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 2

뭣이 중한가 페미니즘

여자와 남자, 우리가 지금까지 동의하고 있는 불평등을 나열해보자. 같은 직급일 때 남자에 비해 평균적으로 여자는 적은 임금을 받는다. 아이를 낳고 어느 정도 키운 후에는 돌아갈 직장이 없어 경력단절이 된다. 육아는 오로지 여자의 몫이다. 살림이 빠듯한 중년의 기혼녀들을 반겨주는 일터는 대형마트의 비정규직 노동자 정도다. 가정폭력의 희생자이며, 강간 약물과 몰래 카메라에 노출되기 쉽고, 곳곳에서 몸과 결혼에 대한 사적인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내 돈을 내고 커피 한잔을 사먹어도 커피 가격에 따라 개념녀와 된장녀를 오간다. 한때 나는 남자들과의 대화를 편해 했다. 무엇이든 강하게 주장을 하는 편이였고 막말도 서슴치 않았기에, 말 잘 하는 남자들과 자연스레 어울렸다. 그때는 표현을 잘 못하는 여자들이 자기검열..

생존기 2016.09.04

연민하지 않을 테야

생일 선물로 받을 200달러대의 지갑을 고르면서 계속 망설였다. 40대를 맞이하면서 40대스러운 지갑을 사겠다는 게 목표였는데, 선물을 받기 위해 그런 목표를 정한 내가 수시로 부끄러워졌다. 고고한 우아미를 자랑하는 고가의 지갑들을 클릭하고 살펴보면서 '누군가는 이런 것도 사는데 인생 40년이나 살고 20만원에 전전긍긍하는 거 조금 불쌍하지 않아?'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3년전에 한국 갔다가 텐바이텐에서 꼼꼼하게 따져 산 몇만원짜리 튼튼한 지갑은 많이 낡았고 다소 불편했다. 하지만 저게 나의 정체성이었다. 지갑에 담길 돈보다 비싼 지갑을 사지 않는 것. 과시용이 아닌 정말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지갑을 사는 것. 자체적인 기준 아래 며칠을 고르고 고르면서 그나마 실용적으로 보이는 지갑을 골랐다.그런데 지..

생존기 2016.09.02