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다방/live

그래미 시상식 후폭풍

marsgirrrl 2011. 2. 15. 08:24
53회 그래미 시상식의 가장 큰 이변은 '올해의 앨범'의 아케이드 파이어와 '올해의 신인'의 에스페란자 스펄딩이다. 그래미 수상자 선정은 'National Academy of Recoding Arts and Sciences'라는 단체의 투표로 이뤄진다. 의역하면 '미국 음악인 협회'랄까. 후보자 선정도 이들이 하지만 대개는 대중적으로 성공한 앨범과 곡들이 후보에 올라간다. 거대 음반 회사의 로비가 어느 정도 있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론 많이 팔린 음반이 수상할 확률이 높다. 그 해의 아이콘같은 음악에 정통 '인증' 도장을 찍어주는 셈이다. 그러므로 그래미는 인디 음악 팬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행사가 아니다.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기도 하고.
53회 '올해의 앨범' 후보는,
에미넴 <Recovery>, 레이디 가가 <The fame monster>, 케이티 페리 <Teenage dream>, 레이디 앤트벨룸 <Need to know>, 그리고 아케이드 파이어의 <The Suburbs>였다. 누구나, 팝음악을 좀 듣는다고 하면 에미넴과 레이디 가가의 각축전이 되리라는 걸 빤하게 예상할 수 있다. 레이디 가가 앨범이 나온지가 오래 됐으니 막강한 후보는 에미넴. 투표인단이 컨트리에 미치지 않는 한 레이디 앤트벨룸을 찍어줄 리는 만무.(물론 올해의 곡과 올해의 레코드를 수상하고 난 뒤, 애네도 '대체 애네 누구임'이라며 푹풍 검색 중)
아케이드 파이어 팬들은 이 리스트를 보고 무심한 듯 시크하게 이랬으리라. '좋은 건 알아가지고. 그래봤자 구색 맞추기지, 뭐.'

마지막 공연 무대를 장식하고 들어간 아케이드 파이어의 이름이 올해의 앨범으로 발표되었을 때, 트위터에서 난리가 났다.
대표 인디뮤직 웹진인 Pitchfork는 물론이고, 카니예 웨스트와 베스트 코스트, 마운틴 고츠 같은 인디 밴드들도 축하의 트위팅을 남겼다.
그러나 한편 #grammys에서는 대혼란 발생. '아케이드 파이어가 누구냐?' 혹은 '서버브즈가 누구나?' '내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앨범이 올해의 앨범이 되는 거냐' 등등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건 재즈 보컬 에스페란자 스펄딩의 상황도 비슷. 저스틴 비버가 탈락한데 분노한 팬들은 그녀의 위키피디아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욕설을 남기는 테러를 감행했다.(어디나 팬들이 문제여) 듣자하니 오바마 대통령이 좋아하는 뮤지션이라는 듯.

어떤 분은 이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Who is Arcade fire?' 텀블러를 열어 반응들을 고루 캡쳐해 놨다. 웃다 지쳐 이 포스팅 시작.

아무튼 이번 그래미로 인해 아케이드 파이어의 미국 입지는 대상승. 미국에서 아카데미나 그래미는 가치 무한대의 명예로 작용한다.
아케이드 파이어가 빌보드 록앨범 차트에서 1위도 차지하고 해서 꽤 알려졌나 했는데 여전히 비주류. 그래도 빤한 애들이 타는 것보다 이런 애들이 타니까 완전히 신선하더라.

싱크 좀 안 맞는 수상의 순간.


+ 레이디 가가가 알에서 튀어나왔다는 뉴스 검색하러 온 분들이 많던데, 이해할 수 없는 다음의 검색 기능. 가가씨는 이번에 혁거세 신화 만들기에 실패하셨네. 그래도 다음 앨범이 '2010년대 최고의 앨범이 될 것이다'라고 예언하심. -_- 어쨌든 나는 담주에 레이디 가가 공연 보러 갑니다.
+ 골든 글로브 후폭풍도 말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 버렸다. 아카데미를 앞둔 이 시점은, 미국 애들이 이렇게 영화에 열렬히 버닝하는 거 처음 본다는. 아카데미야 말로 진짜 영화 축제의 시기로다.
+ 9 Best Moments From the Grammy Awards 선후배 나란히 즐거운 무대 선사했던 순간. 2004년 이후 최고 시청률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