알차게 살았는지 다이어리에 채워놔야 마음이 풀리는 인생이다. 느닷없이 밤 12시에 맨하탄에 왔다고 얼굴 보자며 나오라는 선배를 만나 두 시간을 알차게 술 마시고 돌아오니 새벽 4시. 9시에 칼출근해서 9시간 일하고 6시 칼퇴근. 부랴부랴 영어학원 가는 수순이었으나, 피곤해서 뻗을 것 같아 집에 와서 선잠 자다가 '빅뱅 씨어리' 6편을 내리 감상. 
월화수목금 비가 점령한 한 주를 글 한톨 없이 보낼 수 없다며 피곤을 잃어버린 양 랩탑 끼고 앉아 있다. 

한 달간 단순 업무와 심심한 학원을 분주히 오가며 살아본 결과, 머리가 멍멍하다. 예전에는 용량도 안 되는 머리에 꾸역꾸역 집어 넣었다가 정리가 안 되서 멍멍했는데, 이제는 하루종일 좀비처럼 살다보니 그냥 뇌가 표백되는 느낌. 이게 좋은 느낌이 아니야. 아끼긴 하지만 딱히 쓸 용도는 없고 버리기는 뭣해서 어딘가에 처박아 놓고 잊어버리는 그런 구닥다리 물건같은 신세가 된 느낌이라니까, 내 뇌가.
미국소를 1년 동안 먹어서 그런가? 

뇌에 기름칠을 하는 방법은 다른 게 없다. 일단 밀렸던 음악들 좀 듣는 게 일순위.
어제 구글에서 프레디 머큐리 생일 축하 기념으로 귀여운 동영상 만들어줘서 하루 종일 기분이 붕 떠 있었다. 
아, 음악이 필요하구나, 음악이.
머리에 기름칠할 시기가 되었다는 걸 눈빛을 보고 깨달았다. 내가 뭐 작은 눈으로 레이저빔 쏘고 다니는 인간은 아니었지만, 거울을 보고 있노라니 눈빛이 너무 풀렸어. 번뜩이는 뭔가가 없다.(졸려서 그런 건가)
스마트폰 사고 30cm 간격 띈 채 게임에 몰두했더니 눈빛이 점점 총기를 잃어간다. 이런 변화는 좀 비호감이다.

또 비호감 변화가 하나 있는데,
이리저리 눈칫밥 먹고 인생의 요령을 획득한 30대들. 나이 먹었으니 그만큼 경험 늘어나고 가타부타 코멘트 늘어나는 건 당연한데 제말이 편찬안된 성경인 양 주장하는 자세가 확립된다. 제일 최악인 경우는 어줍잖은 경험으로 내린다는 결론이 부모 세대들의 순진한 비합리적 믿음을 그대로 따른는 분들. 대체로 다들 남의 말 안 듣고, 자기 말들 떠들기에 바쁘다. 태어날 때부터 시건방졌던 나라 할지라도 꼰대의 그물을 이리저리 피해보려고 하는데 선입견(혹은 후입견)의 촘촘한 그물을 뜷기란 참 힘든 일이다.

그냥 인생은 계속 사는 거야. 완성이 없어. 썅, 졸라 힘들고 짜증나는데, 그게 또 치맥 파티 한 번이면 살 만하기도 하고 그래.
아, 졸라 말많다. 아름다운 가게 스타일의 아름다운 말만 썼더니 '졸라'를 '졸라' 쓰고 싶네. 졸라졸라졸라. 졸라 삶.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다. 누가 더 힘들다고 비교하지마. 그냥 다 힘든 거야. 물론 너네 엄마 통장에 억대 재산 있으면 제외.

반전은 이거 음악 포스팅.
지풍화 오빠들의 '섭텝버'는 알아서 듣고,
흥겨운 신곡 소개 한 자락. 

 
세인트 빈센트 신곡. 아, 좋구나. 얼굴도 예쁜데 노래도 좋구나, 썅. 이 언니도 폴리포닉 스프리 시절에는 힘들었겠지...?
 
M83 신곡. 요즘 개나 소나 다 따라하는 사운드라서 힙스터 밴드라고 오해받고 있잖아. 덕분에 뉴욕 이틀 공연 11월인데도 모두 매진됐잖아, 썅. 따라쟁이들 다 죽어버려, 라고 한다면 M83도 할 말은 없을까.

요즘 제임스 블레이크 다음으로 덥스텝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SBTRKT. 덥스텝 트렌드는 정말 싫어 죽겠는데 그나마 매시브 어택이랑 트리키 따라쟁이라서 들어준다. 동세대에서는 일취월장인지 모르나 누님에게는 약하구나. 아아, 매시브 어택.

다시 돌아오는 GIRLS. 유치한데 신나는 맛이 일품. 늦여름의 음악. 

밧데리가 다 됐다.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